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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부터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대구 경신정보과학고 교사들이 18일 오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16일부터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대구 경신정보과학고 교사들이 18일 오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평생교육법에 의해 설립·운영되고 있는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인 대구 경신정보과학고등학교가 교장의 비리 의혹 등을 제기하는 교사들이 전면 파업을 예고하는 등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18일 대구지역 평생교육시설로 지난 88년 설립된 경신정보과학고등학교(대구 중구 장관동 소재) 노동조합은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비리교장 구속처벌과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경신정보고 노동조합은 지난 9월부터 윤아무개 교장이 학교 운영과 관련해 공금 유용 및 횡령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교무실 농성을 시작한데 이어, 지난 16일부터 시교육청 앞 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경신정보고 노조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윤 교장은 학습비 수십억과 학부모 기부금 및 보충수업비 수억여원 등의 공금을 횡령하고 개인적인 치부로 착복했다"며 "또 재산관리를 측근 교사에게 맡겨 학교재정을 사금고화 시켜 파탄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개교이래 수많은 문제와 비리를 바로잡고자 수차례에 걸쳐 시교육청의 지도 감독을 요청해왔다"며 "하지만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에서도 법의 한계와 노사 당사자간의 문제라는 논리만 따져 경신정보고를 교육의 사각지대로 방치했다"고 비난했다. 노조측은 교육청이 학교장을 즉각 고발조치하고 해임할 것, 그리고 경신정보고 정상화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경신정보고의 파행은 지난 88년 설립초기 역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회교육법에 의한 학력인정 학교인 이 학교는 김아무개씨가 설립하고 김씨의 남편인 박아무개씨가 학교장을 맡아 운영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94년 교육부 특별감사를 통해 6억3000만원 횡령 등으로 학교장인 박씨가 해임되고 95년 당시 교감이던 현 윤 교장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그러나 학교 운영 정상화를 바랐던 기대와는 달리 학교운영과 관련한 잡음은 가시지 않았고 내부 갈등이 확산되는 양상으로 치닫았다.

이는 최근 이뤄진 교육청 감사에서도 일부 드러났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10월 13일에서 18일까지 벌인 특별감사에서 2000년 이후 윤 교장측이 △학습비 집행 및 급여지급 △학교 시설공사 집행 △2003학년도 졸업앨범 대금 △각종 임대수익금 집행 △동창회비 지급 등 재정운영과 관련해 총 1억6000여만원을 개인채무 변제 등으로 유용한 것으로 적발했다. 당시 교육청은 윤 교장에게 책임을 물어 재정은 원상복귀시키고, 신분상 처분으로 경고 조처했다.

하지만 교육청의 사태처리에 대해 노조측은 한마디로 '불만족스런 결과'라고 반발했다. 특히 노조측은 전임 교장이 해임된 후 윤 교장 체제로 넘어온 지난 95년 당시 '이면계약'을 통해 전·후임 교장간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이면계약을 지키기 위해 윤 교장측이 학교 운영을 통해 벌어들인 수십억원의 돈을 전임 교장에게 넘겼다는 것.

이러한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 윤 교장은 "전임 교장이 학교 운영 외에 수련원 사업 등을 벌이다 부도를 내 학교가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며 "그동안 학교를 정상화시키 위해 노력해 왔을 뿐"이라고 비리의혹에 대해 일축했다. 그는 또 "교육청 감사에서 문제가 된 부분도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이 아니라 학교 운영의 정상화를 위해 쓰여졌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노조측은 대구시교육청이 사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경신정보고 노조 이대영 위원장은 "교육청이 2000년 이전의 학교 운영과 관련해서는 감사를 실시하지 않아 더 큰 비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교육청 한 관계자는 "서류보존 기한이 3년인 관계로 2000년 이후 운영 부분만 감사를 할 수 있었다"며 "2000년 이전 사항에 대해서는 구두로만 조사를 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경신정보고 일련의 사태와 관련 "교육청도 그동안 수차례 노조와 학교간의 대화와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해 최근 잠정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노조의 내부 이견으로 합의가 결국 무산돼 안타깝다"면서 "좀더 대화를 위해 교육청 차원에서 노력을 하겠지만, 만약 적절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학교장 해임과 학교 폐쇄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신정보고 노조측은 대구시교육청에 대해 윤 교장의 해임과 정상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음에도 적절한 대책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오는 22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경신정보고 노조와 전교조측은 경신정보고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문제가 되고 있는 윤 교장을 해임시키고, 기존 학생과 교사들은 현 건물 부지의 원주인인 S학교법인측에서 승계하고 학교를 운영해 줄 것을 하나의 대안을 내놓고 있다.

평생교육시설, 사립학교법 아닌 일반 사업장법 적용받아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 제도 개선 절실

평생교육시설은 지난 88년 노태우 정권 당시 공약사항으로 사회교육법을 제정하고 적령기에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취지로 생겨났다.

하지만 이런 취지에 반해 각종 문제점을 낳게 되자 지난 99년 사회교육법은 현행 평생교육법으로 개정된다. 이에 따라 평생교육시설에 대해서는 일반 학교의 인가 기준을 동등 적용하게 하고 학교 매매 등을 금지하게 된다.

그렇다고 현행 평생교육법도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특히 평생교육시설이 사실상 일반 학교의 기능을 하면서도 사립학교법의 적용을 받는 것이 아닌 일반 사업장으로 법적용을 받게 돼 있어 교육청의 감독 권한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그렇다. 따라서 학교장과 설치자가 전횡을 해도 관선이사 파견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점이 맹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신정보고의 경우 학교장의 공금 유용 등이 교육청 감사결과로 드러났지만, 설치자이면서 학교장인 교장을 해임조처시킬 경우 법적인 소송으로 대응할 수 있다. 결국 학교장이 자진해서 권한을 위임하지 않는 이상 교육청이 학교를 폐쇄시킬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에 따른 학생과 교사들의 피해는 자명하다.

뿐만 아니라 평생교육시설의 교사들은 교원으로서 인정을 받지 못해 각종 부당노동행위 등에 노출되기 쉽다는 지적이다. 대구지방노동청은 지난 9일 경신정보고의 근로기준법 위반 등에 관해 '생리휴가근로수당 체불'과 '호봉 미습급'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전교조 대구지부 임성무 정책실장은 "평생교육법에는 교원의 지위에 관한 규정이 없고 학교에 당연히 적용돼야 할 비영리 조항이 없는 일반 사업체나 다름없다"라며 "특히 비리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이 없어 학교장과 설치자의 비리에 대한 견제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임 실장은 "평생교육시설은 법제도의 미비로 인해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어 법제도의 정비 등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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