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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초유의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아버지들이 노래를 통해 마음으로 거듭나고 있다." 1998년 IMF한파에 눌린 아버지들에게 희망을 안겨준다는 취지로 결성된 서울아버지 합창단.
"사상초유의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아버지들이 노래를 통해 마음으로 거듭나고 있다." 1998년 IMF한파에 눌린 아버지들에게 희망을 안겨준다는 취지로 결성된 서울아버지 합창단. ⓒ 우먼타임스
새로운 아버지문화를 이끌고 있는 전국 200여개의 아버지합창단이 노래를 통해 건전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 그뿐 아니라 소년원, 무의탁노인, 불우이웃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나서면서 건강한 아버지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 아버지합창단원들은 예전에 느낄 수 없었던 재미와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국의 아버지합창단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탁계석 21세기문화광장 대표는‘아버지의 이름으로’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한다. 아버지합창단원들이‘남성’이 아닌‘아버지’의 의미를 되살리며‘사회를 향한 문화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것.

합창단 전국 200여 개... 사회약자 위한 봉사활동도

“다양한 직종과 계층의 아버지들이 연평균 50회 가량 만나 합창단 활동을 하고 있어요. 아버지들의 부족한 인간관계를 채워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죠. 하지만 단순한 동호인 활동만 하는 건 아니에요. 음주문화에 길들여진 아버지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사회봉사활동 등에 참여하면서 세상을 밝고 즐겁게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을 키우고 있는 거죠.”

사회봉사활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단체는 서울아버지합창단이다. 1998년 IMF 한파에 눌린 아버지들에게 희망을 안겨준다는 취지로 결성한 서울아버지합창단은 현재 120명의 아버지단원이 활동중이다. 최근 서울아버지합창단은 어머니합창단과 함께 소년원, 양로원 등을 방문해 훈훈한 정을 나눈 바 있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유홍서 서울아버지합창단 부회장은 아버지합창단이 걸어온 길을 회고하며 웃음 짓는다.

“저도 사무기기 대리점을 하다가 IMF 때문에 힘들 때였어요. 무언가 힘이 필요할 때 아버지합창단을 알게 되어 가입했죠. 활동하면서 애로점은 단원들을 모집할 때예요. 우리 아버지들,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만 노랜 줄 알잖아요(웃음). 무슨 아버지들이 클래식’씩이나’ 하냐고 하죠. 그런데 일단 단원이 되면 열심히 해요. 술, 노름, 퇴폐에 젖어 있던 아버지들이 정말이지 ‘싹’ 변해요. 혼자 못하는 봉사활동을 여럿이 나눠 하면서 보람을 느끼죠. 공연하면 가족들이 관객이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가족간의 교류도 이루어져요.”

컴퓨터 관련 컨설턴트 업체를 운영중인 김종욱 서울아버지합창단 총무 또한 ‘아버지합창단의 힘’을 강조한다. 아버지들 스스로도 합창단 활동을 통한 변화에 놀라면서도 내심 그 변화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

“술과 담배가 아닌 노래를 통해 마음으로 거듭나”

“저는 유홍서 부회장의 꼬임에 빠져 단원이 되었는데요(웃음). 활동이 생각보다 힘들어요. 한 해 50명이 입단하면 40명이 나가요. 단순히 노래만 부르면서 즐기는 게 아니니까요. 다들 직업과 가족이 있는데 꾸준하게 활동한다는 게 쉽지 않죠. 그래도 끝까지 남은 단원들의 보람과 행복은 그만큼 더 커요. 아버지들 모두 상상을 초월하는 자신들의 성의와 노력, 열정에 뿌듯해해요. 물론, 저도 그렇고요.”

국제심사원 일을 하고 있는 김윤진 우리아버지합창단 단장은 ‘마음의 정화’라는 말을 강조한다. “경제난 등으로 사상초유의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아버지들이 술과 담배가 아닌 노래를 통해 마음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 그 외에도 그는 “각양각색의 아버지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사는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것 자체에 만족한다”면서 아버지합창단의 ‘소통기능’을 힘주어 말한다.

김신일 분당아버지합창단 지휘자는 아버지합창단이 건전한 가족문화를 이끌고 있다고 말한다. “평범한 아버지들이 음악을 통해 새로운 아버지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에 음악 하는 사람으로 매우 기쁘다”면서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해도 2만개가 넘는 아버지합창단이 활동중인데 우리나라에도 더 많은 아버지합창단이 생긴다면 건전한 가족문화를 이끄는 ‘문화운동의 싹’이 피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밝게 웃는다.

아버지들은 고단하다. 고단함을 풀고 싶다. 그래서 통하고 싶다. 나와, 가족과, 세상과 통하고 싶다. 그렇게 해야만 고단한 삶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풀고 통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혹은 모른 척한다.

아버지합창단은 어떨까. 사는 재미와 보람과 행복을 동시에 충족시켜준다지 않나. 아버지들의 놀 권리, 즐길 권리, 봉사할 권리, 행복할 권리를 허(許)해줄 때도 되지 않았나. “내가 무슨 클래식’씩이나’”라며 머쓱해하는 아버지들에게 권유해 보자. 아버지문화의 변화, 그 첫 단추는 가족들이 권유하는 손길로 꿰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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