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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주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장이 27일 나고야 법정에 서게 될 김혜옥 할머니와 함께 관련자료를 살피고 있다.
이금주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장이 27일 나고야 법정에 서게 될 김혜옥 할머니와 함께 관련자료를 살피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고 민족정기를 되찾기 위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 할머니들의 외로운 투쟁이 27일 일본 나고야에서 벌어진다.

지난 99년 3월 1일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에서 일본과 미쯔비시를 상대로 제소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판이 4년여를 넘겨 27일 마지막 구두변론을 남겨두고 있다. 27일 마지막 구두변론에는 44년 5월경 일본 나고야 미쯔비시 항공기 제작소로 끌려가 강제 노역을 당했던 당시 피해자 김혜옥(73)씨를 비롯 4명의 할머니들이 증언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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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 소송에서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의 공식사죄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해방 60여 년 만에 이뤄지는 이 역사적 심판을 위해 마지막까지 변론자료를 꼼꼼히 챙긴 이들은 70대를 넘긴 노구를 이끌고 25일 나고야로 떠난다.

나고야 지방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재판은 27일 마지막 변론을 끝으로 내년 3월경 판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일본을 상대로 제소한 일제시대 과거사와 관련된 소송은 60여 건. 그러나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일부 재판을 제외하고 이미 대부분은 패소한 상태다. 일본은 65년 한일협정 때 보상문제는 끝났다는 주장이다.

일본 경찰에 조사를 받고 있는 강제연행 대상자들(2003년 독립기념관·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특별기획전 사진자료)
일본 경찰에 조사를 받고 있는 강제연행 대상자들(2003년 독립기념관·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특별기획전 사진자료) ⓒ 독립기념관
60여 건의 소송 중 1심에서라도 일부 승소를 거둔 것은 광주유족회에서 제기한 '관부(종군위안부)' 재판과 '부도환(우키지마마루)' 재판 2건이 전부다. 그러나 관부재판은 고등법원과 최고재판(대법원 격)에서 1심 판결이 연달아 뒤집어졌고, 아오모리 북해도에 끌려간 노무자들이 우키지마마루호를 타고 귀국하다 폭격에 침몰해 몰살당한 우키지마마루호 사건 또한 지난 5월 오사카 고등법원에서 1심 판결이 뒤집어 지고 말았다.

'국포모'를 아시나요
국적포기 필요 없는 나라만들기 모임 카페

한일협정 문서 공개와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한 카페(약칭 '국포모')가 만들어져 활발한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http:cafe.daum.net./pacificwar)

'국적포기'라는 최후의 수단을 동원해 정부의 진상규명 노력을 촉구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을 지켜본 네티즌들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일제 침략전쟁에 대한 과거사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포모'는 성명서에서 "일제 강점기에 남의 나라 전쟁에 끌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임을 당하고도 아직 유골도 찾지 못하고 배상은커녕 진상조차 밝혀지지 않고 있다"며 "한국정부가 진정 국민을 위한 정부라면 왜 관련문서를 공개하지 못하느냐"고 말했다.

'국포모' 회원들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에서부터 법안에 소극적인 국회의원들에 대한 항의시위 등 앞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 이국언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민족정기를 되찾기 위한 광주유족회의 법정투쟁은 지난 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에 의해 군인, 군속, 노무자 등으로 끌려간 피해자와 유족 1169명이 일본의 공식사죄와 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도쿄 지방법원에 제기한 것이다. '광주 천인소송단'으로 알려진 이 소송은 당시 단일사건으로는 일본에서도 최대의 원고 수를 기록한 것이었다.

이 소송을 시작으로 광주유족회에서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는 소송은 우키지마마루 사건 등 총 7건.

노구를 이끌고 현해탄을 넘나들기만 70여 차례. 일제에 의해 젊은 시절을 송두리째 빼앗긴 이들은 명예회복과 민족정기를 되찾기 위해 10여 년이 넘도록 외로운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본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광주유족회는 '나고야 미쓰비시' 재판에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일본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계의 지원활동이 이 소송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53명의 양심적 변호사들이 참여해 이번 소송을 돕고 있는 일본 변호인단은 자료수집과 피해자들의 증언 채록을 위해 지금까지 10여 차례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또한 재일동포와 일본의 시민단체들은 소송 지원단을 조직해 별도의 소식지를 발간하는 등 각계 여론확산과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미쯔비시 강제연행자를 소재로 지난 8월 나고야에서 공연된 '봉선화'라는 연극공연에는 1200여 명의 관중이 운집해 이 사건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번 소송을 돕고 있는 일본 지원단체가 발간하는 소식지. 재판상황을 꼼꼼히 다루고 있다.
이번 소송을 돕고 있는 일본 지원단체가 발간하는 소식지. 재판상황을 꼼꼼히 다루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유족회 할머니들의 지난한 투쟁과 일본 내의 뜻있는 시민사회단체의 성원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의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한 활동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일본이 배상거부 이유로 65년 한일협정을 얘기하고 있지만 정부는 국익을 이유로 협정문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고, 지난 2001년 김원웅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된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등에관한특법법'은 행자위에서 표류를 거듭하다 뒤늦게 과거사 특위로 넘겨져 심의를 남겨둔 상태다.

지난 8월 13일 청와대에 국적포기 신청 시위를 벌여 관심을 모은 이들은 "대한민국마저 피해자와 유족들을 버리고 있다"며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이금주(84) 태평양전쟁 광주유족회 회장은 최근 이시하라 도쿄지사의 망언과 관련해 "정부가 나서서 피해자를 외면하고 일본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는 마당에 일본이 무엇이 두려워 말조심을 하겠느냐"며 "대한민국 정부가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소송이 10년 넘게 끌다보니 이젠 지쳐서 발길도 뜸해지고 70대가 넘는 고령들이어서 이미 죽은 사람들도 많다"며 "망언자 뒤꽁무니만 쫓아 유감이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특별법을 제정해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제정 추진위` 소속 회원들은 지난 8월 13일 서울에서 `일제 강제 연행 피해자들의 집단 국적포기 사퇴에 따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제정 추진위` 소속 회원들은 지난 8월 13일 서울에서 `일제 강제 연행 피해자들의 집단 국적포기 사퇴에 따른 기자회견`을 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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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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