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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따뜻한데 아이들은 춥다

"12일 대구 녹색소비자연대에 따르면 최근 관공서, 금융기관, 패스트푸드점, 백화점, 대형 할인매장 등 86곳을 상대로 겨울철 난방 실태를 조사한 결과 55곳이 산업자원부 권장 실내 온도(18∼20도)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구시내 8개 백화점 및 대형 할인매장은 실내 평균온도가 23.6도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구지하철 1호선 전동차 21.9도, 패스트푸드점(24군데) 21도 등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관공서(17군데)와 금융기관(36군데)의 실내 평균온도는 각각 20.7도, 20.6도로 나타났다."

이 기사는 어느 지역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다. 어른들이 생활하는 관공서나 백화점은 대부분 실내적정온도를 넘도록 따뜻한 난방을 하고 있다. 반면 우리아이들이 하루종일 생활하는 교실은 춥다. 이러한 사실은 전교조 경북지부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27일까지 경북도내 초중고등학생 1013명과 교사 1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나타났다

아침 교실평균 11.7℃, 낮에도 15℃

▲ 교실온도조사결과 (7개 교실을 5일간 모니터) 붉은 선은 18도를 가리킴
ⓒ 송대헌
전교조 경북지부 보건위원회(위원장 김인숙)가 7개 교실에 온도계를 설치하고 5일간 조사한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온도측정 결과를 살펴보면 조사기간 동안 1교시 교실온도는 평균 11.7℃로 조사되었다. 이는 적정 실내온도라고 하는 18℃∼20℃를 훨씬 밑도는 것이다. 외부 온도가 올라가는 4교시 실내온도 역시 적정 실내온도에 미치지 못하는 15.4℃로 나타났다.

▲ 1교시 교실온도 조사표. 모든 교실이 18도 이하로 나타났다.
ⓒ 송대헌
교실별로 분석해보면 조사대상에서 가장 따뜻한 교실인 S 중학교 1학년 교실도 1교시의 온도는 16℃로 적정온도에 미치지 못했다. 가장 추운 곳으로 조사된 C중학교의 교실 온도는 하루 종일 10℃ 내외에 머무르고 있었다.

▲ 경북의 초중고등학교 대부분 교실에 설치된 연통없는 석유난로
ⓒ 송대헌
현재 경북지역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용하는 난방기구는 연통 없는 석유난로, 외부로 배출가스가 빠지는 연통 석유난로, 연통 없는 가스히터, 중앙난방, 전기난로, 보일러 등이다.

이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구는 '연통 없는 석유난로'다. 이 난로는 설치와 이동이 간편하여 학교 관리자들이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가 연소한 후 배출가스가 그대로 실내에 남아있어 장시간 실내에 머물러 있는 학생과 교사가 두통을 느끼게 된다. 연통 없는 석유난로를 사용하는 교실의 학생 중 62.3%, 교사의 67.1%가 두통을 호소했다. 이것은 다른 난방기구에 비해서 월등히 높은 수치였다.

한편 난방기구를 사용할 때 연소 가스가 새어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 가스는 불완전 연소로 인해 유독 가스가 될 가능성도 있고, 완전 연소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산화탄소의 양이 많아져 산소 부족으로 아이들의 건강을 해친다. 더구나 겨울 내내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어 성장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난방수단별 두통을 느끼는 비율. 많은 아이들이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 송대헌
이러한 현상은 경북도내 가장 많이 설치되어 있는 '연통없는 석유난로'에서 월등히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응답학생의 69.1%가 '가스 냄새가 난다'고 응답했으며, 교사의 61.8%가 같은 응답을 했다.

밀폐공간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는 교사와 학생들이 호소하는 것 중 하나가 목이 마르고, 코가 막히며, 눈이 뻑뻑하고 따갑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증세는 공기의 건조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교실은 난로에서 배출된 가스로 가득차 있다. 이런 교실에서 아이들이 낮시간을 보내고 있다.
ⓒ 송대헌
이 세 증세에 대해서도 연통없는 석유난로를 피우는 교실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학생들의 응답을 살펴보면 연통없는 석유난로 교실에서 학생의 39.6%가 '목이 마르고 칼칼하다'는 응답을 보였고, 37.8%가 '코가 막힌다'. 32%가 '눈이 뻑뻑하다'고 응답했다. 교사 역시 연통없는 석유난로 교실에서 59.2%가 '목이 마르고 칼칼하다'는 응답을, 26.3%가 '코가 막힌다'는 응답을 32.9%가 '눈이 따갑고 뻑뻑하다'는 응답을 했다.

'연통없는 석유난로'를 사용하는 교실에서 생활하는 교사와 학생들은 난방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교사의 60.5%, 학생의 67.7%가 난로의 종류(난방 방식)를 바꿔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다른 난방방식의 수치에 비해서 매우 높은 편이다. 반면 중앙난방식인 교실의 교사와 학생들은 대부분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바꿔야 한다

전교조 경북지부는 어린이들이 생활하는 교실의 온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부분 학교에서 권장 실내적정온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예산의 적정한 배분과 아울러 학교의 시설과 설비를 점검하여 열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전면적인 보수가 필요하다.

▲ 교실안의 습도가 낮아서 목과 코가 막히고, 배출가스로 인하여 눈이 따갑다
ⓒ 송대헌
현재 사용하고 있는 난방 수단 중에서 '연통 없는 석유난로'는 즉각 다른 난방수단으로 바꾸어야 한다. '연통 없는 석유난로'는 유독가스 배출과 냄새 등 여러 문제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학생과 교사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는 난방수단을 계속해서 이용할 수는 없다.

점차 학교의 난방시설을 중앙난방식으로 교체하거나, 공해가 나오지 않는 전기식 등 다른 방식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겨울철 실내 온도와 더불어 적정한 습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학교 교실에 습도를 높일 수 있는 시설과 설비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감기 등 호흡기 질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밀폐된 교실에 가습기 등 습도조절을 위한 장비가 필요하다.

집에서 '내 아이'는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학교에 있는 '우리 아이들'은 너무 홀대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아이들은 집에서 지내는 시간보다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학교는 우리나라 관공서중에서 가장 환경이 열악합니다. 지금 구청이나 교육청을 가보면 시설이 매우 현대화되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나 학교는 아직도 허름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정서를 위한 투자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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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기도 했고, 교육청에서 '어공'으로 근무하기도 했고, 지금은 농사지으면서 유보통합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함을 물어보면 '참교육학부모회 자문위원'이라고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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