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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전쟁 중독>
ⓒ 창해
일부 미국인들이 거대한 부를 채우고 명예와 권력을 얻기 위해 벌이는 군사 놀음에 전세계는 희생당하고 있다. 이 책은 미국의 만성적인 전쟁 중독을 고발하고, 미국 정부와 언론이 유포하는 정보와는 다른 종류의 진실을 제공하겠다는 의무감에서 출발하였다.

저자는 비록 미국인이지만 미국의 대 이라크 전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가 밝힌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중동의 중심부에 미국의 허수아비 정권을 세우기 위해서이며, 둘째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석유 매장량이 많은 나라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 책을 옮긴 평화네트워크의 대표 정욱식씨는 9·11 테러 이후 부시 정권의 국가 안보 전략 보고서를 통해 그들의 국가 안보 전략이 미국의 군사적 헤게모니를 영구화시킬 군비 증강과 정책이 담겨 있다고 꼬집어 말한다.

이 책은 만화라는 형식을 빌어 아이들도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미국 기득권의 군사주의를 밝힌다는 점에서 교육용으로도 적합하다. 책은 안 가정의 어머니가 학교의 여러 시설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학부모 회의에 참석한 부모들은 학교 제정이 말이 아니라는 학교장의 설명을 듣고, 그렇다면 그 많은 세금은 모두 어디에 쓰이는 걸까 하는 의구심을 품는다. 저자가 밝히는 미연방 정부의 2003년도 예산에서 51.6% 가 군사비이며 나머지 예산을 쪼개어 기타의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적고 있다.

이중 교육 관련 예산은 겨우 6.7%에 불과하니 학교 화장실 휴지가 부족할 만도 하다. 왜 그렇게 많은 예산을 군사비에 지출하는 것일까? 미국은 사상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최강의 군대를 갖고 있는 나라이다. 지구상에서 전쟁을 벌이는 나라가 그다지 많지 않은데, 미국은 빠지지 않고 늘 전쟁에 끼어 있다.

저자는 미합중국의 건국 이후 한국 전, 레바논 전, 베트남 전 등 역사적으로 미국이 개입하여 일으킨 전쟁들을 쭉 열거하고 설명한다. 그가 전개하는 전쟁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미국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고 지나간 평온한 해는 거의 없다.

전쟁에 개입하는 이유는 겉으로는 평화 유지를 돕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그 전쟁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꾀하기 위해서이다. 특히 중동 지역의 석유 관할권을 둘러싼 이권 다툼은 늘 피 튀기는 전쟁을 일으킨다.

헨리 키신저는 "석유는 아랍인의 손에 맡게 두기엔 너무나 중요한 물건"이라는 망언을 서슴치 않는다. 전쟁을 통해 위기감을 조장한 후 투기와 유가 조작, 유가 상승 등을 통해 이득을 꾀하는 기업과 그들에게 결탁한 정치인들의 나라가 바로 미국인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고통 받는 보통 사람들이 존재한다. 전 세계의 많은 전쟁 국가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참전했던 군인들 또한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가까이 미국 내부에서만도 베트남 참전 용사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시위를 벌인 적도 있다.

군사주의의 비싼 대가는 엄청나게 거둬들인 세금이 모두 기업의 이익과 군사력 증강을 위해 흘러간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시민들을 위한 시설들은 낙후되고 교육은 후진적이며 발전이 없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서 전쟁에 중독된 이들을 노골적으로 비판한다.

전쟁 지지자들의 최전선에는 은행가, 기업 경영자, 정치가, 장관급 군인들이 있다. 그들에게 왜 그렇게 전쟁을 하려 하느냐고 물으면, 고결하고 사욕 없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자유를 위해! 정의를 위해! 평화를 위해!"

그러나 전쟁을 하려는 그들의 진짜 동기는 그렇게 고상한 것이 아니다.

"돈 때문이지. 시장(市場)이야. 천연자원 때문이야. 권력이지."


저자는 미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성의 목소리를 높인다. 부시가 선포한 '테러와의 전쟁'은 군사주의라는 부끄러운 역사의 연장일 뿐이며, 군사주의는 제국주의의 피비린내 나는 추종자일 뿐이라고.

미국인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전쟁을 막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때 비로소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 노력이 어떤 모습이든지 간에 많은 이들이 동참한다면, 이 세상에 언젠가는 전쟁이 없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 책의 말미, 편집자가 마지막에 전하는 이야기는 교육을 통해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수 있으리라는 확신에 차 있는 듯 하다.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미국의 의식을 바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교실에서도 읽힐 수 있도록 교사들에게도 이 책을 전해 주었으면 좋겠다. 정치가나 언론 종사자에게도 이 책을 보내 미국과 세상을 바꾸는 데 동참하도록 요구하자.(중략) 교육은 세상을 바꾸는 열쇠이다. 이러한 일은 결국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전세계의 사람들이 전쟁에 중독된 미국이 바뀌기를 믿고 의지하고 있지 않은가?"

전쟁중독 - 미국이 군사주의를 차버리지 못하는 진정한 이유

조엘 안드레아스 지음, 평화네트워크 엮음, 창해(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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