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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클림트, 황금빛 유혹>
책 <클림트, 황금빛 유혹> ⓒ 다빈치
클림트의 작품 중 황금빛과 기하학적인 도형으로 둘러싸인 채 키스하는 남녀를 그린 작품 <키스>는 대중들에게 친근한 작품이다. 이 그림의 남자는 고개를 돌린 채 여자의 뺨에 키스하고 있고, 여자는 눈을 감은 채 감정에 몰입한다.

오스트리아가 자랑하는 화가 클림트는 19세기 활발히 활동한 작가로 그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창출하고 220여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의 작품들은 개성적인 색깔을 갖고 있는데, 특히 여성들을 모습을 많이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나는 그림을 그릴 줄 안다. 난 나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다른 이들도 여기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게 사실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결코 자화상을 그린 적이 없다. 나 자신이 그림의 소재로는 그다지 흥미를 끌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다른 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내 관심을 끈다."

그의 말처럼 클림트 작품의 주된 소재들은 바로 여성들이다. 이들은 팜므 파탈(악녀)의 모습으로 표상되기도 하고, 에로틱한 표정을 지닌 성적 대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반쯤 눈을 뜨고 턱을 약간 쳐든 듯한 표정의 여자가 잘린 남자의 머리를 들고 있는 <유디트 1>는 클림트의 여성에 대한 인식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저자는 클림트의 작품 <키스>를 에로티시즘과 연관시켜 해석한다.

"<키스>는 가장 인간적인 행위라 할 수 있는 남녀의 포옹과 입맞춤을 그리고 있지만, 그 몽환적 분위기와 신비로운 에로티시즘은 낯선 어딘가를 헤매는 느낌을 준다. 이 세상이 아닌 어딘가, 끝없이 펼쳐진 우주 한 귀퉁이. 지금도 아니고 옛날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미래의 어느 때라고 말할 수 없는 시간. 아니, 그 시간조차 멈추어진 곳에서 평온한 합일감에 도취된 연인이 있다."

여인들의 모습에 대한 클림트의 각별한 애정은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표현된다. 그리고 그 표현에는 항상 몽환적인 분위기와 감정에 물든 여인의 매혹적인 눈빛, 발그스름하게 상기된 볼 등이 묘사되어 있다.

황금으로 표현하는 매혹적 분위기

"대조와 조화가 어우러지면서 빚어내는 <키스>의 황홀한 매력에 대해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금이 주는 효과이다. 금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금속이다. 모든 것은 덧없이 소멸하기 마련이지만, 금은 그러한 법칙을 초월한다. <키스>가 이 세상을 넘어선 분위기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세속적 색채의 영역을 벗어난 금을 사용한 덕분이다."

물론 금에는 물질적이고 값비싼 물건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도 있다. 클림트는 특히 금 세공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황금색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았던 것 같다. 그 덕분에 그의 작품들은 금빛으로 물들어 새롭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창출한다.

그의 작품 중 황금으로 채색된 것들은 평면적이고 장식적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다. 특히 그 화려한 색채는 기하학적인 도형과 어우러져 그 화려함을 더한다. 그리고 그 마술적 분위기와 섬세한 세련미는 인물들의 관능적인 표정과 비교되면서 조화를 이룬다.

클림트의 작품들이 각광받는 이유는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그만의 독창적 작품 세계 구축과 새로움을 추구했던 정신 때문일 것이다. 그는 기존의 오스트리아 빈의 화단이 유럽의 현대적 미술 동향과 단절되어 있다는 점과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점을 비판하는 '빈 분리파'의 회원으로 활동했다.

클림트의 작품 <물뱀 2>
클림트의 작품 <물뱀 2> ⓒ 다빈치
이들은 지나치게 전통만을 고집하고 새로운 흐름을 거부하는 기존 화풍에 대해 반발하고 오스트리아 예술의 세계화를 추구했다.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을 수용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정신은 클림트의 작품 경향과도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다.

"분리파는 빈 사회에 내재된 전통과 현대의 대립 내지는 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분리파 회원들이 동일한 이념이나 예술 양식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그들이 공유했던 것은 진보와 개인적 예술 표현 방식에 대한 입장이었다. 또한 그들은 더 이상 수공예를 회화나 조각보다 열등하다거나 그 수단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서 클림트의 그림에 대하여 해석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자료를 찾고 그의 그림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글을 쓰면서도 그러한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그녀가 찾은 대답은 바로 "그의 그림을 바라보는 일이 내겐 몹시 기분 좋은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대답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아마도 클림트의 그림이 주는 아름다운 분위기와 화려함, 그 속에 담긴 새로운 정신에 대한 감탄 때문일 것이다.

미술 평론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클림트의 그림은 새로움과 신비로움의 의미를 던져 준다. 키스하는 남녀, 유혹하는 듯한 표정의 여인, 금빛으로 반짝이는 배경, 신비스러운 터치. 이 모든 것들은 클림트의 그림을 보는 이들을 매료시킨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의 그림을 보면서 아름다운 상상에 빠지게 되는 게 아닐까?

클림트, 황금빛 유혹

신성림 지음, 다빈치(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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