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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일절 기념식에 참석한 동포들이 만세를 외치고 있다.
ⓒ 조명신

유관순, 손병희, 권동진, 오세창, 임예환, 나인협, 홍기조, 박준승, 양한묵, 권병덕, 김완규, 나용환, 이종훈, 홍병기, 이종일, 최린, 이승훈, 박희도, 이갑성, 오화영, 최성모, 이필주, 김창준, 신석구, 박동완, 신홍식, 양전백, 이명룡, 길선주, 유여대, 김병조, 정춘수, 한용운, 백용성.

▲ 유관순 열사와 민족대표 33인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 조명신
유관순 열사와 3.1 운동의 민족대표 33인.

서른 네 분의 이름이 불려진 곳은 미국 텍사스 주에 위치한 포트워스(Fort Worth)시다. 포트워스 한인회가 삼일절을 맞아 기념식을 거행한 것이다. 한인회가 생긴 이후로 매해 이어져 내려온 전통 가운데 하나다.

2004년 2월 29일 오후 5시(미국 현지시간). 행사가 열리기로 예정된 박원직 태권도장에 한인 동포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국기에 대한 경례에 이어 애국가를 부른 후, 서른 네 분의 이름을 기억하는 촛불추모의식이 있었다. 어둠 속에 빨간 촛불이 밝혀지자, 행사장에 잠시 정적이 감돌며 숙연해졌다. 이어서 청소년 5인조 밴드의 연주에 맞추어 삼일절 노래가 불려졌다.

"기미년 삼월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같은 대한독립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한강은 다시 흐르고 백두산 높았다 선열하 이나라를 보소서 동포야 이날을 길이 빛내자."

▲ 행사가 열린 태권도장.
ⓒ 조명신
지범훈 포트워스 한인회장의 인사말이 있었고, 미처 도착하지 못한 대통령 기념사를 대신해 전직 한인회장단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만중 회장의 삼일정신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삼일정신으로 화해자의 삶을 살자"는 강옥인 노인회장의 당부와 함께 우렁찬 만세 삼창으로 행사는 끝이 났다.

나라밖에서, 그것도 동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치르는 삼일절 행사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김만중 협의회장의 말이다.

"삼일절은 우리가 모두 아는 것처럼 암흑시대를 거치며 남녀노소가 함께 독립만세를 외친 날이다. 삼일절 다시 맞이하는 오늘, 비록 우리가 해외에 있지만, 삼일정신을 이어받아 계속 전해지도록 매년 빠짐없이 기념을 해야 한다. 우리 자손들에게 삼일정신을 알려주고, 또한 함께 모여 조국을 그리워하며 조국이 잘되기를 기원하는 모임으로 계속 이어져나가길 기대한다."

일제강점기 비운의 조국과 강산에 만세운동을 불러 일으켜 독립을 선언한 3·1 만세 운동. 그 여든 다섯해 기념일을 지나는 해외동포들의 모습이다.

짧은 인터뷰

이은정(17. 노스 크라우리 고등학교 11학년) 양.

우리 말보다는 영어로 대화 나누는 것이 더 편할지도 모를 1.5세의 청소년이다. 이날 애국가와 삼일절 노래를 연주하기 위한 밴드에서 플룻을 연주했다. 행사가 끝나고 삼일절 행사에 참여한 느낌을 물었다.

"삼일절(삼일운동)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아직도 한국말을 할 수 있다고 알고 있다. 모두 모여서 함께 선조를 기억하는 행사를 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멀리 미국에서도 조국을 잊지 않는 한국인임이 자랑스럽다."

사진을 찍으려고 들이대는 카메라 앞에서는 연신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친구와 영어로 장난치며 대화했지만 기자의 물음에는 우리말로 또박 또박 대답을 했다. 그녀의 환한 얼굴에서, 그리고 어른스러운 대답에서, 삼일정신을 지키려는 어른들의 수고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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