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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느릿느릿 박철
'느릿느릿 이야기' 가족 모임이 1월 30일 온양 한국증권연수원에서 있었다. 지난해 가을 모임 이후로 두 번째 갖는 오프라인 모임이었다. 온라인으로만 서로 생각이나 느낌을 나누다가, 서로 얼굴을 마주 하고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우리집 식구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외출 준비를 했다. 온집안 식구들이 총출동하려니 준비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아침 10시 정각에 집에서 출발을 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안개가 심해서 앞이 잘 보이질 않는 것이다. 배터에 도착하여 보니 꼬리를 물고 길게 이어진 차량 행렬과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안개가 심하여 배가 안 다닌다고 한다.

강화에서 첫 배가 아침 7시 30분인데 아직 첫배도 뜨지 않았다. 안개가 심하여 바다 건너편이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이럴 때에는 안개가 걷힐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배를 기다리는 대합실에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 느릿느릿 박철
내가 아내에게 "이러다가 잘하면 못 갈 것 같은데"라고 했더니 아내 옆에 있던 은빈이가 "아빠, 잘하면 못 갈 것 같은데가 무슨 말 이예요? 잘못하면 못 갈 것 같은 데가 맞지요. 그러면 아빠는 못 가길 바랬어요?" 한다.

"그래. 은빈이 말이 맞다. 그럼 너는 어디 가려고 나왔는데?"
"느릿느릿 가족 모임에 가려고요."
"그럼, 너는 왜 가는데?"
"나도 느릿느릿 가족이니까요."

잠자코 있던 아내가 은빈이와 나와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당신은 왜 빨리 가야 한다고 그래요? 하느님이 오늘 느릿느릿 가족 모임에 느릿느릿 가라고 그러시는 모양인데." 할 말이 없어졌다.

그렇게 배 터에서 3시간을 기다렸더니 안개가 걷히고 첫배가 도착했다. 강화에 도착해서 느릿느릿 가족인 박 여사 부부를 만나 승합차를 타고 온양 약속 장소를 향해 달렸다. 서해안 고속도로는 비교적 정체 구간 없이 시원하게 뚫렸다. 온양 한국증권 연수원에 도착하고 보니 약속 시간에서 5분이 지나 있다.

ⓒ 느릿느릿 박철
조금 기다렸더니 느릿느릿 가족들이 속속 도착했다. 서울에서, 안양에서, 강화에서, 인천에서, 부산에서…. 주로 승용차를 이용해서 왔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모이지는 않았다. 어른 20명, 중학생 2명, 어린이 6명이 모였다. 느릿느릿 가족의 한 사람으로 필명이 '한우아'라는 분이 모든 준비를 도맡아 해 주고 우리 일행을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대부분 처음 뵙는 분들이지만 그동안 느릿느릿 홈에서 글을 통해 만났었기에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

이미 <느릿느릿 이야기> 홈을 통해 기본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었기에 금방 마음을 열어 놓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글과 얼굴 모습이 비슷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혀 다른 분들도 있었다. 필명이 '하얀모래'라고 통하는 댓글 전문가는 평소에 논리 정연한 주장과 글솜씨로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던 분이었는데 직접 만나고 보니 개구쟁이 소년같이 천진난만한 분이셨다. 또 코주부라는 필명으로 활동하시던 분은 코가 얼마나 크길래 '코주부'가 되었을까 궁금했는데 직접 만나고 보니 과연 생각보다 코가 상당히 크셨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일행 모두 식당으로 향했다. 부산에서 오신 두 분이 오늘 느릿느릿 가족 모임을 위해 엄청난 양의 회를 사오셨다. 풍성한 식탁과 즐거운 대화가 오고간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친구들을 만난 것처럼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 느릿느릿 박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강당으로 옮겼다. 빙 둘러 앉아 돌아가며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에 대한 친밀감으로 이미 친숙하게 되어 조금도 막힘이 없이 자기 소개를 한다. 현직 국어 교사이신 어느 선생님이 자기 소개를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전에 아들이 인터넷에서 사귄 모임에 나갈 때,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얼굴 보고 만나면 괜히 실망하고 그런다고, 현실 생활에서 만난 사람들도 다 만나고 살기 바쁜 세상에 할 일도 되게 없는 웃기는 녀석들이라고 비웃었었습니다. 그러던 내가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니까 인터넷으로 좋은 사람 사귀는 것이 정말 가능한 것 같습니다.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어요. 내가 마음의 문을 여니까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보이고, 마음이 드러난 게 글이니까 글이 아름다운 사람들은 마음도 아름다워서 느릿느릿 가족 모임에 모인 사람들을 보며 참 기쁘고 감사합니다."

이어서 천안에서 목회하는 신화철 목사의 노래 공연이 시작되었다. 신화철 목사는 이미 십여 년 전부터 <고난 중창단>을 조직하여 정기공연을 하는 등 많은 활동을 해 오신 분이었다. 직접 작곡한 노래를 위주로 선을 보였다. 대부분 노래의 주제는 '통일, 평화, 나눔' 등으로 영적인 감화력을 주는 노래를 열창하여 느릿느릿 가족 모두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 느릿느릿 박철
노래 공연을 마치고 느릿느릿 가족의 명사회자 문동신씨의 사회로 레크리에이션이 시작되었다. 어린이 세대로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한 마음이 되었다. 그 다음은 윷놀이 대회를 열었다. 네 명이 한 팀이 되어 6개조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기를 가졌다. 발을 구르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윷놀이 재미에 흠뻑 빠져들었다. 모든 공식 행사를 마치고 나니 밤 11시가 되었다. 방 배정을 받아 아쉽게 내일 아침을 기약하며 헤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각자 짐을 갖다 놓더니 누가 모이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한 사람 한 사람 내 방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내가 간식으로 준비해간 상수리 묵을 밤참으로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나는 평소 저녁 9시 30분에 취침을 하는데 밤을 꼬박 밝혔다. 새벽 4시가 지나서 잠자리에 들었다. 두어 시간 제대로 잤을까 아침 7시에 일어나 대충 씻고 아침 식사를 했다. 밤을 꼬박 밝혔는데도 피곤한 기색이 없다.

ⓒ 느릿느릿 박철
이제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기념 촬영을 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 다음 만날 날을 기약하며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토요일 아침,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따로 만나기로 약속이 되었던 모양이다. 현충사 구경을 하고 함께 점심밥을 먹고 오후에 헤어졌다고 한다.

세상이 살벌하다고 한다. 인정이 각박해져 간다고도 한다. 현대는 벗이 없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이로우면 서로 벗이 되고 손해가 되면 서로 원수가 된다고 한다. 이익 때문에 벗이 되는 경우는 없다. 서로 마음이 통해서 벗이 된다. 현대는 고독한 성주(城主)가 되어 성문을 걸어 잠그고 서로의 내통을 거부하는 단독자처럼 살아간다. 그처럼 누구나 벗을 소망하면서도 벗을 사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사랑하는 마음을 읽어버린 탓이다.

나는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함께 외롭고 그리움에 목말라 하는 분들과 함께 현대인이 잃어버린 삶의 소중한 가치를 되찾고자 한다. 이심전심 전국 각지에서 그리고 해외에서 많은 벗들이 함께 찾아와 주었다. 우리들의 우정과 교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울에 사시는 이미경님이 보내온 가족 모임에 참석하고 보내온 소감 한 토막을 소개하려고 한다.

ⓒ 느릿느릿 박철
"이번 모임에 생각보다 많은 가족들이 함께 하지 못하여 서운했고, 만남의 시간이 너무 짧아 밤을 지새워야만 했던 아쉬움은 있었다.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앞만 보고 살다가 이런 '느릿느릿'을 알게 되어 서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것도 큰 축복인 것 같다.

그런데 그것에 그치지 않고 활자 속에서 이탈하여 잡히지 않았던 실물들을 대면할 수 있어 행복했고, 그리고 그들의 생각이 나와 같았음을 확인할 때 또 한번 놀랐고, 일상으로 돌아가 삶의 모습이 제 각각 다르지만 만남을 통하여 표정과 행동이 각인 되어 있어 만남이 있었던 이들이 글을 올릴 때 그 글들이 단순히 활자에 그치지 않고 옆에 함께 하며 이야기하는 양 느껴질 때 또 다른 행복을 맛볼 것이다.

ⓒ 느릿느릿 박철
그런 우리의 만남은 만남으로 끝나지 않고 애정을 실을 수 있는 관계로 나아가는 것 같다. 잔잔한 행복을 맛보는 곳이지만 앞으로도 느릿느릿이 많은 이들로 하여금 행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제 2차 느릿느릿 가족모임 참관기

▲ 코주부 박상준님
기다리고 기다리던 만남의 날인 오늘 한우아님이 상세하게 알려준 약도 한 장을 가지고 약속의 장소로 향했다. 약간의 긴장과 설레임을 가슴에 안으며 연수원에 도착하니 한우아님이 단번에 알아보시고 반가이 맞아주셨다.

내 코를 보고 알아보신 걸까? 아니면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 알아보신 걸까? 아직 가족이 도착 안하셨으니 차 한잔 드시면서 원내 산책하시라면서 손님맞이 준비를 하시는데 보기가 아름다웠다.

느릿느릿 시계는 "똑이노 딱이노"하고 도는데 나의 사제 시계가 적응을 못했던 것 같다. 아름다운 원내를 40분 정도 산책하고 돌아오니 박 목사님 가족과 윤 목사님 가족이 도착하여 인사를 나누었는데 느릿느릿 이야기를 통하여 보고 들어서인지 처음 보는 분들 같지 않은 반가움과 편안한 분위기다.

신화철 목사님의 찬양을 함께 따라 부르면서 은혜의 시간을 가졌고 뒤이어 소개 시간 내 옆에 쎄실리아님, 은경님, 하얀모래님, 동해바다님이 앉았는데 쎄실리아님은 닉네임을 보고 수녀님으로 알았는데 교수님이라고 하신다. 나보다 2-3년 연배로 보았는데 환갑을 지나 진갑이 지났다고 하시어 완전히 큰 코가 납작코 되어버렸다. 나보다 3년 많은 은경님과 쌍둥이 자매 누님으로 부르겠다. 그날 똑같은 모자를 쓰고 오신 것처럼…. 은경님과 같이 앉아 말씀 나누는 모습 보기에 참 아름다웠다.

하얀모래님은 여자인줄 알았는데 만나보니 나와 체격이 비슷한 우렁차고 빠른 속도의 말씀을 구사하는 경상도 사나이였다. 회를 잔뜩 사와서 모든 가족의 입과 귀, 눈을 즐겁게 해주신 얼굴이 하얀 하얀모래님! 코 골았다고 이미지에 흠집 낸 것 용서하소서! 사과드립니다.

햐얀모래, 동해바다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코주부가 하루 동거(?)에 들어갔다. 남자들은 같이 목욕하거나 자고 나면 정이 든다고 했는데 맞는 것 같다. 헤어질 때까지 식사도 앞, 옆에서 같이 했으니까. 저녁에는 쎄실리아님이 젊음으로 죽이더니 아침에는 동해바다님이 몸으로 두 번 죽였다. 마라톤으로 단련된 몸매가 "짱"이다.

마라톤 풀코스 최고기록이 2시간 52분이라 하면서 나한테 40분간에 걸쳐 새벽 강의하시며 코주부형은 운동 했으니까 마라톤을 하라고 권유한다. 그날도 새벽에 한 시간 정도 뛰고 온 분이다. 오락시간에 문동신님과 껴안고 스킨십을 했는데 인격(?)이 둘 다 많이 나와 거리감(?)이 느껴졌는데 동신님 어때요? 푸근하고 좋았죠. 손빨래하는데 지장 있으니 적당히 빼십쇼.

호빈, 의빈, 은빈, 지수, 지후등과 윶 놀이, 제기차기하면서 옛날 제기차기 실력도 뽐내면서… 모처럼 동심에 세계에 빠졌다. 밤이 늦도록 도토리묵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말씀이 없으시던 윤 목사님의 농민에 대한 열정과 농촌교회 살리려면 도시의 교회가 농민과 직거래나 생협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말씀, 학교 교사로 교회 목회자로 계시면서 젊은이들을 주님의 품으로 인도하시는 기린목사님, 머리 스타일과 목도 길고 키도 커 진짜 기린 같아 보였는데 젊은층이 없는 한국교회의 역 피라미드 구조 심각성을 피력하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많은 교회가 어려움 봉착할 것이라는 말씀에 동감이 간다.

같은 항공학교 군 출신 이재윤님! 조종사와 정비사로 임무는 달랐지만 동지애를 느끼면서 옛날 군 생활 되새기게 하셨는데 항공사내에서 신우회를 이끄신다고 하니 더욱 정진하시어 은혜받기를 기원한다. 미경님 낭군께서는 한국감정원에 계시다는걸 갔다 와서 동신님글로 알았는데 내 친구도 그곳 기획부부장으로 있는데 미리 알았더라면 친구를 미끼로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아쉽다. 외모도 곱지만 마음씨도 고운 미경님 선물 잘 받았습니다.

청초하고 소녀 같은 분위기의 안심님! 같은 동네에 사는데 자주 뵐 것 같다. 다음 모임 시에는 운전을 예약하겠습니다. 매일 짜가 도토리묵만 먹다가 김주숙 사모님이 직접 따다 만드셨다는 교동표 상수리묵 맛이 뭐랄까? 피자 먹던 놈이 신토불이 녹두빈대떡을 맛보고 느낀 그윽한 그 맛! C.F에서 유동근이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왕 같은 목소리로 "음! 바로 이 맛이야! "

모든 가족을 만난 소감을 글로 다 표현하는 것이 부족하지만 좋은 장소, 좋은 사람 모두 감동적이었습니다. 서로의 장점만 보이는 아름다운 눈과 아름다운 마음씨만 가진 분들 같았습니다. 제가 여지 껏 만났던 모임과 색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느릿느릿 모임을 주관하시기에 주야로 수고하시는 박철목사님과 이번 모임에 장소 제공 및 손님맞이에 수고하신 한우아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다음번에 (감)사 가지고 드리겠습니다.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과 또 사정이 있어 못 오셨지만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시는 느릿느릿 가족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인사드리면서….(2004년 2월 1일) / 코주부(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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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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