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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18일 오후 퇴진을 요구하는 당내 소장파의원들과의 면담을 마친뒤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당 내부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끝내 17대 총선 불출마를 거부했던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결국 코너에 몰렸다. 공천심사위에서 최 대표의 총선 불출마를 만장일치로 결정한 데다가 소장파와 중진의원들이 합세해 최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

총선 불출마 결정에 퇴진 요구까지 최 대표에겐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 이러한 상황은 최 대표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당내 지지그룹조차 외면하기 시작

최 대표는 지난 17일 열린 관훈토론에서 "총선에 불출마하면 무슨 힘으로 총선을 지휘하고 당을 끌고 가겠느냐"며 총선 불출마 요구를 거부해 당 안팎에 실망감을 안겨줬다.

최 대표는 "내 지역구인 강남갑구는 다른 사람에게 주고 내 거취는 공천심사위의 판단에 맡기겠다"며 자신의 거취문제를 공천심사위로 떠넘겼다. 그는 심지어 "전국구 말번에 갖다 놔도 좋고 1번을 줘도 좋다"며 은근히 전국구 배정에 대한 기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최 대표의 관훈토론 발언에 대해 소장파와 중진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에게 기대를 걸고 있던 한 소장파 의원은 "최 대표에게서 자기 개혁과 희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고, '최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자'고 외쳤던 양정규 의원조차 최 대표에 대한 실망감을 표시한 뒤 "당내 소장파들의 움직임을 지지하며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결국 관훈토론의 발언을 계기로 최 대표를 지지해온 당내그룹조차 그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공천심사위가 '기다렸다는 듯이' 18일 최 대표의 총선불출마를 결정한 것은 이러한 당내 사정을 극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다.

공천심사위, 총선 승리를 위한 최후의 카드를 던지다

최 대표는 그동안 당내 인사들로부터 줄곧 불출마 요구를 받았지만 그때마다 "나에게 맡겨 달라"고 차일피일 미루면서 사실상 이를 거절해왔다. 특히 김문수 위원장이 2월 초 최 대표를 면담한 자리에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그는 이를 일언지하에 거부했다고 한다.

게다가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은 무산시키고 '비리의원 감싸기'라는 비난여론이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서청원 의원 석방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당내에서는 최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결국 남경필·오세훈·원희룡 의원 등 미래연대 소속 소장파 의원들이 지난 11일 최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당시 "최 대표와 지도부는 원내 과반수 정당의 기본적 역할조차 못하고 구태정치를 재연하고 있다"며 "할 일은 못하고 '제식구 감싸기식' 석방결의안을 통과시키는 한나라당은 이제 지지자에게도 외면당하고 있다"고 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최 대표는 이들의 주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의 요구를 전해듣고 "미래연대나 잘하라고 그래"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최 대표가 기득권에 연연해 하는 동안 하락한 지지도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홍사덕 총무와 박진 대변인, 이원형 제2정조위원장 등도 줄줄이 당직을 사퇴했다. 당내에 위기감이 깊어가는데도 그는 여전히 제 머리를 깎지 못했다.

결국 번번이 기회를 내팽개친 최 대표에게 공천심사위는 총선 불출마라는 최후의 카드를 던졌다. 게다가 소장파와 중진의원들이 동시에 최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 사면초가의 처지에 놓였다. 모두 당 대표로서 '자기희생적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최 대표의 '업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 김무성, 원희룡, 맹형규, 남경필의원 등과 면담하던 최병렬 대표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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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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