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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두 시민단체로 부터 수상의 영예를 안은 한화교 씨
대전지역 두 시민단체로 부터 수상의 영예를 안은 한화교 씨 ⓒ 심규상
“이렇게 큰 상을 주신 것은 부당한 지시에 맞서 국가의 조세권을 끝까지 지키라는 뜻임을 잘 압니다. 고위직 공무원들의 부조리를 없애는데 일조 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한화교(47·전 대전지방국세청 감사계장. 현 경북 영덕세무서 근무)씨의 얼굴에 웃음이 깃들었다. 국세청의 특정기업 세금감면 비리 의혹을 폭로한 지 꼭 1년 3개월 만이었다. 그는 지난 12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로부터 ‘참여시민상’을 받았다. 오는 16일에는 대전경실련으로부터 ‘사회 정의상’을 받는다.

하지만 그의 수상소감처럼 “당연한 일에 대한 과분한 상”은 결코 아니었다. 한씨는 1년 전 <오마이뉴스>와의 첫 인터뷰를 하던 중 눈물을 보였다. “이대로 죽기는 억울하다. 한 사람이라도 손을 잡아줄 사람이 있으면 바랄 게 없다"는 대목에서였다.

그의 절실한 소망은 이루어졌다. 경실련이 손을 잡았고 감사원 감사, 부패방지위원회 조사가 이뤄졌다. 또 검찰 수사 또한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그는 감사원 감사에 대해서는 “국세청 얘기만을 그대로 받아들인 면죄부 감사였다”고 지적했다.

지난 해 초 감사원은 부패방지위원회에 앞서 한씨의 주장에 대한 감사를 벌였지만 부패방지위 조사결과와는 달리 ‘세금 부당감면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한씨는 1년여 동안 가장 어려웠던 일을 “국세청 내부와 전문가 집단들이 끝까지 자신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지 않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오마이뉴스>와 검찰의 수사의지에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씨는 “사법처리는 검찰에서 할 일이지만 부당한 지시를 내린 회사 임원과 국세청 고위공직자 외에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중·하위 공무원의 처벌은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씨는 이어 “하지만 표적감찰을 통해 이유 없이 개인을 궁지로 몰아 넣은 국세청 감찰라인에 대해서는 형사고발을 통해서라도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게 정당한 감사권 입니까?" 한씨가 강제 연행당시 찢어진 옷가지와 부러진 안경을 내보이고 있다.
"이게 정당한 감사권 입니까?" 한씨가 강제 연행당시 찢어진 옷가지와 부러진 안경을 내보이고 있다. ⓒ 심규상
한씨는 정당한 감찰 요구에 응하지 않아 하향전보 했다는 국세청의 주장과 관련 연행 당시 찢어진 바지와 혈흔이 남아 있는 웃옷, 깨어진 안경, 팔에 남겨진 상처 자욱 등을 제시하며 “신분증도 제시하지 않은 채 무작정 끌고 가는 사람들을 어떻게 감찰요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부당한 인사라고 강조했다.

한 씨는 지난 12일 오후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영덕에서 올라오자마자 시상식 직전까지 1시간여 동안 인터뷰에 응했다.

다음은 주요 인터뷰 요지

- 대전참여자치연대와 대전경실련으로부터 각각 ‘참여시민상’과 ‘사회 정의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 소감을 밝혀달라.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두 단체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감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국가의 조세권을 지키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큰 상을 준 것은 앞으로도 끝까지 맞서 유종의 미를 거둬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앞으로도 고위직 공무원들의 부조리를 없애는 데 일조 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 국세청은 한 씨가 정당한 감찰 요구에 응하지 않아 하향전보 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일은 한마디로 부패한 국세청 감찰조직이 만들어낸 참극이다. 문제가 불거지기 전 국세청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은폐조작하고 협박했고, 특별감찰반을 편성 해 표적감찰을 벌였다. 강제연행 당일에는 공무원증도 제시하지 않은 채 다짜고짜 나를 끌고 갔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끌고 가는데 순순히 따라 나서는 사람들이 누가 있나.

(가방에서 옷가지들을 꺼내 보이며) 여기 피묻은 윗옷과 찢어진 바지, 깨진 안경을 봐라. 연행 당시 입고 있던 옷과 끼고 있던 안경이다. (팔을 걷어 보이며) 여기에 남아 있는 상처를 봐라. 이 모든 것이 강제연행이고 부당한 감찰권 행사였음을 입증하고 있다.”

- 내부고발 당시와 현재 상황은 어떻게 다른가
“시민단체인 경실련이 나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감사원 감사, 부패방지위 조사, 검찰의 수사가 이어졌다. 사건의 실체 파악를 향해 다가갔고 거의 실체에 접근했다고 본다. 하지만 감사원의 경우 면죄부 감사에 다름 아니었다. 국세청 주장을 그대로 받아 들여 부당한 세금감면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감사원은 또 내가 대전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발 당사자인 나를 단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았다. 직무를 태만히 한 것이거나 면죄부 감사를 한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이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본다. 다행히 부패방지위원회가 나의 주장을 입증, 검찰에 통보해 검찰 수사가 이뤄지게 하는 밑거름이 됐다.”

- 검찰 수사는 어디까지 진행됐나?
“개인적으로 검찰의 수사의지를 높게 평가한다. 현재 탈세 부분은 대부분 다 밝힌 것으로 안다. 남은 문제는 국세청의 조직적 개입여부와 사법처리 방향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수사상황은 알지 못한다.”

- 내부고발 이후 국세청 내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적어도 이 일과 관련 국세청 내에서 잘못을 시인하거나 반성하는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다. 일례로 부당한 감찰활동을 한 관련자들이 승진하는 등 아직까지 건재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 수사가 끝나 세금 추징이 이뤄지면 국세청 고위 관계자, 이를 기획하고 은폐 조작한 감찰라인 및 표적감찰을 행사한 감찰요원 6명, 사실확인 없이 영덕으로 부당 하향전보 조치한 인사라인 등을 직권남용, 직무유기 및 폭력 등의 법률위반 행위로 고발조치 할 생각이다.”

- 그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은?
“국세청 내부와 전문가 집단들이 끝까지 내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지 않은 것이다. 일반인들은 세무와 관련 잘 알지 못하나 국세청 내부 사람들과 전문가들이 본다면 극히 상식적인 내용이다. 그런데도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없었다.”

- 그렇다면 그동안 어디서 힘을 얻어 버텨왔나.
“검찰의 높은 수사의지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모든 언론기관이 외면하는데도 끝까지 파헤쳐 이를 수 십 차례에 걸쳐 보도해 준 <오마이뉴스>다.”

- 이 건이 어떻게 처리되길 원하나
“우선 세금을 추징해야 한다. 사법처리는 검찰에서 할 일이다. 하지만 부당한 지시를 내린 회사 임원과 국세청 고위공직자 외에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중·하위 공무원의 처벌은 원하지 않는다. 역으로 윗 선이 개입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만큼 해당 기업 임원과 국세청 고위 관계자에 대해서는 처벌해야 한다. 또 하나 표적감찰을 통해 이유 없이 개인을 궁지로 몰아 넣은 국세청 감찰라인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다.”

- 이 건 처리와 관련 현 시점에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말한 대로다. 사건의 진실을 밝혀 국세청 개혁의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 검찰에서 수사의지를 꺽지 않고 초지일관 진실을 밝히는 일에 박차를 가해 나간다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 영덕 생활은 어떤가. 2월 말 정기전보 인사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인사 희망지를 제출했나.
“영문도 모른 채 경북 영덕세무서로 발령 받아 사실상 보직도 없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직원들과 오랫동안 교우 하다보니 서로 믿음이 생겨 대전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외에 큰 어려움은 없다. 영덕에 전보된 것은 내가 희망해 간 것이 아니지 않나. 불시에 이유 없이 전보 발령됐다. 때문에 희망지를 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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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교씨, 대전참여자치연대 시상식에서 밝힌 수상소감

2002년 12월 대전시청에서 첫 기자회견 할 때만해도 수상의 영광이란 상상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당시 일부 기자들이 총선에 출마하려고 하느냐고 물었을 때 저는 그런 능력이나 자격도 없으며 이 건으로 진잠(대전교도소)에 가 있던지 잘 처리되면 고향에서 개를 기르며 지낼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진잠에도 가지 않았고 개도 기르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국가공무원 신분을 유지하면서 이런 큰 상을 받고 보니 오히려 제가 행운아가 아닌 가도 생각해 봅니다.

감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인데 큰 상을 주신 것은 부당한 지시를 하는 국가권력에 맞서 싸워 국가 조세권을 지켰다는 점과 또 하나 앞으로도 끝까지 싸워 유종의 미를 거두어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제가 속한 국세청 조직의 99%를 차지하는 중하위직 공무원들은 업무 전산화와 담당제 폐지 등으로 무척 깨끗해 져서 부조리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과거 담당자들이 누리던 권한이 나머지 1%의 고위직에 쏠려서 부조리 건수는 현격히 줄은 반면 소수의 건은 고질화되고 지능화 되어 세정개혁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임을 지난 1년간의 각종 고위직 세금비리 사건을 통해 여러분 모두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들 고위직 공무원들의 부조리를 없애는데 일조할 것임을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끝으로 모든 언론기관이 외면하는데도 수십여 차례의 보도를 통해 끝까지 국세청 세무비리를 파헤쳐 진실을 밝힌 <오마이뉴스>에 깊은 감사의 말씀과 더불어 오늘의 수상의 영광을 모두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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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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