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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적십자사 이윤구 총재(가운데)와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대표(오른쪽), 이문옥 부패추방운동본부장(왼쪽)이 처음으로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4일 오전 적십자사 이윤구 총재(가운데)와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대표(오른쪽), 이문옥 부패추방운동본부장(왼쪽)이 처음으로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지난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혈액 안전성 문제를 놓고 적십자사 총재와 이를 고발했던 시민단체 대표가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이번 만남은 그 동안 대립각을 세우던 당사자들이 최초로 마주 앉아 의견을 나눴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번 면담은 혈액 안전성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던 건강세상네트워크에서 지난 1월 적십자사에 면담요청 서한을 보냈고 적십자사에서 이를 받아들여지면서 성사됐다.

4일 오전 11시 30분 적십자사 총재실에서 이뤄진 이날 만남에는 적십자사 이윤구 총재와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대표, 이문옥 민주노동당 부패추방운동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40여분간의 면담을 끝낸 뒤 밝은 표정으로 점심식사까지 함께 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자리였기 때문에 대화내용은 면담이 끝난 뒤 강 대표와 이 본부장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시민단체 "고소 취하 않으면 대화할 수 없다"

이날 시민단체에서 요구한 것은 모두 4가지. 우선 '잘못한 것이 있다면 대국민사과를 하라"는 것이 첫번째 요구다.

지난해 5월 10대 소녀와 70대 노인 등 2명이 수혈로 인해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으며, 8월에는 60대 남자 2명이 에이즈에 감염되는 등 부적격 혈액 출고에 따른 피해가 지속적으로 사회문제를 일으켰다.

이와 함께 8월에는 적십자사 내부 직원이 '감염위험이 높은 부적격 혈액의 출고' 사실을 관련 문건과 함께 고발해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감사원에서 조사를 하고 있으니 결과가 나오면 국민 앞에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현재 부적격혈액 출고사실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9월 부패방지위원회에 신고가 들어간 상태다. 조사권이 없는 위원회는 이를 감사원에 이첩했고 지금까지 조사가 벌어지고 있다.

시민단체의 두번째 요구사항은 해당 내부 고발자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라는 것. 이와 관련 이 본부장은 "이번 사건은 국민 전체의 건강이 결부됐기 때문에 내부 고발자에게 오히려 상을 줘야 함에도 적십자사는 (내부고발자를) 고소했다"며 "(그는) 부패방지법에 의해서도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감사원 결과 발표 뒤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하겠다고 답했다.

세번째 요구안은 관련자의 엄중처벌 및 혈액사업조직의 전면개편이다. 이 요구와 관련 강 대표는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조직의 태도와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데 이는 조직체계를 혁신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라고 적십자사측에 조언했다.

시민단체는 이와 함께 외부 전문가들과 헌혈자, 시민 등이 참여하는 기구신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즉답을 피하며 차후에 납득할만한 답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면담이 끝난 뒤 강 대표는 "일단 우리들의 요구사항은 분명히 전달했다"면서도 "내부고발자 고소 취하가 되지 않으면 제도개선에 대한 논의는 벌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본부장은 "감사원 조사결과가 '주의 조치' 등 약한 강도로 나와도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주장이 입증되는 것"이라며 "일단 사태해결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적십자 "감사원 결과 상관없이 문책사유 있으면 징계할 것"

이날 면담에 대해 적십자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감사원 결과가 잣대가 될테니 기다리고 있다. 감사원 조사와 별개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상태"라며 "감사원 발표와 상관없이 문책사유가 있다면 응당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적십자는 국민의 생명보호, 고통 경감, 궁극적으로 평화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생명보호의 임무를 저버렸다"고 잘못을 인정한 뒤 "(혈액관리를) 소홀히 한 점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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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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