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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민주당의 대변지를 자임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한나라당의 대변지를 포기한 게 아니라 겸업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찰떡공조를 하고 있으니 한나라당의 대변지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조' 동맹이 '한-민-조' 동맹으로 확대된 셈이다.

검찰이 2월 1일 재작년의 민주당 대표경선 과정에서 불법자금을 수수한 한화갑 의원에 대한 영장집행을 시도했으나 민주당의 저항으로 무산되었다. 이에 대한 2월 2일 아침 각 신문 기사의 제목들을 보자.

한화갑 영장 집행 무산(한겨레)
‘한화갑 연행’ 무산(서울)
한화갑 전 대표 영장집행 무산(경향)

민주, 한화갑 검찰연행 저지(조선)
민주, 한화갑 의원 영장 집행 저지(중앙)


주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검찰이 법의 집행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중요한가, 민주당이 이를 저지했다는 사실이 중요한가? 민주당의 행위는 정당한가? 조선과 중앙도 뉘앙스는 다르다. 조선은 단순히 검찰의 연행을 저지한 것이고, 중앙은 영장집행을 저지한 것으로 돼 있다. 조선은 다분히 민주당의 행위를 두둔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방송 3사는 모두 ‘영장집행 무산’을 제목으로 삼았다(KBS '한화갑 민주당 의원 영장집행 끝내 무산', MBC '한화갑 의원 영장집행 무산', SBS '한화갑 민주당 전 대표 구속영장 집행 무산'). 조선일보는 기사 자체도 민주당이 주어로 등장한다. 기사의 리드 부분을 비교해보자.

민주당은 1일 불법 경선자금 10억원을 받은 한화갑 전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집행을 이틀째 물리적으로 저지하며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불법 경선자금도 수사하라”고 요구했다.(조선)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채동욱)는 1일 수사관들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로 보내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민주당 한화갑 의원에 대한 영장을 집행하려 했으나 실패했다.(중앙)


무슨 차이인가? 중앙은 그래도 기사는 제대로 썼으나 위에서 제목을 그리 단 반면, 조선은 위아래가 모두 똑같다는 얘기다. 종합면으로 들어가 보아도 차이는 드러난다. 중앙은 5면의 톱기사 제목이 <법조계 “영장거부는 사법권 침해”>인 반면에, 조선의 A4면의 톱기사 제목이 <“盧가 티코라면 韓은 세발자전거”>였다.

조선의 A4면은 완전히 '민주당 당보'였다. 나머지 세 기사가 <민주 대선후보 경선 어쨌기에... 16곳 돌며 선거 치르는데 5천만원 이상 쓰면 불법> <김홍일 복당... “당 위해 밀알될 것”> <“한 의원 돕겠다는 약속 지켰을 뿐” 6억 준 박문수 회장 인터뷰>였던 것이다.

특히 <민주 대선후보 경선 어쨌기에...>는 컬러 도표까지 곁들여 노무현 정동영 두 후보가 경선을 완주한 점을 부각시켜 놓았다. 이는 1일 민주당의 규탄대회에서 조순형 대표가 주장한 “노무현 정동영은 경선을 끝까지 치렀다. 누가 더 돈을 많이 썼겠는가”라는 부분을 대변해주고 있다.

이에 비해 중앙은 5면의 <민주당-여권 왜 전면전 벌이나, 해답은 호남표>와 사설 <호남 민심을 계속 볼모로 삼을 건가>에서 민주당의 태도를 비판함으로써 객관성을 유지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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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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