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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씨
이연희씨 ⓒ 우먼타임스 김희수
최근 나온 책 <즐거운 딸들>을 접한 독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민감하거나 혹은 민망하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즐거운 딸들이 되기 위해선 딸딸이(자위행위)를 해야 한다"하고 큰소리로 주장하는 이 책은 수군대는 성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의 낯을 꽤나 달아오르게 했을 것이다. 이 책을 낸 이연희(28)씨는 의외로 다소곳이(?) 여성의 '즐길 권리'를 말한다.

"많은 여성이 사랑과 섹스를 동시에 생각해요. 늘 섹스는 사랑에 희생당해 왔어요. 사랑하면 어떤 섹스든 괜찮아. 사랑하니까 오르가슴은 느끼지 않아도 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여성들도 남성들처럼 오르가슴을 느낄 권리를 찾아야죠."

섹스를 통한 오르가슴 만이 아니다. 자위행위를 통해서라도 오르가슴을 느낄 권리가 여성들에게도 당연히! 있다는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그는 책 속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성인여성사이트 '팍시러브'(www.foxylove.net) 회원들에게 말한다. "말이 쉽지, 어떻게…"라고 망설이지 말고 당당하게 권리를 찾으라는 것.

"우리가 알고 있는 성은 허구이며 환상이에요. 남성들이나 여성들이나 섹스가 남성들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여성의 권리를 깎아먹는 통념이죠. 그래서 어떻게? 그 방법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 위해 사이트도 운영하고 책도 내는 거예요."

왜 남성들에 의한, 남성들을 위한 섹스만 있는가. 이씨는 '섹스는 삽입'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힌 섹스 풍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말 그렇지 않나. 오로지 남성들은 삽입에 목숨을 건다. 여성은 고민한다. 사랑하는데 왜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할까. 혹시 불감증 아닐까. 남성 일방향 섹스가 여성의 육체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까지 해치는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는 팍시러브 회원이 많아요. 클리토리스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인지도 모르는 애인과 남편이 얼마나 많은데요. 왜 '꿍하고' 있어요. 말해야죠. 내 성감대가 여기다. 당당하게 표현해야죠. 여성의 성적 즐거움을 자신의 힘으로 적극적으로 찾아야죠."

지금은 그렇게 말하지만 그 역시 '꿍하고' 있는 여성 중 하나였다. 답답하고 억울했다. 그래서 인터넷 카페를 만들고 고민을 나눴다. 많은 여성이 같은 고민을 함께 나누면서 기쁨과 행복을 느꼈다. 그런데 음란카페로 낙인이 찍혀 폐쇄를 당했다.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2001년에 만든 '팍시러브'는 현재 최고의 여성 커뮤니티 중 하나가 되었다.

그것도 부족해 그는 '수 제너레이션'이라는 회사까지 차렸다. 인터넷사이트 '팍시러브'와 여성의 욕망을 자유롭게 분출하는 카페 'G스팟' 그리고 여성들의 '아름다운 밤'을 도와주는 성인용품 쇼핑몰까지 운영하는 그는 '21세기 종합명랑기업'의 대표이사다.

"위생적이고 품질 좋은 성인용품을 쓸 수 있는 여성들의 당연한 권리를 케케묵은 윤리로 차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는 우리나라 성문화 지수를 묻는 질문에 고개부터 젓는다. 그리고 "빵점은커녕 -100도 안 된다"고 단언한다. 이혼·성범죄·매매춘이 그 어느 나라보다 빈번한 나라 그러면서 겉으론 '에헴' 헛기침만 하고 있을 뿐인 나라인 까닭이다.

마이너스에서 플러스가 되는 시점은 "이 땅의 딸들에게 딸딸이를 칠 권리를 허(許)하라"고 외칠 필요가 없는 그 순간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성종합신문 <우먼타임스>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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