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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잡지에 실린 무즈메이의 얼굴
중국의 한 잡지에 실린 무즈메이의 얼굴 ⓒ 김대오
중국에서 무즈메이(木子美)라는 필명의 한 여류작가가 자신의 성경험담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인터넷보급이 확산되기 시작한 중국에서 일어난 이 초유의 사건은 전통적인 성 윤리관을 가진 중국인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함께 뜨거운 도덕논쟁을 불러오고 있다. 인터넷시대, 자유와 욕망을 추구하며 자신의 사생활을 숨김없이 일반대중에게 공개하는 사회적 징후를 가리켜 '무즈메이현상'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다.

리리(李麗)라는 본명을 가진 무즈메이는 원래 광저우(廣州)의 한 잡지사에서 편집 일을 하며 애정연애소설을 쓰는 작가였다. 중국의 MM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대학시절부터 개성이 아주 강했으며 여자친구가 있는 한 남자를 사랑하여 낙태한 경험도 있는, 비교적 개방적인 성문화를 가진 25세의 여성이다.

무즈메이는 지난 6월 19일, 보커왕(博客網)이라는 인터넷사이트에 처음으로 자신의 성적 체험을 상세하게 기록한 <사랑의 흔적(遺情書)>을 게재하였다. 처음에 그녀의 일기식 체험담은 별다른 반향을 불러오지 않았다. 그녀는 2주에 한번씩 각기 다른 남자와의 성경험을 하고, 그것을 숨김없이 있는 그대로 자신의 사이트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사이트를 운영해갔다.

무즈메이가 네티즌 사이에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 그녀가 중국의 한 유명 가수와의 성경험을 공개하면서부터이다. 그 이후 그녀의 사이트 접속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으며, 사회적으로 다양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하였다.

특히 지난 11월 11일 중국최대의 포탈사이트 Sina가 무즈메이에 관한 글을 소개하면서 검색창에 '木子美'의 검색횟수가 11월 10일 998회에서 12일 11만7318회로 크게 늘어났다. 이후 중국의 거의 모든 매체가 '무즈메이현상'에 관한 기사내용을 싣고 있을 정도이다.

무즈메이에 대한 기사내용은 대체로 그녀가 수치심을 잃고 전통적인 도덕관과 윤리의식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부정적인 내용이 많지만, 뭔가 투명하지 못하고 음흉한 중국사회에서 자신의 사생활조차도 거짓없이 공개하는 젊은 세대들의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이라고 변화 자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무즈메이 관련 기사를 연재하고 있는 인터넷 Sina
무즈메이 관련 기사를 연재하고 있는 인터넷 Sina ⓒ 김대오
<베이징완바오(北京晩報)>는 11월 16일 보도에서 무즈메이 개인보다는 그녀를 이용하여 구독률과 접속률을 높이려는 잡지사나 언론매체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특히 중국 최대의 포탈사이트인 인터넷 Sina가 18세미만 접속불가 표시도 없이 무즈메이 생방송에 발벗고 나선 것은 성을 상품화하는 그야말로 저급한 매체주의라고 비난하였다.

무즈메이는 Sin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자신은 결코 포르노소설작가가 아니며 성과 인생에 관한 문제를 다큐멘터리소설로 엮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연재일기는 스스로의 용기 있는 선택이고 표현의 자유이자 권리이며,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앞으로 남녀의 순결, 결혼제도, 매춘 등의 문제에 대하여 깊이 있는 글을 써가겠다고 다짐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일기에는 함께 사랑을 나눈 남자의 실명이 공개되기도 하여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이 일고 있기도 하다. 또한 그녀가 모 잡지사 기자의 인터뷰 제안에 대하여, 취재를 하려면 먼저 그녀와 하룻밤을 자야하고 정사를 나눈 시간만큼 인터뷰 시간을 제공하겠다고 하여, 인터뷰거절 의사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그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무즈메이가 운영하는 사이트는 접속자가 너무 많아 하루에도 몇 번씩 다운될 정도이다. 인터넷의 중국네티즌의 의견들도 다양하다. IP가 221.67.29.*인 네티즌은 "고등교육을 받은 무즈메이가 자신의 이성이 아닌 자신의 하반신으로 소설을 쓰고 있으며, 이는 최소한의 양심과 수치심까지 포기한 후안무치한 한 인간의 비극이다"라고 그녀를 비난했다.

그런가하면 ID가 타타인 네티즌은 무즈메이의 일기는 문자와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새로운 문화혁명이며 과학기술과 현실에 맞게 중국인의 의식과 문화도 변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인터넷 왕이(網易)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네티즌의 87.6%가 무즈메이의 사생활공개를 그녀의 지나친 출세욕의 결과라고 보았으며, 그녀가 유명해진 것에 대해서는 사생활공개 자체(15.1%)보다는 성체험을 적나라하게 묘사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81.4%로 지배적으로 많았다. 또한 스스로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에 대하여 67.9%가 긍정적이라고 대답하였다.

중국에는 약 6800만 명에 달하는 인터넷 사용인구가 있으며 전체 이용자의 58.2%가 17~24세의 젊은이층이다. 무즈메이현상은 그 젊은 네티즌시장을 겨냥한 상업주의와 언론매체가 결탁한 결과물이며, 갈수록 서구화되고 개방되는 중국 젊은이들의 성문화를 더욱 자유분방하게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무즈메이에 대해서 '윤리의식이 결여된 문란한 쾌락주의자이며 후안무치한 포르노소설작가'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전통적인 가치관을 부정하고 끝없는 자유와 욕망을 추구하는 중국 젊은이들의 새로운 대명사'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무즈메이현상은 중국인들에게 도덕적 타락이라는 피할 수 없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출세와 돈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버리는 극단적 양명주의와 상업주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투명한 공간에서 모든 사생활이 공개되는 프랑스의 한 TV드라마 같은 무즈메이의 침실 공개는 중국사회의 성문화와 언론, 그리고 윤리 도덕 등의 문제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지금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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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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