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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둔산서 서부지구대 3팀 대원들
대전 둔산서 서부지구대 3팀 대원들 ⓒ 권윤영
경찰은 우리에게 두 가지 모습으로 인식되어 있는 듯 하다. 길을 가다 경찰을 발견하면 괜히 찜찜해하는데 반해 밤길을 걷거나 신변의 위험을 느낄 때 경찰을 만나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니 말이다.

대전 둔산경찰서 서부지구대(대장 김수기) 대원들은 언제 어느 때 만나도 후자의 모습과 가깝다. 권위보다는 친절과 인간미로 무장하고 시민들을 대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힘든 업무 속에서도 시민에게 편안함과 신뢰감을 주고 있다.

서부지구대의 아침 풍경

“새벽 3시부터 오늘 아침까지 밤새 고초를 겪었습니다.”

사무실 한쪽 의자에는 경찰들을 지난밤 내내 시달리게 한 취객이 아침도 잊은 채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보호자가 찾아왔고 그를 데리고 유유히 사라졌다. 사무실 모퉁이에는 폭력사건에 연루된 한 남자가 조서를 꾸미기 위해 앉아 있었다. 오전 10시의 서부지구대 사무실 풍경.

서부지구대 대원들은 취객으로 인해 밤새 고초를 겪었다. 지치고 피곤할 법도 하지만 매번 있는 일이기 때문인지 여유 있는 표정에서 관록이 묻어났다.

“저희가 맡은 관할구역은 두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지금처럼 조용하고 평안한데 반해 밤이 되면 불야성을 이룹니다. 유흥가이기 때문에 폭행사건이나 사사로운 시비가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경찰에게는 인내가 필요하다

서부지구대 관할 지역은 유성, 장대, 노은, 진잠이다.“둔산서 서부지구대가 어디지?”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은 예전의 유성파출소를 떠올리며 “아! 거기~”하고 무릎을 딱 치게 된다. 지역경찰제가 도입되면서 유성파출소는 인근 4개 동을 관할하는 서부지구대로 탈바꿈했다.

유성은 유흥업소가 밀집된 지역이기 때문에 다른 지구대에 비해 야간업무가 많은 편이다. 취객이 많을 뿐만 아니라 술값시비 등 싸움도 빈번하다. 신흥개발지역인 노은동은 도로가 넓고 국도 1호선을 통과하는 관문이기 때문에 주변 여건상 다른 지역에 비해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특징이 있다.

이에 서부지구대에서는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차량순찰과 도보순찰을 집중 실시하고 과속차량, 중앙선 침범 차량, 무단횡단 적발을 강화하고 있다. 대원들은 치안업무를 위해 야간에 개인차로 순찰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추영호 3팀 소장
추영호 3팀 소장 ⓒ 권윤영
지구대 3팀 추영호(38) 소장은 “예전에는 술 먹고 시비가 생기면 훈방 조치한 후 집으로 보냈는데 요즘 사람들은 인권 운운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도 못하는 실정입니다. 경미하게 진압하다가 취객한테 갖은 욕설을 듣는 것은 물론 맞기라도 하면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죠”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경찰들에게는 높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일일이 취객을 상대하며 받는 스트레스가 심하다. 시민들이 파출소와 본서에 대해 갖는 인식이 각기 다른 것도 어려움이다. 파출소에서는 큰소리를 치던 사람이 본서에 가면 순한 양이 된다.

본의 아니게 오해 아닌 오해를 받을 때도 있다. 폭행사건이 있을 시에 중간 태도에 서고 있지만 “왜 편파적으로 해주냐”는 항의도 받는다. 추 소장은 “시대가 많이 변했고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기준으로 사건을 처리하고 있으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당부했다.

잊지 못할 일화

김수기 지구대장
김수기 지구대장 ⓒ 권윤영
지난해 여름에는 차태현, 김선아 주연의 영화 <해피에로크리스마스>를 둔산서 서부지구대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극 중 차태현의 직업이 경찰이었던 것. 3개월간 가까이에서 촬영을 지켜본 대원들에게 잊지 못할 일화가 있다.

촬영팀이 영화 촬영을 위해 순찰차 한 대를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순찰차 4대 중 한 대를 빌려주고 순찰을 실시했지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했던가. 차량을 빌려주자마자 신고전화가 폭주했다. 이에 조명까지 설치하고 한창 촬영 중이었던 순찰차를 다시 돌려받았고 촬영은 장시간 지연됐다. 영화도 중요하지만 치안업무를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

서부지구대의 장점은 친화단결

서부지구대 대원들이 업무의 고충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유난히 좋은 팀 분위기 때문이다. 김수기 대장은 ‘조직화합‘을 가장 중요시한다.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화기애애한 직장 분위기를 조성해 일의 능률을 증가시키고 있다.

"경찰이 과거처럼 권위주의적이던 시대는 갔습니다. 앞으로 경찰들이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많은 시민들에게 협조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행복한 소식만 전하는 인터넷 신문, 해피인(www.happyin.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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