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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내일'의 데이비드 포토티씨
'평화로운 내일'의 데이비드 포토티씨 ⓒ 오마이뉴스 신미희
미국 9.11 테러 희생자가족 단체인 '평화로운 내일'(Peaceful Tomorrows)을 창립한 데이비드 포토티(David Potorti. 47) 공동간사는 "이라크전쟁에서 보듯 무력은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초청으로 방한한 포토티씨는 30일 저녁 서울 대학로에서 기독교 평화활동가들과 간담회를 갖고 "21세기는 평화와 재건축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이라크전 등 미국의 다른 나라 공격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비도덕적인 전쟁을 겪었던 한국이 미국의 전쟁을 따라하는 게 오히려 더 걱정"이라고 전제한 뒤 "한국 사람들은 비민주적이고 무력에 의존하는 미국을 따라하지 말고, 모범적인 것을 따라 할 수 있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또 국내 촛불시위와 이라크파병 반대 시위에도 참여해본 그는 "한국의 열정적인 반전·평화활동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많은 언론이 취재하는 걸 보니 한국 언론이 미국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소수 우파나 보수주의자들이 장악한 미국 언론 대부분은 반전 평화운동을 보도하고 있지 않다"며 "대표적인 우파 언론인 Foxnews의 경우 '평화로운 내일'을 창피주고 공격하려는 의도로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같은 현상은 미국 뿐 아니라 일본 등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며 "언론이 역사를 바로보지 않고 무시하려는 '자체 검열'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금 미국은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시기"라고 지목했다. 일례로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응답이 47∼53%에 이르고 있는 조사결과를 들었다. 이에 따라 "미국내 전쟁반대 움직임도 매우 활발해지고 있으며, 특히 인터넷 덕분에 반전운동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이같은 사실은 미국에서조차 잘 알려지지 않고있으며 한국에도 전해지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언론을 통해 진실을 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의 많은 기자들이 평화로운 내일을 취재하는 자체만 보더라도 미국보다 훨씬 자유로운 언론을 가지고 있다"고 거듭 부러움을 표시했다.

그는 "정보를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면서 "평화는 두려움이 없는데서 나오므로 한-미 청년간 직접 교류를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9.11 희생자가족 평화단체 '평화로운 내일'
가족 죽음 전쟁에 악용당하는 사실에 분노

▲ 평화로운 내일이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해 폭탄피해자 가족과 전쟁 피해에 따른 슬픔을 함께 나누고 있다.
ⓒ평화로운 내일 홈페이지
'평화로운 내일'(www.peacefultomorrows.org)은 9.11 사태에서 가족을 잃거나 희생을 당한 유가족들이 모여 결성한 평화운동 단체이다. 현재 직접 피해를 입은 유가족 100명과 3000명의 후원자들이 가입해 있다.

평화로운 내일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을 방문해 테러와 전쟁에 대한 비폭력 대응을 촉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평화로운 내일의 창립자이자 공동간사인 포토티씨도 9.11 사태에서 큰 형을 잃었다.

포토티씨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간에 폭탄을 터뜨린다는 게 정의롭지 못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결성됐다"면서 "당시 9.11 사태 유가족은 자신들 형제, 가족의 죽음이 전쟁 명분으로 악용 당하는 것에 더 큰 분노를 느꼈다"고 밝혔다.

각종 기고나 프로그램 출연 등을 통해 자신의 뜻을 알리던 유가족 6명은 2001년 11월 △언론자유 확보와 더욱 적극적인 시민운동 △전쟁에 대한 비폭력적 대응책 모색 △민주적인 미국 외교 등을 목표로 모임을 만들게 됐다. 평화로운 내일이라는 단체 이름은 2002년 발렌타인 날 정식으로 지었다.

평화로운 내일은 학교와 교회, 단체 등 강연과 언론 인터뷰를 중심으로 비폭력 활동의 중요성을 알리는 한편, 폭력의 또다른 희생자를 막기 위해 주력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희생자 가족을 만나서 "아프가니스탄에 민간인 희생자가 없다"는 미국 정부 주장과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줘 주목을 끌었다.

포토티씨는 "미국 정책으로 인해 자국민은 물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떤 고통과 이익을 받고 있는지 가르쳐주는 게 우리 단체의 주요 역할"이라고 말했다. 평화로운 내일은 일본 핵폭탄 피해자, 필리핀 내전 희생자, 아프가니스탄전 희생자, 이라크전쟁 희생자 등을 방문했다.

평화로운 내일은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평화로운 내일은 테러와 전쟁 등 폭력에 희생당한 이들의 아픔을 공유할 (가칭) '세계 희생자가족 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미국 정부가 정확한 정보 가로막고 있다"

그는 9.11 사태 발발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국방비로 하루에 10억달러나 쓰는 군대가 어디 있었는지 등을 비롯해 강대국 미국이 무방비로 당한 것 자체가 의구심을 낳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유가족은 물론 미국민들은 미국 군대가 우리를 전혀 보호하고 있지 못했다는데 큰 분노를 느꼈다"면서 "9.11 사태로 가장 큰 혜택을 입은 곳이 정부와 군대여서 더욱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원인 규명에 비협조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 외 지역을 통제하려는 욕구가 강했던 미국 군대는 경제력 우위를 이유로 다른 나라를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됐다"며 "권력이 무차별적으로 시민 권리를 침탈할 수 있게 되는 등 군대-정부-큰 세력가들이 똑같은 목적으로 혜택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9.11 사태 이후 미국 정부가 기존 테러법을 강화한 '애국자법(patriot act)'을 입법화하는 등 시민 인권을 위협하는 상황도 제시됐다. 그는 "미국 정부는 현재 특정인들이 집회 참가를 위해 비행기를 타지 못하도록 별도 리스트까지 작성하고 있으며, FBI는 본인에게 알리지 않고 가택과 컴퓨터 파일까지 조사하고 갈 수 있고 누가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빌렸는지 알 수 있는 지경"이라고 자세하게 소개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발달했다는 미국에서조차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다른 나라도 겪을 수 있다"며 "이같은 분위기에서 대부분 자금이 부시 대통령을 재선시키지 않는 쪽으로 몰려 오히려 비영리단체에 후원금이 오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민들이 9.11 사태 뒤 전쟁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태도로 변한 것에 대해 그는 "국가 자존심이 아닌 개인적인 두려움 때문"으로 해석했다. 그는 "국가의 자존심이 타격 받았다고 생각했다면 유가족부터 보듬어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우리를 쌀쌀하게 대했다"며 "(미국민의) 개인적인 두려움에서 출발한 이기적인 발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즉 9.11 공격에 의해 생겨난 두려움은 '테러에 대한 전쟁'과 무관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된 강력한 도구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미국이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고라는 것은 정신적인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9.11 이후 미국의 행태는 보완돼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유가족이 아니라도 지금과 같은 활동을 했을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또 유가족으로서 아픔을 딛고 평화운동에 나서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미국 정부 등이) '유가족들이 전쟁을 원한다,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등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 "지금까지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어떤 설문조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9.11사태 유가족 중에는 전쟁을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는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아직도 그때 슬픔을 벗지 못한 채 일상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미국 정부는 9.11 테러리스트를 붙잡기 위한 방법으로 위장한 아프가니스탄 폭격을 감행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는 폭탄들이 더 이상 우리를 보호할 수 없고, 우리 군대도 더 이상 우리를 보호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면서 "미국민들은 더 이상 다른 사람의 현실과 분리된 채 살 수 없었고, 우리가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라크에서는 미국의 평화운동조차 냉대받아

그는 "이라크를 침략한 미국민이 전개하는 평화활동이 진정한 교류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비극이란 게 국적을 잃게 해주는 듯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일본에 갔을 때는 같은 희생자라는 생각으로 우리를 끌어안았지만 이라크를 방문했을 때는 분노에 찬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 국민은 악수 대신 '폭탄을 투여하지 말라, 전쟁 중단하라'고 미국 정부에 요구하는 게 그들을 진정으로 돕는 길이라며 분노를 터뜨렸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 시민들이 '지도자'를 지도하자고 제안했다. "민주주의 장점 중 하나는 정부가 실패하면 시민이 나서서 고치는 것"이라며 "인종차별과 제국주의 등 세상의 '정의롭지 못한 것'은 모두 연결돼 있다"면서 각국 평화활동가들의 연대를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에게 한국 교회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질의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개신교인 미국교회협의회는 이라크 전쟁을 반대했으나 미국 가톨릭계는 '전쟁 찬성'을 결정했다"며 "부시 정권 아래에서 보수적인 기독교계의 영향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한편, 그는 같은 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힘에 의한 국제정치가 재앙으로 나타난 대표적 사례로 이라크 전쟁을 꼽고 "미국 헌법과 국제법마저 위반한 채 전쟁이 수행됐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많은 한국인들이 파병문제를 반대하는데 왜 한국 정부가 파병을 하려는지 의문스럽다, 이라크 파병은 한국인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건국 지도자들은 군의 상시적인 해외 주둔을 찬성하지 않았으나 지금의 미국 정부는 전 세계에 부대를 파견하고 있다, 헌법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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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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