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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극단 갯돌과 문규현 신부의 품바공연
목포 극단 갯돌과 문규현 신부의 품바공연 ⓒ 김준
'부안 해넘이 행사'는 2003년 마지막 해가 칠산 바다 구름 뒤로 숨자 죽은 '핵폐기장'을 상여에 메고 격포 앞 선착장으로 이동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이미 격포 선착장에는 죽은 핵폐기장과 어민들의 액운을 싣고 갈 띠배가 준비되어 있고, 입구에는 농민들의 액을 감아 올린 달집이 높이 올려졌다.

격포 앞바다에는 위도에서 핵폐기장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횃불을 높이 들고 격포로 들어오고 있다. 점심 후 시작된 해넘이 행사는 노래자랑에 이어 위도 띠배 놀이,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상여가 방파제로 이동하면서 상두꾼의 소리는 더욱 커졌다.

띠배에 실릴 죽은 핵폐기장이 상여로 옮겨지고 있다.
띠배에 실릴 죽은 핵폐기장이 상여로 옮겨지고 있다. ⓒ 김준
어메들 그냥 보내면 안 되제,
소리라도 해서 보내야 챙겨주는 것이제 다시 오면 안돼.
핵폐기장 얼마나 무거운디, 징할 놈인가 모르것는디,
힘 안들어라고 소리라도 해야제.

어허 어이영차 어영차 어하디엉차 어하여.
아이 상두꾼들 어깨춤 춤서 해야 써, 단단히 준비해야 써.
그놈이 징한 놈이여.
아 거기는 울어야 써, 아이고 아이고,
좋다 징하게 좋다 지화자 좋다.

핵폐기장 죽었으니 어찌아니 좋을쏘냐
잘도 잘도 헌다 우리 상두꾼 잘도 헌다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부안군민들 잘있거라
못가겄네 안갈라네 상주놈 없어 못가겄네
이제가면 언제오나 부안군에 다시오지말라
가세가세 어세가세 부안에서 어서가세
나는 간다 나는 간다 부안군민 잘먹고 잘살아라

어허 어이영차 어영차 어하디엉차 어하여


모여 있는 부안사람들 중에는 오늘 모인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어느 어느 방송국에서 나왔는지에 관심이 많다. 그동안 고립과 무시, 왜곡이 가져온 매체에 대한 불신 탓일 것이다.

"어디서 왔어? 오마이뉴스여, 참소리여?"
노란 옷을 비집고 들어가 사진을 찍는 글쓴이에게 부안사람인 듯한 아주머니가 묻는다. 옆에 있던 아저씨도 관심은 마찬가지다.
"한 2만명은 넘은 것 같제, 잘하네, MBC, SBS, KBS 다 온 것 같은데."

장사 때문에 행사에 나가지 못해 미안해 하는 횟집 아줌마, 손님이 뜸하면 연신 커피를 끓여 나른다. 지금도 변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믿는 부안사람들. 6개월 내내 서해에 해 떨어지는 줄 모르고 핵폐기장 태풍에 맞서야 했던 부안군민들.

그렇지만 그들은 소중한 것을 얻었다. 자치와 분권 그리고 참여를 내세운 노무현 정부가 2003년 부안주민들에게 확실하게 알려준 것이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참여가 무엇인지.

80년 5월 광주사태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평가되듯, 2003년 부안사태도 그러할 것이다. 2004년에는 그 동안 손보지 못했던 그물도 꿰매고 배도 손질해 촛불 대신 그물과 글게를 쥐고 칠산 바다와 새만금 갯벌에서 일하는 '부안사람들'을 보고 싶다.

행사장에 모인 부안 사람들
행사장에 모인 부안 사람들 ⓒ 김준
정읍축산인들이 대책위에 후원한 암소 한 마리
정읍축산인들이 대책위에 후원한 암소 한 마리 ⓒ 김준
노래자랑에 참여한 부안사람들. 심사위원은 모두에게 1등을 주었다.
노래자랑에 참여한 부안사람들. 심사위원은 모두에게 1등을 주었다. ⓒ 김준
목포 극단 갯돌과 문규현 신부의 품바공연에 파안대소하는 할머니
목포 극단 갯돌과 문규현 신부의 품바공연에 파안대소하는 할머니 ⓒ 김준
2003년 마지막 해가 핵폐기장 태풍을 일으켰던 칠산바다 위도 너머로 지고 있다.
2003년 마지막 해가 핵폐기장 태풍을 일으켰던 칠산바다 위도 너머로 지고 있다. ⓒ 김준
핵폐기장을 비롯한 2003년 모든 액운을 싣고 갈 띠배
핵폐기장을 비롯한 2003년 모든 액운을 싣고 갈 띠배 ⓒ 김준
위도 사람들이 달집에 불이 오르자 격포항에 내리고 있다.
위도 사람들이 달집에 불이 오르자 격포항에 내리고 있다. ⓒ 김준
부안의 농민들의 액운과 함께 달집에 불이 오르고 있다
부안의 농민들의 액운과 함께 달집에 불이 오르고 있다 ⓒ 김준
2003년 부안군 마지막 촛불집회
2003년 부안군 마지막 촛불집회 ⓒ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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