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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가에는 마오쩌둥 관련 신간서적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서점가에는 마오쩌둥 관련 신간서적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 김대오
12월 26일 탄생 110주년을 앞두고 마오쩌둥(毛澤東, 1893.12.26 ~ 1976.9.9)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서점에 가면 마오와 관련한 신간들이 쏟아져 있고 전시관들은 모두 마오를 기리는 사진전이나 그림전으로 내용을 바꾸어 놓았으며 음악회도 그를 추모하는 노래 일색이다.

모든 신문과 방송언론 그리고 인터넷까지 매일 그와 관련한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CCTV1에서는 황금시간대인 매일 저녁 8시부터 약 2시간 동안 마오의 업적을 찬양하는 ‘옌안송(延安訟)’을 방영하고 있으며 110개의 인터넷 사이트는 연합으로 <마오쩌둥 탄생110주년 기념 mzd110.chinaspirit.net.cn>이라는 주제활동을 지난 11월 26일 시작하여 내년 1월 26일까지 두 달 동안 계속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전면적이고 입체적인 기념행사 뒤에는 물론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위시한 중국공산당이 있다. 마오쩌둥을 통해 중국공산당의 정통성과 역사성을 제고시키면서 중국인들에게 애국심과 중화민족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자 하는 분명한 의도를 가진 기획인 것이다.

나아가 반봉건 반식민지 중국을 투쟁과 혁명으로 하나의 중국으로 통일시킨 마오의 정신을 계승하여 온 국민이 보다 단결하고 전면적인 샤오캉(小康)사회 건설을 위해 보다 분투 노력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도처에서 볼 수 있는 마오쩌둥의 동상
도처에서 볼 수 있는 마오쩌둥의 동상 ⓒ 김대오
과연 중국인들은 이 같은 공산당의 정치적 의도가 농후한 기념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칭화(淸華)대학의 한 교수는 "마오쩌둥은 끊임없는 혁명을 통해 중국을 변화시키고 결국 중화인민공화국을 건립했으며 중국인을 분열과 제국주의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시켰다"고 마오의 업적을 평가하고 "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공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구민주주의혁명, 신민주의혁명, 사회주의 개조 등 끊임없이 혁명에 성공하며 중국사회를 한 단계 한 단계 변화 발전시킨 마오쩌둥은 혁명에 대한 지나친 과신으로 결국 인간의 정신과 문화도 혁명으로 개조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화대혁명은 마오쩌둥의 공적을 일정 부분 훼손시켰다"고 지적하였다.

이같은 기념사업에 대해서 이 교수는 "중국이 경제건설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과정에서 홍(紅-혁명성과 당성)이 조금씩 전(專-전문성과 능력)에 밀리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통해 혁명성을 제고시키는 방편으로 삼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중국의 젊은 학생들은 많은 수가 이 같은 마오쩌둥에 관한 언론보도의 홍수 속에서도 마오쩌둥의 탄생 110주년에 별 관심이 없었으며 그 사실조차도 모르는 학생들이 많았다. 기념사업을 주최하는 측에서는 젊은 청소년들에게 마오를 보다 잘 홍보하기 위해 마오쩌둥의 찬양노래를 힙팝과 랩으로 편곡하는 등 많은 노력을 경주하는 것과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었다. 중국 젊은이들 대부분이 취업, 경제 등 현실문제와 가벼운 연예, 스포츠에 흥미를 느끼지 정치문제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시(山西)성 출신의 베이징대학 한 학생은 "마오쩌둥에 관한 내용을 어려서부터 너무 많이 접해서 이제는 어떤 감흥도 없다"고 대답하기도 하였다.

옌황예술관에서 전시중인 마오쩌둥의 그림 모습
옌황예술관에서 전시중인 마오쩌둥의 그림 모습 ⓒ 김대오
마오쩌둥의 탄생 110주년은 어쩌면 공산당 내부의 혁명성 제고를 위한 예방주사 기능, 혹은 마오시절에 향수를 느끼는 중국의 늙은 세대들의 추억여행 정도의 축소된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왕징(望京)에 사는 리우(劉)노인은 마오쩌둥의 시대에는 가난했지만 다 함께 가난해서 불행한 지 몰랐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넉넉해졌지만 더 큰 상대적 빈곤으로 결코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마오쩌둥은 분명 중국인들에 가슴속에 아직도 살아 있다. 마오쩌둥주석기념관에는 연일 추모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베이징 곳곳에는 마오의 동상이 흐뭇한 얼굴로 발전하는 중국의 모습을 묵도하고 있다.

마오쩌둥에 대한 중국인의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러나 마오쩌둥을 기념하고 회상하는 중국인들의 인식 중에 세대간, 계층간의 단절이 점점 심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 또한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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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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