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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사이 따뜻한 봄바람이 분다 했더니 메마른 매화나무 줄기에 한두송이 매화가 피기 시작했다.

늦겨울 추위를 이기고 눈속에서도 핀다는 매화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서 예로부터 설중군자(雪中君子), 청향(靑香), 옥골(玉骨) 등으로 불리었다.

강인한 절개와 지조를 최우선으로 섬긴 옛 선인들은 아마도 온갖 시련을 겪고 한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봄을 알리는 매화를 두고 이렇게 불렀는지도 모른다.

가람 이병기는 매화를 보고 이렇게 시조를 읊었다.

▲ 전남대학교 대강당 앞에 핀 매화
ⓒ 장성필
매화

더딘 이 가을도 어느덧 다 지나고
울 밑에 시든 국화 캐어 다시 옮겨 두고
호올로 술을 대하다 두루 생각나외다.

뜨다 지는 달이 숲 속에 어른거리고
가는 별똥이 번개처럼 빗날리고
두어 집 외딴 마을에 밤은 고요하외다.

자주 된서리 치고 찬바람 닥쳐 오고
여윈 귀뚜리 점점 소리도 얼고
더져 둔 매화 한 등걸 저나 봄을 아외다.


▲ 매화를 보면서 가람 이병기의 '매화'라는 시조를 생각했다.
ⓒ 장성필
늦가을 된서리에 국화마저 시들면 매서운 찬바람에도 겨우내 아무렇게나 버려둔 매화나무 등걸에서 매화가 피어 봄을 알린다는 내용이다. 서슬퍼렇던 일제의 그 억압속에서도 한송이 매화를 기다리듯이 조국의 광복을 노래한 이 시조를 읽으면서 현재 우리를 생각해 보았다.

FTA비준과 이라크 추가 파병, 청년실업, 대선 비리, 청문회 등으로 유난히 추운 겨울을 맞았기에 이른 봄을 알리는 매화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얼어붙었던 우리 모두의 마음에 작은 매화꽃 한송이씩 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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