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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유아교육법' 제정과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둘러싸고 찬성과 반대 입장을 가진 단체들이 '맞불 집회'를 열었다.
ⓒ 오마이뉴스 권기봉
정기국회 폐회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는 연일 이어지는 각종 집회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6일 오후도 마찬가지. 북과 꽹과리, 휴대용 마이크를 동원한 시위대 8000명 가량의 노래와 함성 소리가 여의도를 들썩이게 했다. '유아교육법' 제정과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둘러싸고 찬성과 반대 입장을 가진 단체들이 '맞불 집회'를 연 것이다. 이들의 시위는 이날 새벽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계속됐다.

유아교육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치원 교사들과 이에 반대하는 어린이집 교사들 수천명이 한나라당사 앞에서 대치하며 서로 다른 노래와 구호를 외쳐대는 등 진풍경이 연출됐다.

영등포경찰서의 한 경찰 관계자는 "이렇게 상반된 입장을 가진 단체가 동시에 집회를 연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라며 "집회 신고는 낮 12시30분부터 하기로 허가가 났는데 새벽 6시부터 집회가 시작됐다는 신고를 받고 긴급하게 출동했다"고 말했다.

논란 틈바구니에서 피해를 보고 있는 학부모와 영유아들

이처럼 이날 집회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까닭은 유아교육 관련 법안 통과에 따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기 때문이었다.

이재정 열린우리당 의원이 2001년에, 김정숙 한나라당 의원이 2003년에 발의한 유아교육법안은 초등학교 취학 직전 만5세 아동에 대한 무상교육과 보호, 유치원 종일반 운영에 대한 지원 등을 뼈대로 하고 있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는 보육교사에 대한 자격증 제도 도입과 보육시설에 대한 평가 인증 등 질적 향상을 위한 방안들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정혜손 한국국공립유치원 교원연합회 회장은 "유아교육법이 통과되면 현재 저소득층 만 3, 4세 유아들에 대한 무상 교육이 가능해진다"며 "동시에 직장에 다니는 어머니들을 위해서도 유치원 종일반 운영은 절실한 현실"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맞은 편에서 시위를 벌이던 주효진 한국보육시설비상대책위원장은 "유아교육법안은 어린이집 교사들이 맡고 있는 보육 활동 영역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사정이 힘든 보육시설 운영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법안 발의에 앞장섰던 이재정 열린우리당 의원은 "우리는 선진사회와는 달리 지난 100년간 유아교육에 손을 놓고 있었다"며 "법안을 준비할 당시 보육시설 단체 대표들과 충분히 협의했고 동의도 얻었는데 왜 지금 와서 이러는지 답답하다"며 아쉬워했다.

이 의원은 "오는 8일 국회에서 유아교육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우리는 유아교육을 포기한다는 선언을 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면서 "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이익단체들의 눈치를 보느라 소극적이지만 반드시 통과시키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유아교육법 제정과 영유아교육법 개정 논란 틈바구니에서 정작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학부모와 영유아들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원영 중앙대 교수(유아교육과)는 "2002년 기준으로 만 3세부터 만 5세까지 어린이가 190만여명이나 되지만 이 가운데 50만명 이상이 교육과 보육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정작 유아교육법 제정과 관련한 논란을 벌이느라 이들의 존재는 잊혀지고 있고, 어린이를 둔 직장 여성들을 위한 재정 지원도 관심 범위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유치원 교사들과 어린이집 교사들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8일까지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어서 당분간 여의도는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들의 '맞불 집회'로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www.finland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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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기억 저편에 존재하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찾아 발걸음을 떼고 있습니다. 저서로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알마, 2008), <다시, 서울을 걷다>(알마, 2012), <권기봉의 도시산책>(알마, 2015)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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