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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한나라당 의원은 2일 법안심사 보고에서 ▲법규범으로서의 명확성 부족 등을 이유로 들어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을 특위에 반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용균 한나라당 의원은 2일 법안심사 보고에서 ▲법규범으로서의 명확성 부족 등을 이유로 들어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을 특위에 반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조사대상과 범위, 인권침해 문제 등으로 오랫동안 논란이 일었던 '일제강점하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관한특별법안(이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이 국회 법사위에서 끝내 통과되지 못했다.

법사위는 2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과거사 관련 4가지 법안을 심의해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을 과거사진상규명특위에 반려키로 했다.

이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자진상규명법 제정을 촉구해온 시민단체 등의 격렬한 반발이 예상된다. 또 일부 의원들은 국회법 87조(위원회에서 폐기된 의안) 규정을 이용,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할 예정이어서 이 법안이 임시국회 내에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법사위는 전체회의에 앞서 소위를 열어 의견을 조율했으나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또 전체회의에서는 특위 반려를 놓고 여야 의원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2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균 한나라당 의원은 법안심사 보고에서 ▲법규범으로서의 명확성 부족 ▲국민 생활의 법적안정성 저해 ▲이의신청권 등 소명기회 없음 등을 이유로 들어 특위에 반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의원의 보고 내용 전문.

"이 법안은 일제하에서 친일 반민족 행위를 한 자를 찾아내 응징하자는 입법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못지않은 법규범으로서의 명확성이 필요하나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고, 60여 년이 지난 시점에서 친일행위를 입증 혹은 반증하기 어려워 국민 생활의 법적 안정성을 심히 해할 우려가 있으며, 조사대상자에게 의견진술권 내지 이의신청권 등 불복할 수 있는 기회가 전혀 마련되지 않아 적법절차 법 원칙에 위반되는 등 많은 부분 수정 내지 삭제할 필요 있으나, 당 위원회에서 체계 자구 심사 권한을 넘어설 수 있다는 일부 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소관 특위에 반려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최용규 열린우리당 의원은 즉각 유감을 표시하고 특위 반려에 반대하고 나섰다. 최 의원은 "반국가적인 친일 문제에 법적 안정성 운운하는 것은 법사위 의견으로서는 부적절하다"며 "국가가 독립하고 나서 친일반민족 행위를 국가적으로 규명하지 않고 민간에 맡기는 것이 과연 독립국가로서 바람직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종걸 의원도 "김용균 위원장이 밝힌 반려 의견 자체는 법사위원회에 부여된 권한을 이월하고 남용했다는 판단이 든다"며 "법적안정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고 죄형법정주의 관련 내용도 아니다"고 말하며 특위 반려를 반대했다.

두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별다른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으며 결국 법안은 특위에 반려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우리당, 국회법 87조 이용 본회의 직상정... 통과 가능성도 있어

열린우리당 소속 일부 의원들은 국회법 87조를 이용,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해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어서 향후 법안 처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현행 국회법 87조에 따르면 법안이 상임위에서 부결되더라도 7일 이내에 의원 30명 이상이 서명해 요구할 경우 본회의에 곧바로 상정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국회법 87조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선 국회법 87조를 이용해 본회의에 상정하려면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에서 '가부' 결정이 먼저 나야하기 때문에 우리당 의원들이 법사위에서 쉽게 물러났다는 얘기다.

친일반민족행위자진상규명법은 발의 당시 여야 국회의원 155명이 서명한 법이므로, 상임위보다 본회의에 직접 상정했을 때 통과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해당 법안의 발의자인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은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원 30명의 서명을 받아 오는 9일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혀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한편 이날 법사위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진상규명법을 제외한 과거사 관련 나머지 3개 법안(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사건진상규명및피해자명예회복에관한법률(대안),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등에관한특별법안, 동학농민혁명군의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안)은 모두 수정 가결됐다.

2일 법사위에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 처리가 반려되자,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이종걸 우리당 의원(맨 오른쪽)이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2일 법사위에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 처리가 반려되자,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이종걸 우리당 의원(맨 오른쪽)이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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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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