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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최병렬 대표가 한나라당사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대선자금에 관련된 입장을 밝히기 위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1일 오전 최병렬 대표가 한나라당사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대선자금에 관련된 입장을 밝히기 위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재오 비상대책위원장 겸 사무총장은 12일 '야당탄압 불법 정치공작 수사중단 공개 요구서'를 내놓으며 "검찰은 오직 한나라당만을 표적으로 삼아 전국 도처에서 자행하고 있는 야당 탄압 불법 정치공작 수사를 지금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 총장은 검찰이 "대선자금을 수사한다는 미명하에 지구당위원장, 중앙위원회 임원 등은 물론 일반 당원이 합법적으로 납부한 당비까지 마구잡이로 뒤져서 소명요구나 검찰출두를 강요하고 있다"는 점과 "한나라당이 검찰에 제출한 후원금 거래내역서를 악용해 후원인을 협박하는 등 야당 죽이기 불법수사를 서슴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검찰을 강력히 비난했다.

이 총장은 "이것은 명백히 검찰권의 남용이며 범죄 행위"라며 "야당탄압을 통해 한나라당을 분열시키겠다는 정치공작 수사에 다름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총장은 이어 '검찰총장의 공개사과'와 '수사 실무자 전원 의법조치'를 요구한 뒤 "이같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치공작, 야당죽이기 수사가 계속된다면 불법 법집행에 대한 책임을 물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 총장은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수사를 "야당 파괴적 공작수사"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차떼기'라는 황당한 수법까지 동원하면서 몇백억원의 불법대선자금을 기업들로부터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의 반론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게다가 DJ 정권 시절부터 즐겨쓰는 단골메뉴라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식상해하고 있다.

검찰, "많은 내용을 알고 있는 재정국 관계자 3명 현재까지 소재도 불분명"

반면 '르네상스 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검찰은 한나라당의 '야당 죽이기 불법수사' 주장도 불쾌하지만 미온적인 수사협조에 대한 불만은 더욱 높아 보인다.

이제 '국민 검사'로 통하는 안대희 중수부장은 12일 "많은 내용을 알고 있는 한나라당 재정국 관계자 3명은 우리가 나오라고 해도 오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소재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안 부장의 말에 따르면 '재정국 관계자 3명'은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에 대해 "많은 내용을 알고 있는" 인물들이다. 여기서 '3명'이란 공호식 전 재정국 부국장과 봉종근·박인규 전 부장을 가리킨다.

특히 공호식 전 부국장과 봉종근 전 부장은 SK로부터 받은 100억 원을 이재현 전 재정국장과 함께 당사로 옮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은 11월 초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았지만 조사를 거부한 채 현재까지 잠적한 상태다.

검찰은 진작부터 이들에 대한 체포조까지 결성했지만 아직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 시한이 만료돼 최근 다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또 검찰로부터 "대선자금과 관련 자료를 관리"한 인물로 지목된 박인규 전 부장에게도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최돈웅, 15일 검찰출두 예정..."최근 벙거지 모자에 선글라스 끼고 잠행"

또 안대희 부장은 12일 "최돈웅 의원은 삼성에서 수수한 152억원 부분에 적극 관여했다"면서 "수차례 변호인에게 소환을 통보했지만 안 와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검찰의 압박이 받아들여진 것일까. 심규철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장은 13일 "최돈웅 의원이 오는 15일 검찰에 출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SK로부터 100억원의 비자금을 수수한 데 이어 작년 10월말부터 11월 초 사이에 삼성으로부터 현금 40억원을 불법 수수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최근 최 의원을 만났다는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의 최근 근황을 이렇게 전해줬다고 하는데 매우 흥미롭다.

"최 의원은 당과 지도부가 자신을 도와 주지 않고 있다며 매우 섭섭해 하고 있다. 요즘에는 벙거지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를 끼고 수행 비서도 없이 택시를 타고 다닌다. 택시를 타면 (신분을 숨긴 채) 운전수에게 자신의 SK 비자금 100억 수수에 대해 물어 보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비장했던 최 대표의 약속 지켜질까?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 작년 대선 당시 선거를 지휘했던 서청원 전 대표나 김영일 전 사무총장에 대한 검찰의 소환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앞으로도 검찰수사에 응해야 할 한나라당 고위인사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최병렬 대표는 당무에 복귀한 첫날(11일) "모든 진실이 숨김 없이 밝혀질 수 있도록 당이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나도 검찰에 나가겠다"고 비장한 태도를 보였다.

당무 복귀 첫날 눈시울까지 붉혔던 최 대표는 '그날의 약속'을 잊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최돈웅 의원의 검찰출두를 계기로 현재 잠적한 '재정국 관계자 3인'도 검찰에 출두해야 한다. 원내 제1당의 책임을 생각하며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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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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