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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숙 의원(가운데)은 지난달 29일 열린 ‘17대 총선 한나라당 여성공천자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여성후보의 경쟁력이 없다”는 의견에 대해 “여성이 경쟁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선출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연숙 의원(가운데)은 지난달 29일 열린 ‘17대 총선 한나라당 여성공천자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여성후보의 경쟁력이 없다”는 의견에 대해 “여성이 경쟁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선출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 김희수
여성공천 어떻게 할 것인가. 한나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지난달 29일 한나라당 여성공천신청자들의 단체 행동에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17대 총선 한나라당 여성공천자 출마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여성공천신청자는 “우리 보고 ‘공천 피라미들이 모였다’고 수군거린다. 강력하게 뭔가 보여줘야 한다”며 결의를 보였다.

여성공천신청자들은 기자회견에서 △강세 지역 여성 기획 공천 △분구 및 현직의원 불출마지역 여성 우선 공천 △지역구 여성공천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공정한 심사를 통한 여성비례대표 선출을 요구했다.

이날 행사는 한나라당 여성위원회(위원장 김정숙 의원)가 주최한 것으로 전체 86명(지역구 28명, 비례 58명)의 여성공천신청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0여 명이 참석했다. 최병렬 대표는 이날 마침 서청원 전 대표의 구속과 관련해 당원들이 대표실을 방문에 항의하는 바람에 대표실에 갇혀 여성공천신청자들의 기자회견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공천심사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김문수 의원이 여성공천신청자들과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었다.

한나라당의 고민은 경쟁력 있는 여성 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는 데 있다. 이날 김문수 위원장은 “여성이 한나라당 단독 후보로 출마할 경우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부산, 대구, 서울 서초·강남, 경기 분당·용인·수지”라며 “이 지역들에 여성 기획 공천을 검토하고 있지만 막상 이들 지역에 여성을 공천했을 경우 과연 승산이 있느냐 하는 것이 지도부의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김 위원장은 “사실 공천을 받았다가 낙선할 경우 여성 스스로도 역풍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부작용도 많을 것”이라면서 “당으로서는 ‘이기는 후보’를 공천할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여성은 당의 기여도와 관계없이 무조건 배제하고 있다”면서 “도의원 경력자 중에서도(총선) 초선 도전자는 거의 탈락시켰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대안으로 부산과 경기도 각각 한 곳에 여성 단독 후보를 공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기 고양시 일산갑에 공천을 신청한 오양순 지구당위원장은 “여성이 경쟁력이 없어 공천을 못한다는 말은 20년 된 레퍼토리”라며 “여성들의 국회 진입을 막기 위한 변명”이라고 비난했다.

이연숙 의원도 “경쟁력이 낮다는 말은 고정관념에서 나온 말”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 의원은 “여성국회 의원들이 의정활동평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현 상황은 여성들의 의원 자질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국회의원 선출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라며 “부산 지역의 최근 여론조사를 보니 남자들 뽑으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최병렬 대표가 “이효리 같은 여성을 영입해야 한다”고 발언한 부분과 관련, “남성 의원들의 여성에 대한 인식에 화가 난다”면서 “어디 탤런트 권상우 같은 남자는 없나? 한나라당 여성들이 다 벗고 나서야 하나?”라고 말하며 씁쓸한 웃음을 주고받았다.

한나라당 당헌 당규 ‘제5장 공직후보자의 추천’ 제97조 3항에는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의 30%는 여성으로 하도록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17대 총선 한나라당 지역구 공천신청자는 남자 697명, 여자 28명으로 여성의 비율은 4%에 불과하다.

현 지역구 227석을 감안해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당헌 당규에 따라 공천자를 선정한다면 여성공천신청자가 모두 공천돼도 부족한 셈이다.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겠다고 모인 여성공천신청자들의 회의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3시간 가량 진행됐지만 최병렬 대표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행사 전날 급하게 연락을 받고 새벽에 고속버스를 타고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한 참가자는 “7시간이나 걸려 서울에 왔는데, 당 대표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아무 성과 없이 돌아가야 한다”면서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성종합신문 <우먼타임스>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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