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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시행착오를 통해서 배운다는 것은 적어도 교육의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 오늘도 우리는 교육을 논하면서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의제에 매달려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매번 바뀌는 교육부 수장에게도 항상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묻고 '획기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러한 선입관과 편견 자체가 우리 교육을 여기까지 끌고 오지 않았나 싶다. 과거 평준화를 시작할 때도 사교육비 경감을 내세웠고, 요즘 평준화를 해체하자고 주장할 때도 사교육비 경감을 내건다. 그동안의 교육개혁이나 각종 정책들이 모두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의제에 초점을 맞춰서 이루어졌다.

사실상 이러한 잘못된 문제인식은 그동안 공교육과 학교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평준화의 도입으로 학교의 학생선발권이 사라졌으며, 절대평가나 시험축소로 학교 단위나 교사 중심의 평가를 무력화시켰으며, 예체능 등 일부과목의 파행적 운영을 초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부담은 결국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켰고, 결과적으로 사교육에 기여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문제는 아직도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만드는 잘못된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교육의 문제는 '과다한 사교육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십수년에 걸친 공교육과 사교육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품성과 경쟁력 있는 인간'을 양성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학생들은 '불행한 성장기'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육이, 학교가, 그리고 학원이, 사실은 우리 성인들이 '즐겁지 않고, 의미도 없는 교육 현실'속으로 우리 자녀들을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의외로 해법은 단순하다. 우선 우리에 잘못된 문제 인식부터 고쳐야 한다. '사교육비를 경감하기 위해서 공교육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가 아니라 '공교육 그 자체를 어떻게 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을 현재나 미래에나 행복하게 만들것인가'하는 문제로 우리의 관심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공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은 교사들을 양성하고, 지원하고, 대우할 것인가에 골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육 과정이나 내용, 구체적으로 교재들을 어떻게 구성하고 가르쳐야 할 것인가에 골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열악한 학교 환경을 최소한 일반 가정이나 사회 수준에 맞춰서 개선해 주어야 할 것이다.

사실 교육에 있어 획기적인 대책은 없으며, 좋은 교사가 좋은 교재를 가지고 좋은 학교에서 가르치면 학생들은 현재도 만족스럽고 미래도 밝을 것이다.

올 해는 부디 잘못된 교육 의제를 바꾸는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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