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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기각 선고를 받은 김건원(맨앞)씨와 타법추 회원들이 법정을 나서고 있다.
항소기각 선고를 받은 김건원(맨앞)씨와 타법추 회원들이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피고는 무죄를 주장하며 헌법소원까지 낸 상태다.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위생을 엄격하게 하고 (문신시술 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유·무죄를 판단할 수 없다. 보건위생법상 일반인은 문신을 할 수 없다. 피고는 문신예술에 뜻을 두고 공헌했다고 할 수 있지만,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는 보건위생법을 어겼다.

차라리 이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재판과 별도로 라이센스(문신시술 자격증)를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재판부가 무죄를 인정하면 엉터리 시술자들에게도 이러한 판결이 적용될 것이다. 통일된 법제가 만들어지지 않은 한 문신시술은 안된다. 원심 판결을 인정한다. 기각한다."


수원지방법원 형사 1부(박형명 부장판사)는 8일 오전 문신예술가 김건원(본명 김유미)씨가 보건위생법을 어겼다는 법원 판결에 대한 항소심에서 위와 같이 판결했다. 이로써 김씨는 원심대로 징역 1년 벌금 300만원 집행유예 2년을 유지하게 됐다.

김씨는 지난해 6월 13일 '병역기피자에게 문신'(문신을 하면 현역병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악용해 병역기피의 목적으로 문신을 하는 경우)을 새겨줬다는 혐의로 긴급 구속됐다. 그러나 수사과정에서 문신 시술 당시 김씨 자신은 '병역 기피용 문신'이라는 점을 몰랐다는 점이 인정돼 무혐의 판정을 받았으나, 검찰은 다시 '문신시술은 불법 의료행위'라며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 혐의로 김씨를 기소했다.

법원이 이를 인정해 징역 1년 벌금 300만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자 김씨는 항소했고, '보건범죄단속특별법과 의료법이 의료 행위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짓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낸 상태다.

이날 재판장에는 '타투(문신)법제화추진위원회'(cafe.daum.net/artistgun) 회원 15여명이 함께 나와 김씨를 응원했지만 결과에 실망한 표정들이었다.

재판장을 나서며 당사자인 김씨는 억울해 했다. 김씨는 "나는 위생, 부작용 등 신경 썼다는 개인적인 부분은 인정하지만 다른 엉터리 시술자들 때문에 유죄라는 건 말도 안된다"며 "무죄를 인정하면 사이비 시술자를 더 양성한다고? 오히려 지금 더 음성적인 문신시술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김씨는 이어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며 "문신이 문 밖으로 나온다면 자연히 위생 등에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씨에게 문신 시술을 받고 싶다는 길아무개(25)씨는 "굉장히 기대를 걸고 왔는데 결과가 실망스럽다"고 한숨쉬었다. 김씨의 아버지 김형수씨(56)도 "혹시나 했는데 우리나라의 보수성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며 "하지만 최선을 다해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딸을 격려했다.

[판결 반응] "전향적이기는 하지만..." "퇴행적이고 시대착오적"

사건 담당 문건영 변호사 "판결내용을 보면 전향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 말고도 얼마든지 법적으로도 무죄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아쉽다."

만화가 박재동 "이번 판결은 반문화적이고 퇴행적이고 시대착오적이다. 이번 판결 역시 대법원 판례를 두고 내린 것 같은데 옛날에 보수적인 시각으로 검증절차 없이 결정된 내용을 지금 시점에서 되밟는다면 지나치게 형식논리에 치우쳤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다이어트를 하다가 혹은 병원 수술 뒤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어도 문신시술 뒤 극단적인 상황을 맞았다는 내용을 본 적이 없다. 문신이 마치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그 증거가 얼마나 되는지 묻고 싶다."

이동연 문화연대 문화사회연구소장 "일단 판결에 대해 낙관하지 않았다. 사실 원래 문제 됐던 병역 기피용 문신에 이제 법적 하자가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에서 시술가에게 유죄를 인정했다면 시술가가 돈을 벌기 위해 시술했다고 판단했든지, 우리 사회에서 아직 문신을 금기시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나는 후자 쪽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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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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