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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회 정개특위가 첫 회의를 열고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역구의원 숫자를 둘러싼 여야간 이견이 커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13일 국회 정개특위가 첫 회의를 열고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역구의원 숫자를 둘러싼 여야간 이견이 커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차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가 13일 오전 첫 회의를 열고 이재오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하면서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이날 참석 의원 대부분은 "설 전에 정치관계법 처리를 끝내자"고 합의했으나 지역구의원 증원과 비례대표 축소 등의 문제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초반부터 신경전을 벌여 협상의 어려움을 예고했다.

오전 10시를 넘겨 시작된 첫 회의에서 애초 논란이 예상됐던 이재오 위원장 선출건은 별다른 마찰 없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또 각 당 간사에 오세훈(한나라당)·함승희(민주당)·천정배(열린우리당) 의원을 선출하고, 전체회의와 소위원회를 공개하기로 합의하는 등 정개특위는 원만한 회의 진행이 이뤄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차후 협상의 난항을 예고하는 신경전은 회의시작 전과 중간 여러 곳에서 감지됐다. 회의 시작 직전 행자위 소회의실에 모여 있던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초반부터 뼈있는 농담이 오고 갔다.

우리당 "수석전문위원 조치 취해라" - 한·민 "내 것은 개혁, 남의 것은 반개혁이냐"

의원들이 "가능한 한 설 전에 끝내자"는 말을 주고받던 도중 유시민 의원이 "(국회의원 숫자만 확정되면) 선거구 획정은 한나라당 2명이면 반나절이면 끝나지 않느냐"고 말하자, 이재오 의원은 "유시민 의원만 가만히 있으면 한 시간만에 끝난다"고 받았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12일 보도된 이 의원의 '지역구의원 증원' 발언을 지적하며 "이재오 의원이 희망적인 얘기를 하시더니, 갑자기 어제는 앞이 캄캄해지는 얘기를 하더라"고 되받았다.

이같은 신경전은 자리를 옮겨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도 이어졌다.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은 회의 진행과 관련, 모든 회의 내용의 공개와 속기록 작성을 요구하는 한편, "이창희 수석전문위원이 특정 정파(한나라당)에 치우쳐져 있다"며 이재오 위원장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 전문위원은 지난해 말 1차 정개특위가 파행을 겪으면서 우리당 의원들이 점거농성에 들어가자 회의장에서 우리당 의원들을 막으며 몸싸움을 벌인 바 있다.

이와 관련 유시민 의원은 "이창희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번 표결처리 당시 모습을 볼 때 정개특위에 소속된 전문위원이라기 보다는 한 정파에 소속된 것으로 보인다"며 "위원장의 적절한 조치를 바란다"고 이 전문위원의 교체를 요구했다.

정장선 우리당 의원도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정개특위 표결처리 당시 야 3당 합의안을 보여주지 않아 우리당 의원들이 항의하자 도리어 우리를 향해 거칠게 항의했다"며 "지금 유 의원이 얘기하는데도 웃고 있는데, 우리는 이런 전문위원과 함께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창주 민주당 의원은 "이창희 수석전문위원은 목요상 위원장의 하문에 답변한 것일 뿐"이라며 "이렇게 전문위원을 모략하고 사실과 다르게 얘기하는 것은 전문위원의 입을 막고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재오 위원장도 "당시 목요상 위원장이 한나라당 소속이어서 위원장을 돕다보니 오해를 사기도 하는 것 같다, 적절한 조치를 취할 테니 맡겨 달라"고 답했다.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1차 정개특위의 파행 책임을 우리당 의원들에게 돌리며 공세를 취했다. 박종희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정개특위가 20차례나 전체회의를 열고 토론을 벌였는데, 그 토론의 결과를 개혁과 반개혁으로 몰아세우는 모습이 있었다"며 "내 것은 선이고 나머지는 악 이라는 이분법적인 잣대, 아집과 불신 때문에 소모적인 논쟁이 생겼다"고 말하며 열린우리당을 공격했다.

이병석 한나라당 의원도 1차 정개특위 열린우리당 간사였던 신기남 의원을 겨냥해 "지난 정개특위에서는 소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한 끝에 동의를 해놓고, 전체 회의에 나와서는 정반대 얘기를 한 사람이 있어 혼선을 빚었다"며 "지난해 정개특위 활동이 심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함승희 민주당 의원 역시 열린우리당을 겨냥해 "자기에게 유리하면 개혁·불리하면 비개혁으로 몰고가는 의원의 성향과 언론의 성향 때문에 국민들 관점을 오도시키면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소속 김성순 의원도 "개혁을 무슨 특정인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국회는 타협의 장이지 투쟁의 장이 아니다"고 말하며 열린우리당을 비판했다.

13일 오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이재오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되고 있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열린우리당측이 한나라당 편향성을 문제삼은 이창희 전문위원.
13일 오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이재오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되고 있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열린우리당측이 한나라당 편향성을 문제삼은 이창희 전문위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재오 "합의 안된다고 총무단에 넘기지 않을 것"

여야간 신경전에도 불구하고 정개특위 소속 의원들은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정치개혁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다는데 동의하고 있어 협상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간사를 맡은 천정배 의원은 "2박3일 밤을 세워서라도 설 전에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다른 당 의원들도 이에 대체로 동의했다.

특히 위원장을 맡은 이재오 의원은 "회의 운영은 소위 중심으로 하되, 내가 위원장으로 있는 한 위원회에서 합의가 안된다고 해서 총무단에 넘기는 일은 하지 않겠다"며 "무리하게 강행 처리도 하지 않겠다"고 밝혀 이른 시일내에 합의점을 찾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차 정개특위는 이날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선거법(10인) ▲정치자금법(6인) ▲정당법(4인) 등 3개 소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2차 정개특위 두번째 회의는 오는 15일(목)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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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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