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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전고 손석표 교사
동대전고 손석표 교사 ⓒ 권윤영
“합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입니다. 자기 개성만을 키우면 하모니가 깨지고 말죠. 그것은 직장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랜 밴드부 경험 끝에 제가 얻은 결론을 단원들에게 항상 가장 강조하곤 합니다.”

지난 2001년 창단된 대전시 청소년 심포닉 밴드는 대전 각 지역 중고교 학생과 대학생이 모여 이루어진 관악 밴드.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는 대전 동대전고 손석표(50) 교사로 인해 이 밴드는 탄생했다.

“국악, 사물놀이는 각 학교별로 동아리가 많지 않습니까. 과거에는 각 학교의 밴드부가 활성화 됐었는데 지금은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어요. 관악의 저변 확대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중고교 또는 대학교에서 관악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개인적으로 취미로 하는 사람을 공문을 띄어 모집했다. 이에 합주 경험이 없지만 취미로 하는 학생들이 한데 모였고, 활동을 통해 실력향상 뿐만 아니라 인성교육도 가능하리라 내다봤다. 그는 지휘를 맡았고 뜻을 같이 한 배재대 동형춘 교수가 단장을 맡았다.

실력과 활성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다면야 금상첨화겠지만 손 교사는 실력 보다는 관악의 활성화를 택했다. 질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양적으로 저변 확대의 갈증이 더 컸던 것. 현재 밴드 인원은 120여명으로 어느새 세 번째 정기연주회를 치렀다.

제 3회 정기연주회 모습
제 3회 정기연주회 모습 ⓒ 권윤영
손 교사는 대전합주지도자연합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한국관악인 총연합회 대전지부장, 한국맞춤 밴드 연맹 대전지부장을 맡고 있다. 대전 교사밴드 단원으로도 활동 중인 그는 오랜 경험 끝에 관악기를 조금씩이나마 모두 다룰 수 있을 정도로 관악 사랑이 남다르다.

그는 수년 간 브라스 밴드를 지도해 왔다.
그는 수년 간 브라스 밴드를 지도해 왔다. ⓒ 권윤영
“초등학교 시절 외가댁에 놀러갔던 적이 있었어요. 외삼촌이 학교 밴드부 학장이라 마침 트럼펫을 가지고 집에 왔는데 그때부터 악기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죠.”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관악기를 전공할 운명 때문이었는지 중학교에 들어갔더니 밴드부가 있었고 3년 후 입학한 고등학교에도 밴드부가 있었다. 중, 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교에서도 트럼펫으로 밴드부 활동을 해왔던 그는 3년간 군악대 활동을 하기도 했다.

학창시절, 그는 자신의 음악적인 재능을 살려 그쪽 분야로 진로를 결정했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야만 했다. 30여 년 전 음악을 한다고 하면 ‘딴따라’라는 편견이 있었고, 그 당시 남자가 음악을 한다고 하니 반대가 더욱 심했던 것.

“집에서는 의대를 가라고 했었죠. 하지만 제가 가진 재능과 실력은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상담 선생님께 찾아가 부모님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잘 판단한 것 같아요. 사람이 살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한 것 아니겠어요.”

지난 79년 5월 교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자신의 경력 때문인지 첫 발령지에서부터 밴드부 담당 교사가 됐다. 그 후부터 이미 수년간 대전고, 대전 상고 등에서 금관악기를 주체로 한 악단인 브라스 밴드(brass band)를 지도해 왔다. 대전여자정보고 밴드부를 지도할 당시에는 문화관광부 장관기 전국 맞춤 밴드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오랫동안 밴드부를 지도해 왔습니다. 한 5년 정도만 밴드부가 없는 학교에서 근무를 했는데 많이 허전하더라고요.”

학교에서 새 밴드가 만들어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밴드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사물놀이와 달리 2년 이상을 꾸준히 할 때 성과가 나타나기 때문. 그는 이미 몇 해 전부터 어느 학교에서 근무를 하더라도 학생들을 지도하고 지휘할 수 있는 ‘청소년 밴드’를 만들고자 생각했고 대전 청소년 심포닉 밴드를 준비해왔다. 밴드와 함께일 때만이 더욱 생명력 있고 신명나는 삶을 살 수 있었던 그였다.

“밴드의 실력이 비록 최고라도 자부할 수 없지만 더욱 크게 키울 생각이에요. 한 해에 한번 하던 정기연주회를 올해부터는 2회로 늘릴 계획이고 해외 교류연주를 통해 견문을 넓혀 나갈 겁니다. 목표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법 아니겠어요.

덧붙이는 글 | 행복한 소식만 전하는 인터넷 신문, 해피인(www.happyin.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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