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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형 모습
짜잔형 모습 ⓒ 교육방송
'짜잔형'을 아십니까?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이라면 짜잔형을 잘 아실 겁니다. 짜잔형은 다름 아닌 EBS 유아 프로그램 '방귀대장 뿡뿡이'에 나오는 캐릭터입니다.

짜잔형은 유아 친구들과의 재미있는 놀이를 이끌어 가는 믿음직한 형으로 머릿속엔 늘 '어떻게 하면 재밌고 신나게 놀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가득하답니다. 짜잔형은 언제나 줄무늬 티셔츠와 멜빵, 그리고 진녹색 바지를 입고 모자와 고글을 쓰고 있는 멋쟁이입니다.

짜잔형으로 변한 돌콩이
짜잔형으로 변한 돌콩이 ⓒ 유성호
짜잔형은 또 마법에 걸려 평상시에는 자동차 로봇으로 있다가 뿡뿡이의 변신방귀를 맞으면 멋지게 변신합니다. 이때 항상 춤을 추는 데 아이들이 따라하기를 좋아합니다.

평소에 가끔 변신방귀 맞고 변신하는 짜잔형을 따라하던 아이들이 오늘 아침에는 급기야 경쟁적으로 자기가 진짜 짜잔형이라며 한바탕 '난리'를 일으켰습니다. 방귀대장 뿡뿡이가 방영되는 시간도 아닌데 소동을 일으킨 경위는 이렇습니다.

어린이 집에 보내려고 옷을 갈아 입히는 데 옷장 서랍 한구석에 수영복과 물안경을 담아둔 가방이 작은 녀석 '돌콩이' 눈에 띄었습니다. 다소 집중을 못하고 번잡하기 그지없는 돌콩이는 냅다 가방을 열더니 물안경을 꺼내더니 쪼르르 도망갑니다.

그러더니 한 쪽에서 물안경을 뒤집어 쓰더니 "짜잔!"하며 짜잔형 흉내를 냅니다. 팔을 위 아래로 엇갈리면서 추는 춤이 영락없는 짜잔형입니다. 그런데 짜잔형이 나타나면서 부르는 노래는 영 아닙니다.

마냥 즐거운 돌콩이
마냥 즐거운 돌콩이 ⓒ 유성호
옷은 안 갈아입고 요리조리 피해 다니면서 춤을 추는 녀석이 엄마는 밉상인가 봅니다. 그도 그런 것이 엄마는 녀석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사회복지관에 수업을 들으러 가야하기에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입니다.

"나도 짜잔형이다"
"나도 짜잔형이다" ⓒ 유성호
그래도 녀석이 조그만 몸으로 흔들대는 것을 보노라면 웃음이 절로 납니다. 돌콩이의 재롱을 시무룩하게 한참 보고 있던 큰 녀석이 옷장을 뒤적이더니 자기도 물안경을 꺼냅니다.

아이들이 연년생이다 보니 경쟁심리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큰 녀석은 자기가 진짜 짜잔형이라며 동생을 밀치고 엉덩이를 흔들어 댑니다. 순식간에 짜잔형의 권좌(?)에서 밀려 난 돌콩이는 금세 울음을 터트립니다.

물안경이 두 개였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아침나절부터 엄청나게 티격태격 했을 것입니다. 두 녀석은 어린이집에 가야 한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은 채 온 사방을 다니며 짜잔형 흉내를 내기 여념 없습니다.

우리 부부는 망연자실 녀석들의 소동을 지켜보면서 서서히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합니다.

"그래 그래. 둘 다 짜잔형과 똑같아. 그러니 이제 옷 입고 어린이집 가야지"

"<오마이뉴스> 독자투표로 겨루어 보자"
"<오마이뉴스> 독자투표로 겨루어 보자" ⓒ 유성호
그리고 한 녀석씩 잡아서 옷을 입힙니다. 옷을 입으면서도 녀석들은 서로 "내가 진짜 짠잔형이야!"라며 목에 힘줄을 돋굽니다.

옷을 다 입히자 그새 품에서 쏙 빠져나가 또 다시 서로가 진정한 짜잔형이라며 진검승부(?)를 벌입니다. 이러다가는 어린이집이고 엄마의 수업이고 다 늦겠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궁리를 내어 녀석들을 구슬렸습니다.

"저에게 한 표를!"
"저에게 한 표를!" ⓒ 유성호
"사진을 찍어서 <오마이뉴스>에 올려 보자. 그리고 누가 진짜 짜잔형인지 물어보자"
"진짜?"


큰 녀석이 눈을 휘둥그래하고 물어 봅니다. 큰 녀석은 <오마이뉴스>가 무엇인지 알고 있으니까요.

억지로 녀석들의 소동을 잠재우고 사진기 앞으로 세웁니다. 작은 녀석 돌콩이는 형의 갑작스런 출연으로 자신의 아성이 무너진 것이 아직도 못마땅합니다.

반면에 큰 녀석은 비록 선수는 놓쳤지만 전세(戰勢)를 비슷하게 만들었다는 데 매우 흡족해 하는 표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사이 좋은 모습으로 찍어야 <오마이뉴스>에 올릴 수 있다고 하자 큰 녀석이 돌콩이를 자기 앞에 세웁니다. 큰 녀석은 이미 전세를 역전시켰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마치 승자의 아량처럼 보입니다.

독자 여러분. 어느 녀석이 짜잔형과 비슷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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