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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녹스 파동이 한 고비를 넘었다. 세녹스는 유사 휘발유가 아니라는 1심 판결이 나와서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이 세녹스의 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며 세녹스의 판매를 금지하는 산업자원부의 방침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판결의 부작용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수세에 몰리던 세녹스는 힘을 얻어 한동안 주춤했던 판매를 재개하려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세녹스를 고사시키려던 정유, 주유 업계와 산자부 등은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소비자들도 혼란스럽다. 이제 세녹스를 파는 것인지, 그것을 사서 넣어도 되는 것인지, 어디서 파는지도 궁금하다.

하지만 한 번 더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다. 세금이다. 세녹스와 휘발유 논쟁의 핵심은 결국 세금문제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세녹스의 정체를 분명히 해야한다. 세녹스는 도대체 무엇인가. 휘발유를 대신하는 대체연료인가, 아니면 휘발유에 섞어쓰는 연료 첨가제인가.

기자는 세녹스를 자동차 연료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에서 휘발유 대신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세녹스는 때론 휘발유보다 우수한 연료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 연료가 아닌 단순 첨가제라면 그것만 넣고는 차가 움직여선 안 된다.

세녹스가 단순한 연료첨가제라는 주장은 세금부과를 피하려는 얕은 수에 지나지 않는다. 연료첨가제라면 적어도 그 자체가 연료로 사용할 수는 없어야 한다. 연료에 추가로 넣어 그 성능을 개선하는 등의 효과를 내는 게 연료첨가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자체가 연료로 사용될 수도 있다면 연료 첨가제라기보다는 연료 그 자체로 봐야 한다.

실제 시중에서 세녹스가 갖는 강점은 리터당 990원이라는 가격경쟁력에 있다. 리터당 1290원하는 휘발유보다 300원 싸게 연료탱크를 채울 수 있다. 왜 그렇게 쌀까. 교통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의 세금을 내지 않아서다.

오랜기간의 연구개발, 혹은 발명, 발견, 원가절감의 노력에 의해서 이런 가격이 나온 게 아니라 '연료가 아닌 연료첨가제'란 논리 하나로 제품 가격의 70%에 달하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 것이다. 똑같이 세금을 내지 않는 조건이라면 휘발유는 리터당 500원 미만에 팔 수 있다. 그렇다면 990원받는 세녹스가 엄청난 폭리를 취하는 것은 아닌가.

세금을 내지 않고 990원에 파는 세녹스에 휘발유와 같게 세금이 부과되면 2000원을 훌쩍 넘어버린다. 결국 세녹스의 경쟁력은 세금을 내지 않는 경쟁력일 뿐이다. 세녹스가 휘발유 시장을 완전히 점령한다고 가정하면 무너지는 것은 막대한 세금을 걷지 못하게 되는 나라의 재정일 뿐이다.

정유업계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그들도 마음만 먹으면 세녹스보다 우수한 대체세녹스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세녹스가 계속 팔린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세금을 내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이 그 시기일 수도 있다.

세녹스가 대체연료로 갖는 중요성도 그리 높지않다. 우리의 연료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어서다. 세녹스의 원료는 여전히 원유에서 추출되는 물질들이다. 대체연료 개발은 근본적으로 원유자원의 고갈에 대한 대책마련 차원에서 원유말고 또 다른 에너지원을 찾는 것이다. 똑같은 원유에서 나오는 상품은 대체연료로서의 중요성이 떨어진다.

적어도 세녹스가 우리 사회에서 의미있는 제품으로 주목받기 위해서는 휘발유와 동일한 조건에서, 즉 자동차 연료로 내야할 세금을 모두 내고도 가격경쟁력과 품질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세금을 내지 않을 특권은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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