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을 향하다가 낯선 공원 한 곳을 만났습니다. 조용한 해변마을 정동진이 한 드라마의 촬영지로 알려진 뒤 얼마나 빨리 고즈넉한 포구 본래의 모습을 잃었는지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새롭게 들어서는 건물들이 반갑지 않습니다. 낯선 공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 공원은 “예술가들이 정성껏 만들었습니다”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끌었습니다. 천천히 발걸음을 하여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바다를 바라보기 좋은 곳에 건물이 하나 들어서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동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잠시 푸른 바다를 보았습니다.
다시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문득 여행자를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길은 대부분 포장되지 않은 좁은 길이고, 가끔은 몸을 비틀거나 고개를 숙이고 나무들을 피해야 하기까지 합니다.
소나무 정원이란 곳에서는 나무들은 그대로 놔둔 채 구불거리는 계단을 만들어 사람들이 나무들의 눈치를 보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눈치가 싫지 않습니다. 행복하기까지 합니다.
그 공원을 돌아보며 그 공원을 꾸몄다는 예술가를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곳곳에서 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지금까지 3년을 꾸민 그 공원을 앞으로 10년을 더 꾸며야 제 모습이 날 것이라고 예술가들이 이야기를 한답니다.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그 공원은 앞으로도 치장을 많이 할 곳은 아닌 듯 합니다. 치장을 하더라도 자연을 아름다운 배경을 주연으로 삼고, 작은 치장을 조연으로 내세울 듯합니다.
장사꾼의 기교로 꾸미는 공간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혼으로 꾸미는 공간이길 기대해 봅니다. 앞으로 나무들 눈치를 봐도 행복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자연의 눈치를 봐야할 그런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신라시대 강릉의 지명인 '하슬라'(haslla.com)를 공원의 이름으로 정한 곳으로, 낙가사와 정동진역 중간 지점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