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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집 앞쪽, 길에 나서면 멀리 바다가 보이고 아름다운 소나무도 보입니다.
민박집 앞쪽, 길에 나서면 멀리 바다가 보이고 아름다운 소나무도 보입니다. ⓒ 구동관
민박집 할머니의 밭은 기침소리에 잠에서 깨었습니다.

남도 끝자락 진도, 그중에서도 가장 아래쪽인 남도석성에 도착한 것은 별들이 제대로 초롱한 빛을 보이는 밤 10시가 다 되어서였습니다. 진도까지 모처럼 나선 걸음에 기왕이면 맨 아래쪽에서 하루를 묵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예까지 온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마땅한 숙소가 없었습니다. 여행지에 흔한 민박도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여 가물거리는 불빛이 반겨주는 구멍가게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방 하나를 부탁해 거센 바람에 하룻밤 몸을 피할 방에 들었습니다. 두 시간은 넘게 보일러를 돌려야 방이 따뜻해 질 거라며 할머니가 주무시는 작은 방으로 저를 들어오게 하셨습니다. 방바닥에 커다란 종이를 깔고 다시마를 말리고 있었습니다.

남도석성에는 아직 서른채 정도의 민가가 남아 있습니다.
남도석성에는 아직 서른채 정도의 민가가 남아 있습니다. ⓒ 구동관
단돈 1만원. 하룻밤 묵는 방값은 단지 기름값일 뿐이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한푼이라도 더 챙기려는 게 세상의 인심인데, 할머니는 “어떻게 돈을 받아. 그냥 하루 묵어가지.”

그래도 그냥 묵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에 “그럼 기름값으로 1원만 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구멍가게로 방을 잡는 것을 한번은 망설였습니다. 그저 망설인 정도가 아니라 마땅한 숙소를 찾아보겠다며 그곳을 되돌아 진도읍쪽으로 한참을 갔었습니다.

그렇게 되돌아가던 발걸음을 다시 잡은 것은 초롱초롱한 별빛이었습니다. 그 구멍가게 앞에서 잠시 서성이며 올려 보았던 그 하늘의 별빛 말입니다. 바람이 거세 창문이 덜컹거릴 정도의 날씨여서 별빛이 초롱한 그곳에서 한참동안 별을 볼 수는 없을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별빛을 받는 민박에 머문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으리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 밤. 행복은 손에 가득 무엇을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쥐고 있는 손을 털고, 마음을 비우는 것을 느끼고 싶습니다. 밤이 깊어 갑니다. 하여 새벽이 멀지 않습니다.

석성안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합니다. 항아리와 위성안테나가 공존하듯...
석성안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합니다. 항아리와 위성안테나가 공존하듯... ⓒ 구동관

덧붙이는 글 | 지난 15일 진도 남도석성에 다녀와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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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 홈페이지 초록별 가족의 여행(www.sinnanda.com) 운영자 입니다. 가족여행에 대한 정보제공으로 좀 다 많은 분들이 편한 가족여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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