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엄마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아동
엄마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아동 ⓒ 이철용
이날 행사는 충남여성장애인연대 이연경씨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위드뉴스>와 여장연이 공동으로 제작한 10여명 여성장애인의 폭력 증언으로 시작했다.

영상물의 증언은 여성장애인의 일상 생활은 폭력과 차별의 연속임을 말해주고 있다. 여성장애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차별을 당한다. 그 첫 번째 차별이 교육이다. 남성 장애인은 어떻게든 학교를 보내려고 노력을 하는데 여성장애인은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장애인, 일상이 차별 폭력

집안의 대소사도 차별의 연속이다. 명절날 친척들이 오면 많은 여성장애인은 다른 곳에 맡겨지거나 골방에 감금된 채 모든 친척들이 돌아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러한 것은 형제나 집안의 결혼식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넌 오지마" 이것이 대부분 여성장애인이 경험하는 것이라고 한다.

학교를 가더라도 편의시설 특히 화장실의 문제는 심각하다. 장애인용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볼일을 해결하는 것은 정말 전쟁 같다. 살아남기 위해 가능하면 먹지 않는다. 그것으로 인해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특히 방광염 등의 질환은 거의 대부분이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비장애인과 결혼을 해서 생활하는 한 장애인은 처음에는 사랑했기에 결혼을 했다고 한다. 초기에는 장애가 문제가 아니었는데, 생활하다보니 그 마음은 사라지고 거침없는 폭력이 자행된다고 한다. 장애로 인해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신고를 해도 부부간의 일이라고 하며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한 여성은 경찰에 고발을 했는데, 남편의 말만 듣고 장애를 입은 사람과 생활하는 남편을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오히려 신고까지 한다고 피해자에게 핀잔을 준다고 한다. 어떤 장애여성은 장애를 입게 되자 시집에서 이혼을 종용하고, 가족들이 의도적으로 외도를 유도하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영상물에 이어 퍼포먼스가 이어졌고, 본격적인 차별 폭로대회인 2부 차별폭로 마당이 이어졌다.

충남여성장애인연대의 핸드벨 연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첫 순서에서 한 회원은 '내 이름은 장애'라는 시를 낭독했다.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이름은 본명이 아닌 장애라고 불렸다고 하며 가족으로부터 냉대를 받고 23년간 재활원에서 외부와 차단된 채 살아야 했다고 했다.

그는 오갈 데 없는 버려진 몸으로 재활원 원장에게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해야 했지만 나약한 장애인이기 때문에 저항도 못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아픔과 상처, 원망으로 자신의 유일한 친구는 눈물이었다고 고백했다.

직장에 가려고 택시를 타면 몸이 불편한데 '뭐하러 다니냐'는 택시기사의 짜증스런 반응, 회사에서 편의시설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싫으면 일을 그만두라고 하는 차별과 폭력적 상황을 시로 옮겼다.

경남여성장애인연대의 '노래로 표현하는 차별'
경남여성장애인연대의 '노래로 표현하는 차별' ⓒ 이철용
경남여성장애인연대는 5명의 회원들이 녹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흰 장갑을 끼고 '바위처럼' 곡에 맞춰 장애차별철폐 투쟁의 노래를 율동과 함께 흥겹고 힘차게 불렀다.

장애차별 무너뜨리자
다른 몸뚱이로 산단 이유로
일어설 기회-마저 빼앗아가는 장애차별
무너트리자!

바람에 흔들리는 건 뿌리가 얕은 갈대일 뿐
차별철폐 복지세상 올 때까지 굳세게 싸워나가리.

우리 모두 절망에 굴하지 않고
시련 속에 자신을 깨우쳐가며
마침내 올 평등세상 주춧돌이 될
장애차별 무너트리자!


가족이 가장 큰 가해자

이어 시각장애인여성회 회원의 '댄싱 퀸' 스포츠댄스가 이어졌고, 시각장애인의 고통에 대한 증언이 이어졌다.

23살의 여성 시각장애인은 3녀 중 중간으로 5살 때 홍역과 고열로 시각장애를 얻었다. 어린시절 예쁜 것에 대한 욕구가 있었으나 엄마는 언니와 동생에게는 무엇을 사줄까, 어떤 것을 좋아하나, 물어보지만 자신에게는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고, 언니와 동생에게는 직접 데리고 나가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주지만 한 번도 자신에게는 물어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언니와 동생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도 무엇인가를 사줬지만 그것이 어떤 것이라는 것에 대한 설명 없이 무조건 전해주기만 했다고 한다. 또한 그것에 대해 물어볼 용기도 없었다고 한다.

사춘기 시절 이성에 대한 관심으로 자신을 가꾸고 싶은 생각에 맹학교에 다니며, 자원봉사자와 남대문 시장에 가서 정말 좋은 것들을 많이 느낄 수 있었지만 그러한 경험은 가족에게서는 전혀 맛볼 수 없었다고 했다.

20세 때 언니가 결혼을 하게 되어 엄마와 언니, 동생 모두 마사지를 한다, 옷을 준비한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자신에게는 아무런 관심과 설명이 없었다. 그래서 혼자 몰래 계란 마사지를 하기도 했는데, 정작 결혼식 당일 엄마와 가족들은 밥상을 차려주고 집에 있으라고 했다. 모두들 결혼식장에 간 이후 자신은 아무런 욕구가 없는 마네킹인가 하는 생각을 했으며, 동생 때는 갈 수 있겠지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고 했다.

부산여성장애인연대의 '인형극으로 이야기 하는 차별'
부산여성장애인연대의 '인형극으로 이야기 하는 차별' ⓒ 이철용
네 번째 순서는 부산여성장애인연대의, 인형극으로 이야기하는 차별이 이어졌다.

게시판에 대형 그림이 그려지고 그 앞에서 인형극이 진행된다. 그 한켠에서 여성장애인 3인이 대사를 이어간다. 그 대화 내용은 여성장애인이 생리를 하게되자 엄마가 수술을 통해 생리 문제를 해결하자고 한다. 딸은 그럴 수 없다고 강변한다. 다음 장면은 자원봉사자와 사랑을 느끼게 되고 정동진으로 여행한다. 그곳에서 로맨스를 꿈꾸지만 물거품이 된다.

다음 장면은 그 남성과 결혼을 해서 아리따운 딸을 출산했다.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갔는데, 동네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후처다, 입양이다" 등등 장애인이 어떻게 아이를 낳아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편견과 차별들이 이어진다.

이어 대구여성자애인연대의 김양희 간사의 "내 안의 차별"이라는 시를 여장연 오상진 간사가 대신 읽었고, 농아인여성회의 수화 꽁트가 이어졌다. 6명의 여성 농아인들은 "장애인 차별 금지법 제정", "관공서 학교 기관마다 수화통역 배치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콩트를 이어갔다.

2부 순서는 수화 꽁트에 이어 모든 참석자들이 개사곡 '바위처럼'을 부르며 여성장애인 차별을 폭로하는 시간으로 모든 순서를 마쳤다. 사회자는 청중들에게 행사에 대한 소감을 물었고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생각들을 펼쳤다.

광주에서 올라온 한 여성장애인은 살아가며 장애인이기 때문에 당하는 억울함을 말하고, 당당하게 싸워서 쟁취해야 한다고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어 주장했다.

농아인여성회의 '꽁트'
농아인여성회의 '꽁트' ⓒ 이철용
여장연은 오늘 행사를 마친 이후 이러한 그간의 사례를 모아 자료집을 발간하고 다양한 차별 경험들을 영상으로 담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 이상 여성장애인을 차별하지 말라!"

행사를 마치며 여장연은 "더 이상 여성장애인을 차별하지 말라!"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성명서에서 '장애를 가진 여성은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교육과정에 진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차별 받고 있으며 취업은 늘 남성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직장 내에서도 장애가 있는 여성은 차 심부름, 낮은 임금,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배제, 성폭력 피해, 구조조정 영순위 대상자로 차별을 받는다'며, '일자리가 있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감사하며 차별 받는 상황을 알면서도 숨죽여 지내야 하는 것이 여성 장애인의 삶'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제 우리 여성 장애인들은 저항을 시작했고, 여성 장애인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을 당당하게 폭로하겠다고 했다. 더 이상 우리의 삶을 난도질하지 말라고, 우리는 여기 모여서 결연한 부르짖음으로 가슴 밑바닥에서 끓어오르는 차별에 대한 분노와 권리의식을 담아 강력하게 외친다고 했다.

성명서 낭독
성명서 낭독 ⓒ 이철용
여장연은 성명서에서 `▲ 이제 더 이상 우리 여성장애인을 차별하지 말라! ▲우리는 인간으로서 동등하게 교육받고, 일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 아이를 낳고 양육하며 건강한 삶을 영위해 나갈 권리가 있다! ▲우리는 여성장애인을 왜곡하는 모든 미디어 문화 환경과 폭력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당당한 성적권리자로 존중받고 자기 결정권을 가지며 지역사회 내에서 자립 생활할 권리가 있다. ▲여성장애인의 차별적 상황을 고려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여성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라!'는 6개의 조항을 요구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