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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국고대사학회 주관으로 열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대책 학술발표회'
9일 한국고대사학회 주관으로 열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대책 학술발표회' ⓒ 오마이뉴스 김태경

9일 오후 1시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대책 학술발표회'가 열렸다.

중국이 고구려사를 빼앗기 위해 어떤 행동을 벌이고 있는지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한국고대사학회 주관으로 긴급하게 마련한 자리였다. 사안의 민감성 때문인지 전공 학자는 물론 일반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학술발표회에 앞서 경기사학회, 고려사학회 등 17개 한국 역사관련 학회 공동명의로 성명이 발표됐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은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귀속시키고 한반도 북부까지 중국 고유영토였다고 강변하고 있다, 고조선사도 인정하지않고 발해사를 중국 지방정권의 역사로 편입하려 하고 있다"며 "이 논리대로라면 한국의 역사는 시간적으로 2000년에 불과하고 공간적으로 한반도 중부 이남으로 국한된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고구려사는 엄연히 한국의 역사로 우리민족은 예맥족과 한족(韓族)을 근간으로 형성되었다"며 "중국의 주장은 명백히 패권주의 역사관의 발로로, 이런 식으로 계속 역사를 왜곡한다면 한중간에 상호불신만 깊어지고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명서는 △중국 당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고구려사에 대한 역사왜곡을 즉각 중단할 것 △외교통상부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엄중히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할 것 △교육인적자원부는 고구려사를 비롯한 고대 동북아시아 역사를 체계적으로 연구할 연구센터를 설립할 것 △문화관광부는 북한지역의 고구려 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수 있도록 북한당국과 협력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 등을 요구했다.

최광식 고려대 박물관장은 동북공정의 배경과 내용을 설명하면서 "중국의 역사왜곡은 일본의 역사 왜곡사건보다 더 심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는 검인정 교과서 가운데 하나가 문제였지만 중국의 경우는 중국 국무원 산하 사회과학원이 주도하는 등 중국 중앙정부 자체가 왜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 관장은 "중국이 신청한 고구려 고분군이 단독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다면 고구려의 역사가 마치 중국 역사인 것처럼 오해될 가능성이 크다"며 "고구려사는 남북한 우리 민족의 역사이기 때문에 남북공조로 고구려 역사를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규철 경성대 사학과 교수는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중국이 '강탈'하려는 의도에 대해 국내외 여러 사람들이 공동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될 시기가 됐다"며 "중국의 정치적 의도에서 중국사라고 강변하는 것을 바라보자면 학자를 넘어서 운동가로 나서야 하지않나 하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그동안 한국 사학계 내부에서는 한국사적인 발해사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국수주의 내지 왜곡된 민족주의 사학자로 치부하기도 했다"며 "또 일부 학자들은 '국사'의 해체를 주장하며 세계사 속의 한국사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강대국 중심으로 일고있는 신자유주의 역사학의 '민족 깨뜨리기'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과거 '일본 역사교과서 바로잡기 운동 본부'에서 활동했던 안병우 한신대 교수는 "일본역사 왜곡 문제의 경우 일본 안의 시민단체와 연대해 활동했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며 "그러나 중국 안에는 시민단체도 없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고구려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장기적인 국가전략사업으로 벌이는 행동인 만큼 한국 정부의 모든 부처들이 관여해서 적극 대처해야 한다"며 "이제 우리는 '역사전쟁'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역사학자 9명이 주제발표를 했다. 제목과 발표자는 다음과 같다.

△동북공정의 배경과 내용(최광식 고려대 박물관장) △동북 고대종족 및 고조선 연구동향과 문제점(조법종 우석대 교수) △고구려의 족속 기원과 건국과정(여호규 외대 교수) △고구려와 중국의 조공-책봉 관계(임기환 한신대 교수) △고구려의 영역과 평양천도문제(공석구 한밭대 교수) △중국학계의 고구려 대수·당 70년 전쟁 인식의 비판적 검토(박경철 강남대 교수) △고구려 유민의 거취문제(김현숙 경북대 교수) △발해의 고구려 역사계승 문제(한규철 경성대 교수) △고구려와 고려의 역사적 계승성(안병우 한신대 교수) 등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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