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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사덕 총무가 5일 오전에 열린 한나라당 운영위원회에서 원내보고를 하고 있다.
홍사덕 총무가 5일 오전에 열린 한나라당 운영위원회에서 원내보고를 하고 있다. ⓒ 이종호
14대 총선을 앞둔 1992년 3월 21일 밤, 서울 강남에서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정보과 직원 4명이 강남을 선거구 홍사덕 후보(민주)의 사생활을 비방하는 흑색선전물 2종이든 편지봉투를 뿌리다 민주당원 12명에게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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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뿌리던 봉투에는 '홍사덕은 아직도 축첩관계를 계속하며 수많은 여성을 울리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에 '비서로 일하다 몸을 빼앗기고 딸까지 낳았으나 입적도 시켜주지 않았다'는 내용의 편지 3장이 들어있었다. 또 '홍사덕은 첩을 두고서도 사생아는 팽개치고 3명의 처녀와 6명의 유부녀를 농락한 파렴치한 후보'라는 내용의 유인물도 들어있었다.

당시 이 사건으로 안기부의 선거 개입을 둘러싸고 정국이 들끓었지만, 불법 유인물을 뿌렸던 안기부 직원 4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 사건은 유야무야되었다.

배후로 의심되었던 당시 안기부 대공수사국장 정형근은 이 사건에도 건재하였지만, 95년 2월 지자제 선거 연기를 검토하라는 내부 문건이 유출돼 언론에 공개된 사건을 계기로 책임을 지고 결국 해임됐다.

세월은 흘러 2004년 1월, 당시 자신을 흑색선전하고 자신의 당선을 저지하려했던 그 정권을 이어받은 한나라당의 원내총무가 된 홍사덕 의원의 색깔론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홍 총무는 5일 열린 당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선후배 동료들에게 들은 바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정일에 대해 전체 국민의 10%는 호감을 갖고 있고, 10%는 호감도 악감도 아닌 그저 그런 태도를 취한다"며 "둘을 합한 20%는 확고한 노무현 지지세력이라고 한다"고 했다고 한다.

물론 홍 총무의 색깔론이 이번만은 아니지만, 홍 총무 그 자신이 예전에 흑색선전의 피해자였으면서 정말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다. 하긴 그 당시 흑색 선전에 동원되었던 사람들의 상관이었던 정형근 의원과 뜻을 같이 하는 같은 당 소속이니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당하면서 더 배운다더니 홍 총무가 그 모양인가? 그는 그의 발언에 대한 근거를 확실히 제시하든지 아니면 노 대통령과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ADTOP@
한나라당 소속 인사들의 근거 없는 구시대적 색깔론은 신물이 날 정도이니 비판을 할 가치조차 있을지가 의문이지만, 이번 홍 총무의 발언은 조금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애매한 국민들까지 끌어들였다는 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수사적 표현이었던 '일부 극소수'의 국민이 아니라 무려 '20%'의 국민들 말이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하고도, 또한 엄청난 불법 자금을 걷어 쓴 '차떼기당'임이 밝혀졌음에도 여전히 오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리에 조금이라도 관련된 대통령 측근들은 모두 구속되었음에도 자신의 불법 자금에 대한 수사에는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니 500억원이 넘는 그 엄청난 불법 자금이 도무지 어떻게 쓰인 것인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고는 대통령에게 진실을 밝히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주장한다. 적반하장이다.

그 뿐인가? 선거 운동에 걸리적거리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권한과 기능을 축소시키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시민단체가 마련한 정치개혁법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또한 정치권의 불법과 혼탁을 보다못한 시민들이 정치권을 물갈이하겠다고 당선운동에 나서겠다고 하니 '좌시하지 않겠다'고 겁을 주고 있다.

급기야 이제는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을 '김정일 지지자'로까지 몰고 있다. 오로지 한나라당의 천하인가? 국회 내의 절대 권력인 한나라당에게는 대통령도, 정부도, 선관위도, 검찰도, 방송도, 시민단체도 심지어 국민들에게조차도 두려울 것이 없는 듯이 보인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구시대적 색깔공세나 행하는 오만한 정당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이번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내에서의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홍 총무 스스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나, 한나라당 스스로 자성과 반성으로써 구태를 벗으려는 노력도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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