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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를 따라 반별로 마련된 '살구정축제' 전시장
복도를 따라 반별로 마련된 '살구정축제' 전시장 ⓒ 황원판
'살구정 축제'는 마산합포여중이 위치한 회성동의 옛 지명인 '살구정'을 따서 만든 이름이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행사장에는 십자수, 퀼트, 예쁜 엽서, 손뜨게질 작품, 종이 공예, 닥종이 인형, 시화, 서예, 수행평가 작품, 사진 등 학창시절의 정취가 풍기는, '학생 수 만큼이나'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었다. 체육관이나 강당 등에 전시장을 따로 마련하지는 않고 평소 학생들이 뛰어다니던 교실 앞 복도를 따라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학급공동작품 "첫눈 오는날"  - 첫눈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작품
학급공동작품 "첫눈 오는날" - 첫눈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작품 ⓒ 황원판
"우수작, 대표작만 뽑아서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좀 어설프더라도 모든 학생들이 다함께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전시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회의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미래를 향한 꿈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일년 동안 갈고 닦은 솜씨와 꿈을 마음껏 펼칠 마당을 마련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 행사를 개최한 마산합포여중 신화정 교장의 말이다. 신 교장은 학생들이 저마다 다른 다양한 소질과 적성을 마음껏 발휘하여 '모두가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교내 학예전시회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학급공동작품 "재잘재잘 우리반"
학급공동작품 "재잘재잘 우리반" ⓒ 황원판
멋진 개인 작품도 많았지만, 학급 구성원 모두가 땀흘려 만든 공동 작품들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다양한 개인·단체 작품들 속에는 그들만의 세계가 담겨있었고, 다양한 소질과 적성이 조화되어 자아내는 '다양성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물론 밖으로 드러나는 외적인 아름다움과 형상도 중요하다. 하지만 전시된 작품에서 풍겨나는 '외적인 아름다움'보다는 그 속에 담긴 그들의 '마음'을 읽는 것이 더욱 소중하지 않을까.

학급공동작품 '사랑' - 다함께 만든 사랑과 우정의 '하트'
학급공동작품 '사랑' - 다함께 만든 사랑과 우정의 '하트' ⓒ 황원판
그래서 "요즘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들의 꿈과 소망은 무엇일까?"하는 생각으로 전시장을 둘러보았다. 그 속에서 나는 아직 '훈훈한 사랑'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선생님'을 향한 사랑이 있었다

낙서장 "나도 한마디"
낙서장 "나도 한마디" ⓒ 황원판
전시장 입구에 들어섰을 때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나도 한 마디'라는 낙서판이다. '잘 하던 굿도 멍석을 펴 주면 못한다'는 옛말이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평소 하고 싶은 말이 빽빽히 수놓아져 있었다.

"3-4 이병근 쌤 사랑해용∼♥"

붉은 색 펜으로 진하게 써놓은 이 글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연예인, 급우에 대한 사랑 표현도 많았지만,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선생님에 대한 사랑이었다. 문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좀 염려스럽고 어색하긴 했어도, 그 속에 담긴 진한 사랑만은 보는 이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그 속에는 '자연'을 향한 사랑이 있었다

"의자와 곰돌이" - '아이 편해!' 곰돌이가 신문지를 재활용해 만든 멋진 의자에 앉아 쉬고 있다.
"의자와 곰돌이" - '아이 편해!' 곰돌이가 신문지를 재활용해 만든 멋진 의자에 앉아 쉬고 있다. ⓒ 황원판
전시물 중에서 시선을 머물게 한 것 중 하나가 신문지를 재활용해 만든 의자 위에 편히 쉬고 있는 곰돌이 인형이다. 살아있는 나무를 잘라 자연을 훼손하며 만든 근사한 의자보다는, 이 재활용 의자에 앉아있는 곰돌이의 마음이 더욱 편해 보였다.

그리고 학급 공동작품인 '요구르트 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는 아직도 마음속에 긴 여운으로 남아 있는 작품이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여 만든 3학년 3반 반장 유희정 학생을 만나 물어보았다.

"요구르트 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 - '재활용'도 배우고, '협동'도 배우고
"요구르트 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 - '재활용'도 배우고, '협동'도 배우고 ⓒ 황원판
"학급회의 시간에 어떤 작품을 만들지 의논하던 중 지점토로 눈사람을 만들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기 때문에 요구르트 병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다함께 만들기로 했습니다."

"요즘 살아있는 나무를 함부로 잘라 만드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파서, 먹고 버린 작은 요구르트 병을 재활용해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추운 날씨에 모은 요구르트 병을 찬물에 함께 씻고, 색칠하고, 함께 층층이 쌓는 가운데 협동심을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라고 해맑은 미소를 머금으며 소감을 말했다.

신세대들이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 사람으로 변하는 데 대한 우려가 높아가고 있는 요즘,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힘을 합치는' 공동체 의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작품 속에서 자원을 재활용하는 '자연 사랑'을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

그 속에는 '이웃'을 향한 사랑이 있었다

"장화홍련 디카사진관" - 영화 <장화, 홍련>을 패러디한 멋진 사진관에서 '사진도 찍고, 이웃도 도우세요.'
"장화홍련 디카사진관" - 영화 <장화, 홍련>을 패러디한 멋진 사진관에서 '사진도 찍고, 이웃도 도우세요.' ⓒ 황원판
전시장 한 코너에는 '장화홍련전'을 패러디한 멋진 자선 '디카 사진관'이 차려져 있었다. 학생들이 지나가는 선생님과 학생들을 향해 "사진 찍으세요" "어려운 이웃을 도우세요"하며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사진도 찍고, 이웃도 돕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멋진 아이디어를 낸 주인공은 3학년 1반 학생들이다. 반장 최수진 학생은 "갈수록 추워지는 날씨에 어려운 이웃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는 정사랑 학생의 제안으로 이 사진관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모인 돈은 모두 구세군 자선냄비에 넣을 것입니다"라며 훈훈한 급우들의 마음을 말했다.

그 속에는 '친구'를 향한 사랑이 있었다

"손수건에 새긴 마음"
"손수건에 새긴 마음" ⓒ 황원판
복도 창문 한 곳에는 평소 호주머니 속에 소중히 간직해 온 손수건이 줄지어 걸려있었다. 거기에는 평소에 담아둔 마음이 적혀 있었다.

"1년 동안 정말 즐거웠습니다. 선생님, 친구들 ♥해요"

"1년 동안 즐거웠고! 2-2반 친구들 사랑해 ♥ 우정 변치 말자."

그들의 가슴에는 친구를 향한 사랑과 헤어짐의 아쉬움, 새 학년에 대한 기다림, 변함없는 우정에 대한 소망이 가득했다.

청소년 문제가 날로 심각해 가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번 학예회에서는 변함없는 선생님과 자연, 이웃, 친구를 향한 '사랑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사랑의 씨앗이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의 결실을 거두어 만들 '아름답고 훈훈한 사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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