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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구 민주당 의원이 복당 15일만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30일 한 전 대표에 대한 표적수사를 비난하며 복당 선언을 하는 정범구 의원.
정범구 민주당 의원이 복당 15일만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30일 한 전 대표에 대한 표적수사를 비난하며 복당 선언을 하는 정범구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범구 민주당 의원이 15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의 분당과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 국회 통과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한 소회를 말한 뒤 "'분열과 배신'의 정치 한자락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감내하기 어렵다"며 "이성과 대의가 실종되고 '서로 죽고 죽이기'에만 몰두하는 이전투구장이 돼 버린 선거판에 참여할 수 없다"고 불출마 이유를 밝혔다.

정 의원은 불출마 선언문에서 특히 민주당 분당, 파병안 통과 등에 대해 열린우리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의원은 파병안 통과에 대해 "지난 13일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압도적 다수로 통과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민주개혁세력의 분열이 초래한 자기파멸의 모습을 분명히 목격했다"며 "우리가 대변하고자 했던 개혁의 내용이 무엇이고 민의가 무엇이었던가 하는 심각한 회의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하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아울러 "그런 반평화적, 반역사적 결정을 내리는 현장에는 누구보다 앞서 개혁을 주창해 왔던 열린우리당의 어처구니없는 '변신'이 있었다"며 "민주개혁세력의 분열은 자신들의 정체성조차 지키지 못하는 반개혁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우리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정 의원은 또 민주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정 의원은 "오늘날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면서 "민주당은 뼈를 깎는 자기혁신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를 위해 "무엇보다 먼저 민주당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11월 11일 측근비리 특검법에 대한 한-민 공조를 비난하며 민주당을 탈당했다가 지난 1월 30일 한화갑 전 대표의 검찰소환에 항의해 복당한 바 있다.

다음은 정 의원의 기자회견문 전문.

이성이 지배하는 한국정치를 바라며
-17대 총선 불출마를 밝힙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일산주민, 그리고 당원 동지 여러분.

저는 오늘 17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을 밝힙니다.

4년전 저는 김대중 정부의 개혁과 남북한 화해, 협력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현실정치에 뛰어 들었습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저 자신과 우리 정치를 돌아보며 이제는 제가 물러날 때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 분당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아직 소수인 평화개혁세력이 분열되어서는 안된다고 믿고, 그에 따라 행동해 왔습니다.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수구냉전세력과의 싸움에서 개혁의 성과들을 확보하고 개혁세력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작은 차이들은 극복하고 연대를 최대화하자"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저의 통합노력은 저의 능력부족등으로 별 성과를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오히려 "상대방이 죽어야 우리가 산다"는 식의 반목과 대립만 커져 왔습니다.

평화개혁세력 분열은 국민앞에 그 폐해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3일, 이라크추가파병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압도적 다수로 통과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민주개혁세력의 분열이 초래한 자기파멸의 모습을 분명히 목격했습니다. 과연 우리가 대변하고자 했던 개혁의 내용이 무엇이고 민의가 무엇이었던가 하는 심각한 회의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명분 없는 전쟁에의 파병을 막아내지 못한데 대해 국회의원의 한사람으로 깊은 자괴감을 느낍니다.

각종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다수 민의는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였지만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에서 그런 민의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그런 반평화적, 반역사적 결정을 내리는 현장에는 누구보다 앞서 개혁을 주창해 왔던 열린우리당의 어처구니없는 "변신"이 있었습니다. 국민들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개혁인지 분간할 수 없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렇듯 민주개혁세력의 분열은 자신들의 정체성조차 지키지 못하는 반개혁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런 "분열과 배신"의 정치 한자락에 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감내하기 어렵습니다.

사랑하는 일산주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동지 여러분!

지난 4년동안 많은 사랑으로 저를 아껴 주시고 키워 주신데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충분히 보답 드리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많은 지역주민과 당원동지들은 "정치개혁과 일산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출마해야 한다"고 저의 불출마를 말렸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렇게 불출마를 결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점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고 합니다. 나설 때가 있으면 물러설 때가 있는 것입니다. 저는 민주개혁세력의 통합운동을 추진하면서 '통합이 안되면 민주개혁세력의 미래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고, 이런 점에서 불출마도 신중하게 고려하겠다는 것을 여러 차례 밝힌바 있습니다.

실제로 민주개혁세력의 분열 속에서 "죽기 살기식 올인정치"가 횡행하는 가운데, 과연 어떤 정책과 미래에 대한 약속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할 수 있겠습니까? 이성과 대의가 실종되고 "서로 죽고 죽이기"에만 몰두하는 이전투구장이 되어버린 선거판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저의 깊은 고뇌를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땅의 인권과 민주화, 한반도 평화, 서민과 중산층 중심의 사회경제정책등을 내세운 민주당의 정강정책에 찬동하여 민주당 공천으로 16대 국회에 진출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만감이 교차합니다. 이 민주당을 그 지지자들에게 되돌려 주고, 보다 더 국민 속에서 사랑받는 정당으로 태어나기 위해 민주당은 뼈를 깎는 자기혁신의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민주당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사회 각 분야의 비리부패 척결, 인권신장, 평화,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비타협적으로 싸우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만이 민주당은 이 땅의 주요한 정치세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남은 기간동안 제가 사랑했던 민주당이 다시 국민 속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정치세력이 될 수 있도록, 작지만 한 알 밀알의 심정으로 백의종군하겠습니다. 이것이 저를 지지했고 민주당을 지지했던 분들에 대한 마지막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저를 아껴 주시고 지켜봐 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2004년 2월 15일 국회의원 정 범 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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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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