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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며칠전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풋풋하고 따뜻할 자리에 초대받는 호사를 누렸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한 쌍이 가까운 지인들을 불러 공식발표 같은 것은 한 것이다. 돌아가며 덕담을 해주다가 '연애는 한 몸이 되는 것'이라 말해 주었다. 조금 얼굴이 붉어지는 두 사람을 재밌어 하다가 '한 몸처럼 아껴주라는 뜻'이라고 결국 노인네 같은 소리를 해버렸다.

자리를 파하고 제법 겨울 추위 맛이 나는 거리를 걸었다. 그래, 어쩌면 모든 불행은 우리가 한 몸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것이겠다. 그리고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한 몸이 아닌 것을, 한 몸으로 만드는 것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본 따뜻한 마음이 더없이 귀한 것으로 다가왔다.

밥 먹고 똥 싸는, 별것도 아닌 나의 일상은 언젠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겠지만, 얼마전 남극에서 조난된 과학자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들의 몸이 견뎌내야 했던 그 살인적인 추위를 그저 상상해 본다. 살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부둥켜 안았던 그 체온은 얼마나 따뜻한 것이었을까. 모두가 모두의 생명이고 은인이었을 것이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다는 주말이었다. 지난달, 철거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사제총을 만들어 쏜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관심을 샀던 철거민들을 기억하는지. 나도 우리 언론도 모두 잊고 있었던 그들에 대한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들은 이웃도 일감도 모두 잃은 채 생활의 터전을 떠나야 할 것이다. '원활한 철거'를 위해 경찰이 전기도 끊었다던데,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위태한 철탑 위에서 사제총을 쏴야 했던 사람들은 지금쯤 어느 언저리에서 이 혹독한 추위를 감당하고 있을까.

12월은 이른바 사랑의 계절이다. 그러나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주셨던 그분에게 보여주기엔 부끄러운 세상이다. 이 한 달만이라도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알량한 양심에 넘치는 기도를 드려본다.

부디 우리의 일상이 잊고 있던 모든 사람들의 영혼에도 평화가 가득하기를. 시작하는 연인들이 서로를 한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게 하시고, 철거민들에게 따뜻한 쉴 곳을 허락해 주시며, 나의 일상에 묻혀버린 사랑의 마음을 되찾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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