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부안 핵폐기장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시민사회 각계인사들이 24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주민투표 실시 촉구 2천인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부안 핵폐기장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시민사회 각계인사들이 24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주민투표 실시 촉구 2천인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시민사회, 문화예술, 학계, 노동, 농민 등 각계각층의 원로와 대표자 2000명이 '부안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강원룡 평화포럼 이사, 김지하 시인, 백낙청 교수, 최병모 민변 회장,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 최열 환경운동연합 대표, 이하경 YWCA 대표 등 각계 인사 2천명은 24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안 핵폐기장 평화적 해결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하는 '2천인 선언'을 발표했다.

각계 인사들은 선언문에서 "핵폐기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정부가 갈등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고 있는 것은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다운 모습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하루속히 주민투표 중재안을 수용하여 부안사태의 조속한 마무리를 위해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주민들이 즉각 백지화 주장에서 한발 양보하여 정부의 '주민투표 실시'를 수용한 것은 사태를 물리적으로 해결하지 않겠다는 성숙한 주민의식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못한 정부의 태도는 비난받아야 한다"며 "정부는 먼저 과도한 경찰력을 즉각 철수시켜 주민들의 의사가 평화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고 사태의 합리적 해결책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부안 주민들에게도 "주민들이 양보하여 주민투표를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경찰들과의 충돌을 피해 평화적인 해결책을 선택해 달라"며 간곡한 부탁의 말을 전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계 인사들은 또 "부안사태의 책임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정부에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문제해결 노력을 주문하기도 했다.

백낙청 교수는 "부안문제는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에서 민주적 절차가 무시된 의사결정과 사업추진 강행이 일어났다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며 "이 문제는 참여정부의 존립과 관련된 대단히 심각한 문제로 부안 주민의 의사가 끝까지 무력으로 억압된다면 과거 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집권 내내 정권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 교수는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주민이 다같이 노력해야겠지만 문제의 발단이 정부의 무리한 결정과 강행에 있는 만큼 정부가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병모 변호사도 "주민들이 양보해서 주민투표 연내 실시안을 들고 나왔으면 정부가 이후 일정을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대화분위기가 생기고 사태가 진정될 텐데 정부가 선 질서회복을 주장하며 대화에 나서지 않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한편 정부는 24일 중으로 시민단체들의 "부안핵폐기장 주민투표 중재단'이 제안한 내년 1-2월 주민투표 실시안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5개월 넘는 투쟁에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한다"
[미니인터뷰] 2000인 선언 함께 한 김지하 시인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지하 시인은 회견이 끝나고 '2000인 선언'과 '부안사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부안 문제에 대해 정부가 대응하는 것을 보고 화가 많이 났다"며 "5개월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는 부안 주민들의 투쟁에 정부가 성의있는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지하 시인과의 일문일답이다.

- 2000인 선언의 의미는?
"부안사태는 반생명적 사태, 생명을 깨뜨리는 처사다. 생명운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오늘 2000인 선언이 갈등 해소의 분기점이 되어 정부가 주민투표를 받아들이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2000인 선언에는 어떤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는가?
"부안 문제는 처음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 핵폐기물 처리문제는 어느 사회에서든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 문제는 깊이 이야기하자면 문명의 문제이자 생명의 문제다. 정부가 이런 관점을 가지고 이 문제를 접근하는 것과 강압적으로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정부는 주민들을 폭도로 매도하거나 비민주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게 80년 광주와 다른 것이 뭐가 있는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누가 이런 모습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박정희 시대 같은 모습을... 그동안 지켜보면서 화가 너무 많이 났다."

- 부안사태의 원인과 해결책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문제의 원인은 정부의 자세에 있다. 너무나 서투르고 성의 없이 대응했다. 심하게 이야기하자면 3류 아마추어의 행태를 보였다. 5개월이 넘는 주민들의 절박한 투쟁에 정부가 성의없이 나오면 답이 생기지 않는다. 주민들 원한이 더 쌓여서 몸에 불이라도 붙이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가? 주민들이 더 극단적으로 행동할까봐 정말 걱정이다.

더 끔직한 일이 벌어지기 전에 정부가 답을 내놓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정부가 주민투표를 수용하면 대화의 분위기가 생기고 주민들, 환경단체들과 이후 일정과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웃고 해결하는 방법이다."

- 부안 주민들의 '반핵투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생명을 위한 투쟁, 핵을 밀어내는 투쟁으로 본다. 5개월의 끊임없는 투쟁은 기록적인 일이다. 이 땅의 모든 환경주의자, 생명을 사랑하는 지식인들이 함께 하게될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것으로 본다. 다만 주민피해를 최소화하는 평화적인 자세를 취했으면 좋겠다." / 이승훈 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