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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세원테크 노조 이해남 지회장의 분신 이후 노동자들의 분노는 높아가고 있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대구 세원그룹 본사에서 벌어진 시위 도중 시위대들이 회사측의 바리케이드를 뚫고 공장내로 진입하는 모습.
지난달 27일 세원테크 노조 이해남 지회장의 분신 이후 노동자들의 분노는 높아가고 있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대구 세원그룹 본사에서 벌어진 시위 도중 시위대들이 회사측의 바리케이드를 뚫고 공장내로 진입하는 모습. ⓒ 오마이뉴스 이승욱
'세원테크 사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대책위원회'(이하 시민사회대책위. 상임대표 신영철 목사)는 최근 "사태 해결을 위해 노동부가 노·사간 대화에 적극 중재해달라"며 권기홍 노동부 장관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 22일 노동부 장관실의 답변을 듣고 시민사회 대표들은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애초 노동부 담당 부서 관계자는 "장관께 보고하겠다"고 답했지만, 이날 돌아온 답변은 '면담 불가' 통보였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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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남씨 사망후 세원테크 첫 노·사교섭 결렬

노동부가 면담 거부한 세 가지 이유

대책위에 따르면 노동부 측은 첫째 국회 회기 일정상 장관과의 면담이 어렵고, 둘째는 개별 사업장의 문제에 노동부가 직접 중재에 나설 수 없다는 점을 불가 이유로 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부는 "대구는 권 장관의 고향인 만큼 더욱 직접 개입이 부담스럽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노사조정과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도 '노동부 직접 개입 불가'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 이 관계자는 "지방노동청장이 직접 나서 대화를 주선하면서 애를 쓰고 있다"며 "노동부가 세원테크 사태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현안에 대해 계속 보고를 받고 현장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노동부의 직접 중재에 대해서는 "노동부로서는 대화를 주선하는 입장일 뿐"이라며 "개별 사업장의 문제인 만큼 협상 등은 노사 자율에 맡겨야 되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사실상 노동부의 역할은 대화 '주선'일 뿐 협상 중재를 하지는 않겠다는 것.

지난 19일 영남권노동자 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
지난 19일 영남권노동자 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이러한 노동부의 '입장'이 알려지면서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단체 등은 이미 두 명의 조합원이 목숨을 잃었고 유족과 노조 등이 연일 농성을 벌이는 등 심각한 양상이 빚어지고 있음에도 노동부가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대책위 이영기 집행위원장은 "노동부가 권 장관과의 면담 불가를 통보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를 드는 것은 '복잡한 문제에는 발을 담그기 싫다'는 전형적인 노동부의 무책임한 입장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대구가 고향이기 때문에 면담을 할 수 없다는 대목에서는 노동부의 구차함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비꼬았다.

사실 노동부 측의 주장대로 지방노동청장이 대화 주선을 위해 나름의 역할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지난 3일 이해남 지회장이 사망하기 전 노동청을 통해 대화를 제의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노동부가 주장하듯 '대화 주선'만으로 역할을 단정 짓기에는 사태가 악화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세원테크 노·사 양측은 8월 이현중씨가 사망하고 이해남 지회장이 분신을 한 이후인 11월 8일과 11일에서야 공식적인 교섭을 가질 수 있었고, 지난 21일 마지막 교섭마저 결렬됐다.

지방노동청에 대한 불신 높아... 노동부가 직접 나서야

세원테크 본사가 있는 대구 세원정공 앞에서...지난 19일 영남권노동자 대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지도부 등이 정문앞에 주저앉아 있다.
세원테크 본사가 있는 대구 세원정공 앞에서...지난 19일 영남권노동자 대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지도부 등이 정문앞에 주저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당시 교섭에서도 해고자 전원 복직과 '노조 파괴' 임원 퇴진 등과 관련해 노조와 대책위, 그리고 회사간에 팽팽하게 대립했고, 다음 교섭 일정도 잡지 못한 채 헤어졌다.

노·사 양측의 대화 중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민사회대책위 오규섭 목사는 "세원테크 사태 해결을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중재자 역할을 맡으려고 하지만 이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교섭이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동부가 대화 주선에서부터 협상 중재까지 나선다면 의외로 사태가 쉽게 풀릴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노동부의 대화 중재 부재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센 것은 그 동안 노조 측이 지방노동청 등에 수차례 회사측의 부당노동행위와 노조탄압 등을 고발했지만 '적절한 조처'가 없었던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방노동청의 노사 현안에 대한 객관성과 사태 해결에 대한 능력에 의문이 생긴다는 것.

민주노총 대구본부 김경희 교육선전부장은 "지난 2001년 세원테크 노조가 생긴 이래 천안지방노동청 등으로 사측의 노조원 신상파악서, 노조파괴 시나리오 등이 담긴 각종 증거자료 등을 제시했지만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며 "노조쪽으로서는 현재 지방노동청에 대한 불신은 사측에 대한 불신만큼 높은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또 "노동부의 말처럼 지방노동청이 적극적으로 일하고 있었다면 사태가 이렇게 장기화되고 노조원들이 두 명이나 목숨을 잃을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따졌다.

대화 '주선'만으로는 어려워... 적극적인 중재 자세 필요

ⓒ 오마이뉴스 이승욱
한편 이현중·이해남 열사 전국투쟁위원회(공동대표 단병호·권영길 등)은 지난 17일 분신 후 투병 중이던 이 지회장이 숨지자 19일 영남권 노동자 3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대규모 야외집회를 가졌지만 큰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투쟁위원회는 오는 25~26일은 전국노동자대회를 대구에서 개최하고 내달 6일까지 강경한 투쟁을 벌일 것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대화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은 채 더욱 장기화된다면 장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족·노동자는 갈수록 경화되고 있어 또다시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경찰·회사측간의 물리적 충돌에 따른 피해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관행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태 해결에 노동부가 실질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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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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