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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분에 대한 해법을 놓고 조순형 대표와 추미애 상임중앙위원 간에도 적잖은 이견이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중도파가 '조순형-추미애' 투톱의 선대위 출범을 통해 문제를 풀자고 중재에 나섰다. 지난 2일 민주당 상임중앙위원회의에 참석한 조 대표와 추 의원.
민주당 내분에 대한 해법을 놓고 조순형 대표와 추미애 상임중앙위원 간에도 적잖은 이견이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중도파가 '조순형-추미애' 투톱의 선대위 출범을 통해 문제를 풀자고 중재에 나섰다. 지난 2일 민주당 상임중앙위원회의에 참석한 조 대표와 추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공천 문제와 선대위 구성 등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민주당의 내홍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추미애 의원의 '공천혁명' 발언 이후 주류와 소장개혁파 간의 갈등이 표면화됐고, 이후 중도 성향의 의원들이 중재에 나서고 있으나 각 계파별로 입장 차이가 커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오늘(23일) 오후 전주에서 열리는 '불법관권선거 규탄대회'는 민주당이 당력을 집중하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추미애 의원과 강운태 사무총장 등 논란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있는 핵심 당직자들이 불참할 예정이어서 내홍의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공천혁명' 발언으로 개혁소장파의 지지와 정통모임의 반발을 동시에 받고 있는 추미애 의원은 이날 오전 연대 대학원 졸업식에 참석한 뒤 남편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전북 정읍에 내려가 며칠 동안 머무를 예정이다.

추 의원의 한 측근은 "지난번 기자회견 뒤에 상황이 달라진 게 없어 (추 의원이) 별달리 할 이야기가 없다"며 "공천혁명 주장이 마치 특정한 사람을 치는 식으로 와전됐는데, 총선 승리를 위해 필수적인 공천혁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제안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발언 이후 추 의원이 전술적인 실수를 했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건 보기 나름"이라며 애초 주장을 철회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개혁소장파와 중도 성향의 의원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강운태 총장도 조만간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도는 가운데, 건강상의 이유로 전주 집회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장개혁파-중도파-정통모임 해법 놓고 제각각... 조-추도 입장 차이

현재 민주당 내분 수습책에 대한 해법은 대략 세가지로 모아진다. 추 의원이 제시한 대로 공천혁명과 빠른 시일 안에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주장. 최근 보수 회귀적인 민주당의 컬러를 공천 물갈이 등을 통해 개혁적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이 주장에 대해 소장개혁파와 일부 중도 성향의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서로 입장을 달리한다.

이에 대해 박상천·정균환·유용태 의원 등이 주축이 된 정통모임쪽에서는 추 의원의 '공천혁명' 주장이 사실상 정통모임을 겨냥한 것이라며, 참석자 일부는 "추미애 의원을 출당시켜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통모임 소속 의원 10여 명은 지난 22일 밤 비공개 모임을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당이 화합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중도 성향의 의원들은 대립 양상을 보이는 소장개혁파와 정통모임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설훈·조성준·배기운 의원 등 10여 명은 23일 조찬모임을 갖고 △강운태 사무총장과 유용태 원내대표의 사퇴 △'조순형-추미애'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조기 선대위 구성 △선대위가 남은 공천 작업 마무리 등 세가지 원칙에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중도파의 중재 방안을 각 계파에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개혁소장파는 기존의 공천과정에도 문제가 많았던 만큼 새롭게 공천작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데다, 정통모임쪽에서는 강 총장과 유 원내대표의 사퇴 불가와 선대위 주도의 공천작업 불가 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 대표로서 내분 수습의 열쇠를 갖고 있는 조순형 대표도 강운태 총장의 사퇴와 추미애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 대표는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강운태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적이 없고, 설사 사의를 표명하더라도 강 총장이 끝까지 일을 해줘야 한다"며 "(개혁소장파가) 접점을 찾는다면서 어떻게 갈등을 더 확산시키는 쪽으로 타협점을 내놓을 수 있느냐"고 밝혔다.

[중도파] "강운태-유용태 사퇴, '조순형-추미애' 투톱 선대위"

23일 중도파 조찬 모임에 참석했던 배기운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강운태 사무총장과 유용태 원내대표의 사퇴와 '조순형-추미애'를 투톱으로 하는 선대위 구성 등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모임 결과를 전했다. 또한 논란이 됐던 공천작업에 대해서는 "남은 공천작업을 선대위가 마무리하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배 의원은 "약 열흘 전에도 20여명의 의원들이 조 대표를 만나 강운태 총장의 교체를 요구했으나 조 대표가 결정을 미뤘다"며 "심재권 비서실장을 통해 조 대표에게 우리의 의견을 전했고, 조 대표가 서울로 오면 직접 만나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요구가 최후 통첩"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배기운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오늘(23일) 오전 여의도관광호텔에서 중도파와 일부 소장개혁파들이 모였는데, 조찬 모임의 결론은?
"당 지지도가 이렇게 떨어진 상황에 대해 책임있는 사람들이 사퇴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구체적으로 이름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서청원 석방결의안에 동의해 준 것이 지지도 하락의 원인이 됐고, 또 공천에 당 정체성과 개혁성이 반영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라는 것이었다."

- 구체적으로 물러날 사람이 거론됐나.
"책임질 사람은 사무총장 아니겠나. 내용적으로 양 '태', 즉 강운태, 유용태가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 선대위 출범 시기는 어떻게 결정했나.
"조속한 시일 내에 선대위 전환을 요구하기로 했다. 선대위는 '조-추' 투톱 체제로 가야 한다. 또 향후 공천작업은 선대위가 출범한 뒤 선대위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 소장중도개혁파에서 내린 결론은 결국 3가지인가.
"그렇다. 첫째로 강운태 총장과 유용태 원내총무가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고 두번째로 조속한 시일 내 '조-추' 투톱의 선대위 체제로 전환, 세번째는 남은 공천 작업을 선대위가 마무리한다는 것 등이다. 그리고 최근의 당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애당(愛黨)과 충정에서 나오는 것으로서, 지지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 소장중도개혁파 모임의 앞으로의 일정은 정했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약 열흘 전에도 당 소속 의원 22명이 모여서 비공개에 조 대표를 만나 강운태 총장의 교체를 요구했다. 그런데 조 대표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미적거리다 10일 이상 흘러갔다. 그 사이 당 지지도는 한 자리수로 떨어졌다.

우리는 이번 요구가 최후 통첩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조 대표가 전주에 내려가 있는 관계로 만나지 못해서, 심재권 비서실장을 통해 그 취지를 말씀 드렸다. 그리고 오늘 조 대표가 밤 9시30분이 지나 올라온다고 하는데, 조성준 의원 등 대표들 몇몇이 조 대표를 만날 것이다. 그 만남이 오늘 밤이 될지, 내일 오전이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 정통모임쪽에서는 강운태 총장 사퇴에 반대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화를 할 것인가.
"지금 이 상황이 정통모임과 소장중도개혁파의 갈등으로 비춰져서는 안된다. 누가 누구를 몰아내려고 대립각을 세우고 당내 주도권 싸움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모두 구당 차원에서 나서는 것이다. 따라서 정통파 선배들의 이해를 구하도록 하겠다. 이 문제를 충분히 설명하고 협력을 요청할 것이다."

[정통모임] "강운태-유용태 사퇴 불가"... 일부 "추미애 출당" 주장도

이에 앞서 정통모임 소속 10여 명의 의원들은 22일 밤 비공개 모임을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 모임에 참석했던 김충조 의원은 2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천일정 지연 등을 이유로 사무총장과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소장개혁파와 중도파의 '강운태-유용태 사퇴'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김 의원은 "조기 선대위 출범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선대위에서 공천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선대위에서 공천작업을 벌이면) 이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며 당헌·당규 절차에도 어긋난다"고 중도파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뜻임을 시사했다. 정통모임은 24일쯤 다시 모여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음은 김충조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어제(22일) 밤 정통모임쪽 의원들 모였는데, 결론은 어떻게 내렸나.
"입장정리 된 것은 없다. 오늘 아침 추미애 의원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였다는데, 그 모임의 논의를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다."

- 추미애 의원이 물러나야 한다는 격앙된 분위기였다고 하는데.
"당이 단합해서 일사분란하게 나가야 하는데 왜 공격의 대상을 내부로 삼느냐는 얘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공격 대상을 당내로 삼아서, 오히려 지지자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당 지지도가 하락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 소장중도개혁파에서는 3가지 요구를 결정했다고 한다. 유용태 원내총무와 강운태 총장의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지금 당 공천 일정이 뒤로 쳐지는 것은 정치관련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 등 외부 요인 탓이 크다. 그런데 그걸 가지고 당직자들을 물러나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나. 마치 당직자들이 게으름을 피는 것처럼 얘기한다. 그래선 안된다. 원내총무만 해도 국회의원들이 선출한 것 아니냐. 그걸 일부 사람들이 물러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 조기 선대위 체제 출범은 동의하나.
"문제는 조기 선대위 체젠데, 그것은 좋다. 그런데 선대위에서 공천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은 이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이해를 못한다. 당헌·당규상 절차가 있는데, 선대위에서 공천작업을 집행하겠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 정통모임쪽 향후 일정은?
"가급적 당내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소장중도개혁파의 오늘(23일) 모임 결과를 보고 다시 한 번 모이기로 했다. 또 한 전 대표가 나서서 수습한다고 하니, 그쪽에도 기대하고 있다. 오늘(23일)은 일정이 없고, 모여도 내일(24일)쯤 모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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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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