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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윤동주 시인의 일대기를 다룬 연극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조한신 작)>를 연출하는 표재순(67) 연세대영상대학원특임 교수는 40년 동안 연극과 드라마, 각종 국제행사의 연출을 해온 원로 연출가이다.

작가 신봉승씨와 찰떡궁합을 이어오며 김재형, 이병훈씨 등과 함께 방송 시대극을 개척한 선구자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연출자는 무대 뒤에서 연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신념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선 인터뷰 않는 것으로 유명한 그가 '10년만에 처음 하는 인터뷰'라며 기자와 마주 앉았다.

<조선왕조 500년> 등 시대극 대가

시대극 전성시대라고 한다. ‘태조 왕건’ ‘여인천하’ ‘다모’ ‘대장금’으로 이어지는 시대극의 인기가 사그러들 줄 모른다. 이 같은 시대극 인기의 뿌리에는 김재형, 이병훈 PD 등 초기 연출자들의 피와 땀이 배어 있다. 표재순 교수는 김재형 PD와 이병훈 PD의 중간에 위치하는 연출자이다. ‘허준’의 이병훈 PD가 조연출을 맡았던‘동의보감’의 연출자가 그였다.

시대극의 새 장을 연 MBC의 ‘조선왕조 500년’ 기획자이자 드라마 ‘대원군’ ‘집념’ ‘교동마님’, ‘타국’ 등으로 작가 신봉승씨와 황금의 시대극 콤비를 이뤘던 표 교수는 시대극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오랜만에 다시 연극연출에 나섰다. 지난 2001년 국립극장에서 ‘파몽기’를 연출한 지 3년 만이다. 오는 29일부터 2월1일까지 4일간 문예진흥원 대극장에서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에서 제목을 따온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고산자 김정호, 허준, 최무선, 신재효, 장보고, 안중근 등 역사 속의 위인들을 드라마나 연극으로 만들어왔어요. 여리고 내성적으로 비쳐지는 윤동주 시인도 내면에는 용광로 같은 불이 타고 있었을 겁니다. 연극은 우리가 아는 시인으로서의 풍모와는 다른‘빛’(희망)을 추구한 애국투사 윤동주를 다룹니다.”

소설가 송우혜씨가 쓴 <윤동주 평전>을 참고로 작가의 상상력으로 씌어진 이 연극에 대해 표 교수는 “최남선, 이광수 등 빛(희망)을 잃고 친일행각을 벌인 사람들과는 달리 윤동주 시인은 빛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며 “윤동주의 희망을 버리지 않은 삶은 자기 길 묵묵히 걷는 사람이 드문 이 시대에 부끄러움을 가르쳐줄 것”이라고 말한다.

“성경 속 인물 뮤지컬 만들고 파”

연출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재미’라고 잘라 말했다. 조금은 그럴듯한 대답을 기대했던 기자가 당황스럽다. 거추장스러운 형용사를 달지 않은 이 원로연출가의 대답은 무엇을 의미할까. 40년간 일관되게 그는‘재미’를 추구해왔다.

“대학에서 친구 불러내려고 연극연습실(연희극예술연구회)에 갔다가 (얼떨결에) 연극을 시작하게 되어 1963년 극단 산하에서 본격적으로 연극을 하게 된 뒤로 일관되게 갖고 있는 생각은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의‘재미론’은 곧 열려있는 텍스트로서의 연극론, 독자중심주의로서의 연극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스트레스는 빨리 잊고 웃고 사는 게 가장 좋은 건강법이라는 표 교수는 “성경 속의 인물을 뮤지컬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연극계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하는 배우들과 연습을 하다보니 활력이 생긴다는 표 교수의 연극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불황돌파에 청신호가 되어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별빛처럼 살다간 민족시인 윤동주 대학로무대 서다
연극‘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29일 공연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연극에도 블록버스터라는 게 있다면 이 연극이 해당되지 않을까.

오는 29일부터 2월 1일까지 4일간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상연되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는 조한신씨의 희곡을 원로 연출가 표재순씨가 연출하며, 임동진·기정수·임홍식 등 연극과 방송을 통해 활발히 활동해온 중견연기자들이 조연으로의 출연을 마다하지 않는 등 호화캐스팅을 자랑한다. 스태프도 국내 최고의 면면이고 중견무용단체 박명숙무용단이 찬조 출연해 품격을 한층 높여준다.

1948년 정음사에서 출간된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 제목을 작품명으로 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윤동주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교과서 수록 시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이 시집의 서시(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가 왜 우리에게 감동을 안겨주는가를 이 연극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연극은 출생해서 자란 북간도 룽징(龍井)에서, 스물여덟 꽃다운 나이에 의문의 죽음을 당한 일본 감옥까지 윤동주 시인의 일생을 다룬다.

아름다운 시어로만 기억되던 윤동주 시인의 삶의 궤적은 시련 속에서도 별빛을 찾아 헤매고 아침을 기다리던 고난의 연속이었다. 연극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던 시인을 통해 이 시대 우리들의 삶이 저지르는 잘못과 부끄러움을 일깨운다.

특히 이 작품은 유년시절부터의 친구였고 평양 숭실전문학교 동창이기도 한 고 문익환 목사와 중학교 2학년 때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될 정도로 시재를 발휘했지만 윤동주 사후 23일 후에 같은 감옥에서 옥사한 고종사촌 송몽규 등 친구들과의 사연이 보는 재미를 배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윤동주 시인은 1917년 부친 윤영석과 독립운동가, 교육가인 규암 김약연 선생의 누이 김용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룽징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옌지(延吉)에서 발행되던 ‘카톨릭 소년’지에 여러 편의 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1941년 서울에서 연희전문학교(연세대학교 전신)를 졸업한 뒤 일본 교토(京都)의 도시샤(同志社)대학 영문과 재학 중 1943년 여름방학을 맞아 귀국하다 사상범으로 일경에 의해 체포돼 이듬해 6월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1945년 그토록 꿈꾸던 해방을 반년 앞둔 2월 규슈(九州)의 후쿠오카(福岡)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연희전문학교를 다니던 1938년에서 1941년 사이에 씌어진 ‘서시(序詩)’ ‘또 다른 고향’ ‘별 헤는 밤‘ ‘십자가’ 등 유고 31편을 모아 정지용 시인의 서문으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유고시집이 발표되어 윤동주는 민족시인으로 영원히 우리 가슴에 남게 됐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 등에 출연했던 조승연이 윤동주 역을 맡고, ‘무진기행’ ‘405호 아줌마는 참 착하시다’ 등에 출연했던 극단 쎄실의 이찬영이 문익환 목사 역, ‘돼지사냥’ ‘비언소‘에 출연했던 극단 차이무의 김두용이 송몽규 역, 드라마보다는 연극무대에서 더 진가를 발휘하는 중견 연기자 기정수가 당시 평남도지사였던 야스다케 역, ‘왕의 여자’에서 심약한 반영웅적 임금 역할로 식지 않는 연기 열정을 보여준 대형 연기자 임동진이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였던 윤동주의 외삼촌 김약연 역(예정)을 맡는다.

한편 공연기간 중 대극장 로비에서는 윤동주의 사진, 육필원고와 소장도서, 출판물 등의 자료를 전시한다. 문의 : 02-742-9881
/ 우먼타임스 김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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