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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형근 저격' 경쟁에 뛰어든 사형수 이철 전의원(왼쪽)과 시인 노혜경씨.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의 저격수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국민의 정부에 이어 참여정부에서도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저격수로 손꼽히고 있는 정형근 의원의 저격수로 열린우리당에서 누가 나설 것인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애초 정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북·강서갑에 도전장을 내민 사람은 '안티조선' 활동으로 이름난 노혜경 시인. 노 시인은 출사표를 던지기 전부터 "정형근 의원은 다시는 국회의원에 당선돼서는 안되는 사람"이라며 "아무도 결심하지 않는다면 나라도 나가서 맞붙겠다"고 '정형근 저격수'를 자임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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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지난 25일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인 신기남 의원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형수 대(對) 공안기술자'라는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며 정 의원의 저격수로 이철 전 의원을 추천하면서 '정형근 저격수 적임자'에 대한 당 안팎의 논쟁이 시작됐다.

이에 이철 전 의원도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사의 입장에서는 어디로 파병되더라도 대의에 부합하고 당에서 강력히 요청한다면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결정한다면 따르겠다는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선거는 승부 못지않게 대의명분과 상대후보와의 대립각 서야"

그러자 이번에는 김성호 열린우리당 의원이 26일 당 홈페이지를 통해 '정형근의 맞상대는 노혜경뿐"이라며 다시금 논쟁에 불을 붙였다.

김 의원은 이 글에서 "정형근 의원은 폭로정치의 최전선에서 사령관 역할을 했고, 노혜경은 부드러운 시를 통해 민주화운동의 최전선에 섰던 사람"이라며 "선거는 승부 못지 않게 대의명분과 상대후보와의 대립각이 서야 하는데 '정형근 대 노혜경'만큼 판이한 인물도 없다"고 노혜경 시인의 비교우위론을 주장했다.

'정형근 저격수' 논쟁을 점화시킨 주인공이자 당사자인 노혜경 시인은 27일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정형근 의원의 지역구를 우리당이 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곳인 만큼 당락을 떠나 누가 정 의원과 대립각을 첨예하게 세울 수 있는지 당에서 결정해야 한다"며 "정 의원과의 대결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일이니 만큼 이철 전 의원도 나와 마찬가지로 적절한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노 시인은 "처음 정형근 의원과 맞붙겠다고 했을 때는 뚜렷한 후보가 안나와 억울하고 화나서 내가 하겠다고 뛰어든 것"이라며 "이철 전 의원도 서울의 지역구를 버리고 부산에서 출마할 결심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며 당으로서는 무지하게 고마운 일"이라고 밝혔다.

다만 노 시인은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후보를 결정한다면 꼭 경선이 절대선은 아니다"고 밝혀 당내 협의를 통한 전략적인 후보 선택도 수용할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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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에서 부산 북·강서갑에 단수공천을 받은 정형근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다음은 김성호 의원이 우리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이다.

정형근의 맞상대는 노혜경뿐이다

정형근에게 노혜경이 싸우지 않으면, 그것은 선거가 아니다.

노혜경을 예전에 알지 못했다. 물론 언론지상을 통해 언론민주화운동과 시인으로서 열심히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는 정도의 느낌을 가졌었다. 열린우리당이 창당돼 같이 중앙위원으로 일하면서 가까이 지켜볼 수 있었다. 천부적으로 사람을 끄는 매력을 갖고 있고, 믿음을 주는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순수한 인간미에서 우러나는 빛이라고 본다.

나는 지난 1월 8일 우리당 당 의장 선거를 위한 전당대회 때 다시 잠실체육관에서 다시 노혜경을 만났다. 바로 내 앞의 중앙위원석에 앉아 있었다. 점심을 먹지 못해 배가 무척 고팠는데, 그녀가 비닐봉지에 빵과 우유 등을 잔뜩 들고 왔다. 내가 거의 다 먹었다. 신세를 졌다. 내가 그녀에게 진 유일한 빚이다.

그녀는 부산에서 정형근 의원과 맞붙어야 하는데, 당내 경선자가 많아 걱정이라고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정형근하고 맞붙을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 당신이 나가지 않으면, 그것은 선거가 아니다"고 말했다. 빵을 얻어먹어서 내가 함부로 말을 한 것이 아니다.

그녀가 '정형근하고 맞장을 뜨고 싶다'고 말할 때부터 '그거 선거되겠는데'라고 확신했다. 정형근도 '노혜경한테 지면 이민을 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선거 뒤 정말로 이민을 가는가를 지켜보는 것도 결과 못지 않게 재미있는 '팬 서비스'라고 본다.

선거는 승부 못지 않게 대의명분과 상대후보와의 대립각이 서야 한다. '정형근 대 노혜경' 만큼 판이한 인물도 없다. 정형근 의원은 서울법대 출신에 대표적 공안검사이며 공작정치와 고문의 상징이었던 안기부 제1차장 출신이다.

노혜경은 부산대 국문과 출신에 민주화운동가이자 언론운동가, 시인이다. 정 의원은 서울에서 '출세'해 안기부차장 시절 지방자치제 실시를 연기하려는 음모와 관련돼 잘렸다가 낙하산 공천으로 부산에 내려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노혜경은 부산에서 학교 다니고, 민주화운동하고, 시 쓰고 부산을 지킨 사람이다.

고향이 부산이라는 것 말고는 두 사람 사이에 공통점은커녕 유사점도 찾아볼 수 없다. 정 의원은 왠지 으시시한 느낌을 주지만, 노혜경은 사람을 빨아들이는 마력(魔力)이 있다. 노혜경이 부산 북·강서갑 지역구를 누비면 당에 상관없이 그녀의 마력에 빠져들 것이다.

정형근 의원은 폭로정치의 최전선에서 사령관 역할을 했다. 노혜경은 부드러운 시를 통해 민주화운동의 최전선에 섰다. 정 의원은 지역주의 정당인 한나라당의 공천으로 텃밭인 부산에서 당선됐고, 노혜경은 지역주의 타파를 내건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서 지역주의 정치의 종식을 위한 깃발을 높이 들었다.

정 의원은 수구보수세력의 상징이고, 그녀는 개혁진보세력의 상징이다. 정 의원은 남성정치와 완력정치의 상징이고, 노혜경은 여성정치와 생활정치의 상징이다.

노혜경의 승리는 호주제 폐지만큼이나 한국정치에서 혁명적 전환이 될 것이다. 남성위주 정치의 몰락이요, 여성정치의 승리이다. 아니, 한국정치에서 비로소 남녀 양성평등 정치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노혜경 대신 이철이니 문재인 등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 이런 시대흐름을 알지 못하는 헛발질이다. 우리당의 창당 이념은 지역주의 타파이고, 개혁이고 진보이며,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이다. 노혜경이 바로 해답이다.

나도 4년 전 서울 강서을에서 'DJ 저격수'라는 이신범 의원과 맞붙었다. 처음여론 조사결과는 '47%:17%'였다. 절대 패배였다. 그러나 결과는 압승이었다. 시대흐름이 가져다준 승리였다. 정형근에 대한 시대흐름은 노혜경이다. 노혜경이 결국 당선된다. 노혜경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노혜경이 갖고 있는 시대흐름이 이기는 것이다.

노혜경은 "정형근이라는 이름을 이 나라의 의원 명부에서 지워버리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배짱도 두둑하다. 진짜 재미는 노혜경의 승리가 아니라, 정 의원이 이민을 가느냐를 지켜보는 것이다. 노혜경이 아니면 그것은 선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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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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