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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오른쪽)과 서태지씨(왼쪽)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오른쪽)과 서태지씨(왼쪽)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서태지 컴퍼니

전 대통령과 문화 대통령과의 만남이 이뤄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가수 서태지씨가 10일 오후 3시 서울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에서 처음 만났다. 검은색 재킷과 힙합 스타일의 카키색 면바지에 흰색 운동화 차림으로 오후 2시45분께 도서관에 도착한 서씨는 약속 장소인 5층 집무실에서 김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두 사람의 만남은 총 40여분간 이뤄졌다. 이날 만남은 첫 5분만 일부 취재진들에게 공개되고 나머지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전 대통령이 "오늘 가장 반가운 손님이 찾아와 기쁘다"고 인사를 건네자, 서씨는 "3년 동안 정성껏 만든 것"이라며 최근 낸 7집 앨범 'Live Wire'를 선물했다.

김 전 대통령은 "방송하는 데 말썽이 있는 것 같다"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고, 서씨는 "심의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그래서 팬들이랑 싸우고 있다"라며 웃으며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젊은 음악은 잘 모르지만 태지씨는 서양의 록음악을 우리 음악과 접합시킨 걸로 알고 있다, 그것이 높은 음악성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며 "나운규가 영화사에서 그렇듯이 서태지씨도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노벨상과 더불어 춘사 영화제(나운규 기념사업회 주최)에서 공로상 받은 것이 가장 큰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정부가 나서서 문화일꾼들을 도와줘야 하지만 간섭하는 것은 오히려 이들을 죽이는 일"이라고 대중문화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만남을 끝낸 서씨는 김대중 도서관을 돌아본 뒤 오후 4시50분께 1층 주차장으로 나와 검정색 그랜저 승용차를 타고 도서관을 나섰다.

한편 도서관 주변에서 서씨를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팬 30여명은 서씨가 모습을 드러내자 "오빠"를 연호했다. 서씨는 차를 타기 전 환호하는 팬들을 향해 잠시 미소를 지어보이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 동안 서태지의 사회참여의식이 담긴 음악에 호감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서태지의 삶과 음악을 다룬 MBC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서태지 2004년 12월 9일'에 김 전 대통령의 인터뷰가 실린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이 프로그램에서 "서씨는 21세기 새로운 시대의 음악과 춤에서 선구적 역할을 했고, 젊은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인생을 사는 데 영향을 주었으며, 단순한 가수가 아니라 사회적인 뜻을 가진 가수"라고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서씨 역시 "이런 김 전 대통령의 관심에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서태지 컴퍼니측은 밝혔다. 컴퍼니측 관계자는 "서씨가 오랜 기간 민주화와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해오신 분으로서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재임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정계의 중심 인물이라서 자칫 주변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워 했다"고 말했다.

서태지컴퍼니 안우형 대표는 "그러나 현재로서는 김 전 대통령이 정계에 계신 분이 아니기에 별다른 오해를 살 여지가 없고 오랜 기간 자신에 대해 깊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신 분이기에 태지씨도 이제는 편안하게 김 전 대통령을 찾아 뵙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며 이날 만남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끝낸 서태지씨가 DJ 도서관에서 나와 대기하던 차량에 올라타자 기다리던 팬들이 차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김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끝낸 서태지씨가 DJ 도서관에서 나와 대기하던 차량에 올라타자 기다리던 팬들이 차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빨리 결혼해야 제2 서태지가..."
비공개 대화에서 무슨 말 오갔나

다음은 DJ와 서씨간의 비공개 대화 내용을 서태지 컴퍼니 측에서 보내온 것을 추린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한평생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였고 이를 위한 기반을 닦는 세월을 보내왔는데 이제는 태지씨 같은 예술인들이 이러한 토대 위에 한국을 빛낼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어주었으면 한다"고 희망을 피력한 뒤 "한반도에 평화가 계속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서씨는 "그간 평화통일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음악인으로서 좋은 계기가 생긴다면 꼭 기여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뒤이어 김 전 대통령은 서씨가 아직 미혼인 점을 들어 "빨리 결혼해야 제2의 서태지가 탄생할 것 아니냐"며 농담을 건냈고, 서씨는 이에 "아직까지는 음악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싶기 때문에 결혼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웃으며 답했다.

김 전 대통령은 서씨가 선물로 전달한 서태지 7집 CD에 많은 관심을 표했으며, 이에 답하듯 '김대통령과의 만남'이라는 저서에 "친애하는 서태지씨에게"라는 문장의 사인을 넣어 서씨에게 전달했다.

"이제는 젊은 세대의 시대고 서태지와 같은 사람들이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김 전 대통령의 당부와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항상 건강하시라"는 서씨의 답변으로 담소를 끝낸 후 서씨와 김 전 대통령, 그리고 이희호 여사는 함께 기념촬영을 하면서 자리를 마무리했다.

비서관이나 통역관, 김대중 도서관 관계자 등은 미리 구입한 서태지 7집 CD를 내밀며 서태지에게 사인을 부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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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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