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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 콜라 크리스마스 인 더 파크" 야외콘서트에는 매년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린다.
"코카 콜라 크리스마스 인 더 파크" 야외콘서트에는 매년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린다. ⓒ 정철용
지난 11월 30일 시내 중심가에서 펼쳐진 산타 퍼레이드로 공식 시작된 오클랜드의 크리스마스 시즌은, 지난 토요일(12월 13일) 시내에 자리한 넓은 시민 공원인 오클랜드 도메인(Auckland Domain)에서 열린 야외콘서트로 이어지면서 그 절정에 달하고 있다.

코카 콜라사의 재정 지원을 받아 열리고 있기 때문에 “코카 콜라 크리스마스 인 더 파크(Coca-Cola Christmas in the Park)”라고 불리는 이 야외콘서트는 벌써 1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매년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이 야외콘서트는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행사로 자리잡았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편하게 주차를 하고 좋은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침부터 서두르는 것이 좋다. 우리도 도시락을 싸고 모든 준비를 갖추어서 12시가 되기 전에 오클랜드 도메인에 도착했다. 행사장에서 떨어진 한적한 곳에 돗자리를 깔고 책을 보다가 점심을 먹고 오후 3시경에 야외콘서트가 열리는 넓은 잔디밭으로 이동했다.

따가운 여름 햇볕을 피하기 위해 해변용 파라솔에서부터 간이 천막과 야영용 텐트까지 등장한다.
따가운 여름 햇볕을 피하기 위해 해변용 파라솔에서부터 간이 천막과 야영용 텐트까지 등장한다. ⓒ 정철용
공연은 저녁 7시 45분부터 시작되는데도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 있다. 따가운 여름 햇볕을 피하기 위해 해변용 파라솔을 펼쳐 놓은 사람들도 있고 넓은 천막을 친 사람들도 제법 된다. 어떤 사람들은 야영용 텐트를 쳐 놓고 그 안에 들어가 햇볕을 피하거나 햇볕에 두면 상하기 쉬운 음식들을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도 우산 두 개를 펼쳐 햇빛을 가린다. 아직도 4시간 이상을 뜨거운 햇볕 아래 기다려야 하지만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온갖 음식들을 펼쳐 놓고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삶을 즐기는 여유로움이 넘쳐난다. 우리도 집에서 싸온 과자와 음료수를 먹으면서 책도 읽고 함께 게임도 하면서 기다리는 그 시간을 즐긴다.

사람들 사이사이로 자원봉사자들이 프로그램 책자와 산타 모자 그리고 야광봉을 팔러 다닌다. 그러나 그들은 장사꾼이 아니다. 그 물건들의 판매대금은 청소년들을 돕는 자선단체의 기금으로 조성된다. 우리도 프로그램과 야광봉을 하나씩 산다.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그것을 자선기금을 조성하는 기회로 삼고 또 거기에 아낌없이 동참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

와인을 곁들여 저녁을 먹고 있는 오래된 연인들의 모습이 다정하다.
와인을 곁들여 저녁을 먹고 있는 오래된 연인들의 모습이 다정하다. ⓒ 정철용
저녁 무렵이 되자 여기저기서 맛있는 냄새가 진동한다. 우리는 도시락으로 점심을 든든하게 먹었기에 저녁은 간단하게 컵라면으로 때운다. 우리 앞에 자리 잡은 다소 늙은 한 쌍의 연인들은 행사장 주변에서 사온 음식에 와인을 곁들여서 먹고 있다. 함께 산타 모자를 쓰고 정담을 나눠가며 식사하는 그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정겨워 보인다.

마침내 공연이 시작되자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무대 쪽으로 향한다. 빨간색으로 꾸며진 무대의 중앙 위쪽에는 산타클로스가 그려져 있다. 계절이 반대라 이곳에서는 크리스마스가 한여름이지만 산타클로스가 입고 있는 옷은 여기서도 두툼한 겨울용 털옷이다.

공연이 시작된 무대의 위쪽에 보이는 산타의 모습은 세계 어디서나 똑같다.
공연이 시작된 무대의 위쪽에 보이는 산타의 모습은 세계 어디서나 똑같다. ⓒ 정철용
잘 알려져 있듯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이미지가 이러한 모습으로 굳어진 것은 1931년 코카 콜라사의 광고에 등장하면서부터라고 한다. 당시 광고를 담당했던 미국의 화가 헤든 선드블롬(Haddon Sundblom)은 코카 콜라의 로고 색과 거품을 상징하기 위해 산타클로스에게 붉은색 옷과 모자를 입히고 희고 풍성한 수염을 붙인 것이다.

뉴질랜드의 유명한 가수들이 부르는 캐럴들에 맞추어 함께 손뼉을 치고 손을 흔드는 가운데 1부 순서가 지나자 이제 하늘은 완전히 어둠에 잠긴다. 놀러 나온 별들이 더욱 또렷해지는 가운데 2부 순서가 시작된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무대 옆에 세운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에 별들이 떠오르자 사람들은 환성을 지른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황홀하게 바라보는 딸아이의 눈에도 별들이 뜬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별들이 떠오르자 사람들은 환성을 지른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별들이 떠오르자 사람들은 환성을 지른다. ⓒ 정철용
그러나 본격적인 별들의 잔치는 2부 순서의 끝에 가서 무대가 아니라 밤하늘에서 펼쳐진다. 수백 수천 개의 불꽃송이가 짙은 어둠 속 밤하늘에서 화려하게 피어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불꽃놀이에 사람들은 환성을 지르다 못해 말을 잊는다. 빨강, 초록, 주황, 하양, 자주 등 화려한 색깔의 불꽃들이 가지가지 모습으로 밤하늘에 피어나는 모습은 책에서 본 은하의 모습과 닮아 있다.

여름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수백 수천 개의 불꽃송이는 야외콘서트의 절정이다.
여름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수백 수천 개의 불꽃송이는 야외콘서트의 절정이다. ⓒ 정철용
그 은하를 배경으로 산타를 태운 썰매가 마치 우주선처럼 날아온다. 산타의 도착과 함께 한여름 밤의 야외콘서트는 막을 내린다. 아쉬워하는 딸아이는 내년에도 또 보러 오자면서 벌써 내년을 기약한다.

그렇게 말하는 딸아이의 눈에서 나는 별들을 본다. 그 별들은 내가 크리스마스 날 새벽에 손을 호호 불어가며 새벽 송을 돌면서 본 그 별들이 아니다. 하지만 별들은 달라도 그 별들을 보며 꾸는 꿈은 똑같이 아름답다.

산타는 마치 우주선처럼 나는 썰매를 타고 도착한다.
산타는 마치 우주선처럼 나는 썰매를 타고 도착한다. ⓒ 정철용
앞으로 몇 년이 더 지나면 딸아이는 한여름에 맞는 크리스마스를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내가 크리스마스라면 으레 함박눈이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듯이 딸아이는 한여름 밤의 어두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불꽃놀이를 크리스마스의 추억으로 간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함박눈 송이든 불꽃 송이든 우리가 기억하는 크리스마스의 추억은 모두 잊혀지지 않는 별이 되어 오랫동안 우리의 삶에 깃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오클랜드 도메인에서 함께 바라본 그 많은 불꽃송이가 딸아이의 추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별들로 자리 잡기를 가만히 빌어주었다.

불꽃송이는 딸아이의 추억 속에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별이 될 것이다.
불꽃송이는 딸아이의 추억 속에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별이 될 것이다. ⓒ 정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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