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임용고사에 동시합격한 박현정(오른쪽), 희정 자매.
임용고사에 동시합격한 박현정(오른쪽), 희정 자매. ⓒ 권윤영

“자매처럼 때론 친구처럼 지낸답니다. 서로에게 쌍둥이자매가 있다는 것이 합격의 가장 큰 비결이기도 하지요.”

지난달 28일, 박현정(24)씨네 집에는 경사가 겹쳤다. 영어교육과에 재학 중이던 현정씨와 동생 희정씨가 모두 대전지역 임용고사에 합격한 것. 무엇보다 이색적인 것은 두 자매가 일란성 쌍둥이라는 사실이다.

현정씨가 희정씨 보다 30분 먼저 태어난, 엄연한 언니다. 현정씨는 중학교 시절부터 영어교사의 꿈을 키웠고 희정씨는 진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영어교사를 선택했다. 쏙 빼 닮은 외모 외에도 취향과 성격 심지어 목소리까지 비슷한 이들이 예비교사 대열에 들어섬으로써 교사인 부모의 대를 이은 교사 가족의 탄생을 코앞에 두고 있다.

“너무 기뻐서 실감이 안나요. 최종 합격발표를 기다리던 2주간의 시간이 너무나 힘들었어요. 악몽도 많이 꾸고 아침에 일어나면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했죠.”

교사가족 탄생과 쌍둥이 자매의 합격을 축하하는 파티를 열기도 했다.
교사가족 탄생과 쌍둥이 자매의 합격을 축하하는 파티를 열기도 했다. ⓒ 권윤영
동시합격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이들 자매가 이구동성으로 꼽은 가장 큰 합격비결은 같은 공부를 했다는 점이다. 임용고사에 대한 정보를 나누거나 면접을 준비하면서 서로 질문하고 대답해주는 것은 물론 수업 실연을 준비할 때는 서로 학생이 되어주며 잘못을 지적해주기도 했다.

1차 필기시험 후 2차 시험인 논술, 수업지도안, 면접, 수업실연에서 합격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수업 실연을 하는 동안에는 긴장 때문인지 심적 고통을 느끼기도 했다. 시험을 준비하는 내내 공부가 안될 때의 우울함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은 이들 자매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에도 쌍둥이라는 점은 빛을 발했다. 서로 토닥토닥 격려와 위로를 해가며 시험을 준비해 올 수 있었던 것. 쌍둥이 자매의 축복과도 같았다.

“서로 다른 대학에 진학했기에 공부를 할 때는 각자 스터디 그룹을 이용해서 해왔어요. 하지만 제가 힘들 때나 공부가 안될 때는 동생에게 전화하곤 했는데 희정이가 제 스트레스를 다 받아주고 힘이 돼줬답니다. 같은 시험을 준비하니까 통하는 것도 많고 의지가 많이 됐어요.”

시험을 앞두고 다들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친구들에게는 힘들다고 투정하기도, 공부를 방해하는 일도 미안한 일이었다. 그럴 때마다 자매는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다.

이들 자매는 중학교 때까지 늘 붙어 다니던 반쪽이었다. 같은 학교에 다닐 뿐만 아니라 뭐든지 함께 해오다가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 배정되자 눈물을 펑펑 쏟기도 했다.

동생 희정씨.
동생 희정씨. ⓒ 권윤영
30분 먼저 태어난 언니 현정씨.
30분 먼저 태어난 언니 현정씨. ⓒ 권윤영
“고등학교 때 떨어져 있던 것이 좋은 경험이 됐던 것 같아요. 혼자 사는 법을 알았다고나 할까.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기도 했고 친구를 사귀는 법도 알았어요. 솔직히 자매를 넘어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하니까 중학교 때까지는 진짜 친한 친구의 소중함을 몰랐거든요.”

지금도 종종 싸우기도 하지만 따로 화해를 청하는 일은 없어도 된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기에 물 흐르듯 넘어가 버리면 그만이기 때문. 영화도 같이 보고 뭐든지 함께 해도 지루할 새가 없다. 속내를 모두 드러낼 수 있는 제일 친한 친구가 평생 곁에 있다는 사실에 이들은 감사하고 있다.

지난 2001년에는 함께 영국유학을 떠나기도 했다. 영국 유학기와 배낭 여행기를 묶어 ‘쌍둥이의 영국 유학연수 배낭여행기’란 제목으로 책을 냈을 정도로 이들은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 자매는 합격통보를 받은 이후 첫날 부임해서 학생들에게 뭐라고 말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곤 한다. 설레임 반, 걱정 반 속에 자신이 교단에 섰을 때의 모습을 상상해 보던 현정씨와 희정씨는 다부진 계획을 밝혔다.

“흔하면서도 실천하기 힘든 교사상인 것 같아요. 알고 있는 지식을 학생들에게 잘 전달해주는 능력 있고 휴머니즘을 간직한 교사가 되고 싶어요.”

“저도 실력을 갖추고 항상 배워 나가려는 열의가 있는 적극적인 교사가 되고 싶어요. 영어공부도 계속 해야죠.”

덧붙이는 글 | 행복한 소식만 전하는 인터넷 신문, 해피인(www.happyin.com)에도 실렸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