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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 K대학교, 학과 : 한의학과, 학번 : 01, 나이 : 24
수상 경력 및 기타 특기 사항 : 1999년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응용화학부로 1년 반정도 다녔습니다. 2001년도 수능에는 서울대 의예과와 경희대 한의예과 모두 합격했고요. 중,고등학교 시절.. 과학고 졸업. 과학(물리부문), 수학 경시대회 은상 입상.

학교 : K대학교, 학과 : 한의예과, 학번 : 03학번, 나이 : 20 (84년생, 현역)
수상 경력 및 기타 특기 사항 : 도내 화학경시대회 금상, 은상 수상. 도 이하 수학, 영어 경시대회 수상. 대학 주최 화학경시대회 수상 경력.

한 인터넷 과외 모집 사이트에 소개된 과외 아르바이트 희망자들의 프로필이다. 우수한 과학영재 출신들이 (한)의대로 몰리고 있다는 최근의 여러 보도 내용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지난 11월 12일 필자가 패널로 참여했던 경실련/한국과학기술인연합 공동 주최의 '이공계 공동화 원인과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서울대 공대 이장무 교수는 1999년 이후 과학고 출신 학생들의 서울 공대 진학이 400명 선에서 100명 선으로 급감했다는 내용을 발표한 일이 있다.

이 교수는 비교 내신제 폐지로 상대적인 불이익을 감수할 바에는 자연대나 공대 대신 의대, 한의대를 선호한다는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렸으나 그것이 본질적인 원인은 아닐 것이다.

1999년도 입시부터는 이른바 IMF사태의 효과가 대입에 처음 반영되는 시기로 기업과 정부출연 연구소에서 연구개발직부터 무더기로 해고당하는 엄청난 비극을 겪은 때였다.

결국 국내 최고 실력의 이공계 인력들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환경에 충격을 받고, 주저함없이 안정적이며 고소득이 보장된 의대. 한의대를 선택했다고 봐야한다.

사실 IMF사태 이전에도 이공계의 우수 인력들이 호의호식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의무감과 긍지, 자부심을 갖고 자신들의 분야를 묵묵히 지켜왔던 것이 사실이다.

성실하게 외길을 가다보면 언젠가는 사회적으로 평가받고 보상받을 날이 있을 것으로 믿고 그들은 살아왔다. 하지만 IMF사태는 이런 그들의 소박한 꿈을 산산히 깨뜨리고 그들을 연구개발/산업현장에서 내쳤다.

성실, 근면, 도전이라는 미덕을 소중히 여기는 풍토가 사라지고 그 대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여러분 부자되세요'가 최대의 미덕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머리 좋고 능력있는 인재들이 힘들고 생색나지 않는 길을 가려고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앞에서 언급한 과외생 모집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을 소개한 한의대/의대생들은 한결같이 중, 고등학교 시절 전국 규모의 과학, 수학 경시대회 상위입상경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마땅히 자연계열, 공과계열에 진학하여 장차 노벨상, 필즈상(수학계의 노벨상)을 노려볼 만 한 우리의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 한의대로 가서 그들의 능력을 과외시장에 내다 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렇게 과외를 받는 우수 과학기술 영재들 대부분은 또한 의대와 한의대로 진학할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과 수학실력은 의대, 한의대를 가지 위한 한낱 수단에 지나지 않게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 수년간 계속된다면 국가 발전 계획 로드맵 대로 조만간 우리나라가 선진국 진입을 하려는 꿈은 접어야한다.

요즘 이공계 인력 엑소더스를 막기 위해 이공계 장학금을 많이 주고, 병역특례 혜택을 더 주며 우수 과학 기술자에게 훈장을 더 주는 식의 정책이 입안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하지만, 이런 대중적 정책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이공계 인력이 현장에서 보람있게 일을 하고 제대로 보상받는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지금까지 각종 과학기술관련 정책을 펼쳐 온 정부 부처들의 철저한 자기반성에 기반한 기존 시스템의 총체적 전환을 전제로 해야한다.

실제로 곪아 터져 있는 환부를 도려낼 생각은 않고 그것을 가리기 위해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이려는 식의 정책으로는 아무런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없고 오히려 환부가 더욱 악화되어 치료불능 상태로 몰고 갈 뿐이다.

이공계 위기의 해소는 외부에서 누가 아무리 가라고 권유하고, 유인한다고 해도 현재 이공계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우수 이공계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일하는 것이 너무 보람있고 장밋빛 미래가 보인다고 생각한다면 우수 이공계 영재들이 오지 말라고 막아도 오려고 할 것이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볼 것 같으면 정부 부처 일각에서는 이공계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실효없는 대책을 양산하여 현장 이공계인들의 실소를 자아내게하고 있다. 또한 다른 일각에서는 이공계 현장의 생리를 무시하고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도록 방해하여 이공계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말도 안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총체적으로 관련 정부 부처의 과학기술정책의 부재가 이공계 위기상황을 더욱 미궁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지금이라도 좀더 일관되고 실효성있는 과학기술정책을 위한 대대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 대선 때 과학기술인들이 청와대 과학기술 수석 비서관을 그렇게 간절하게 바랬던 것은 사실 이런 과기정책의 난맥상을 바로잡아 올바른 방향으로 추진해 줄 구심점이 절실히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이번 참여정부에서는 청와대에 정보과기보좌관제를 신설하였으나 이런 과학기술계의 바람을 충족시켜 줄만한 강력한 권한과 책임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

이공계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존의 과기부 중심에서 벗어나 청와대 내에 태스크 포스팀을 설치하고 정보과기보좌관이 예산 기획처와 긴밀한 의사소통을 하면서 과기부, 산자부, 정통부와 교육 인적자원부, 보건복지부, 수산해양부, 국방부 등 과기관련부처들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과기정책의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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