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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사과 "경망"표현 쓴 사람은 이성헌 의원이 아닌 정병국 의원

(<오마이뉴스>는 19일 오전에 실린 김재홍 논설주간 칼럼 ['조동'과 이성헌 의원의 경망스러움]의 앞부분에서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이 1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에서 강금실 장관에게 "경망스럽게"라는 표현을 썼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KBS뉴스 화면을 다시 확인한 결과 그런 표현을 쓴 의원은 이성헌 의원이 아니라 같은 한나라당의 정병국 의원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성헌 의원과 독자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애초의 칼럼은 다음과 같이 수정합니다.)



17일 밤 9시, KBS 뉴스를 보다가 나는 내 귀를 의심하며 경악했다. "…경망스럽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니."

강금실 법무장관이 마이크 앞에 앉아있고 어떤 남자가 열을 올리며 그렇게 폭언했다. 아니 저기가 어딘데 저런 소리가 나오지?

그것은 분명 야만세계의 소리지 공식적인 토론장에서 나오는 교양인의 말이 아니었다. 그건 신사복을 입은 남자가 정장을 한 여성에게 던지는 말일 수 없었다.

민의의 전당에서 들려오는 거북한 소리들

TV화면이 바뀌려는 순간 자세히 들여다 보니 분명히 국회였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대정부 질문 시간에 한 의원 나리께서 장관을 노려보며 뿜어댄 말 펀치였다.

정말 경망스럽게도 그런 비하적인 폭언을 날린 사람은 한나라당의 정병국 의원이라고 했다. 이 '경망스럽다'는 소리는 내 국어 실력으로 아무리 되씹어 보아도 대등한 인간관계에서는 쓸 수 없는 말이다. 전근대적인 신분질서 아래서 군주가 신하에게, 또는 양반이 하인에게나 꾸짖는 말이다.

더구나 남자가 여성에게 했다는 점에서 그것은 봉건적 상하관계로 착각한 탓이 아닐까 싶다. 절대 과반의석을 가진 지배적 패권정당에 소속한 의원이어서 신분착오(?)가 생긴 것일까. 언필칭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에서 국정을 토론한다면서 도대체 어떻게 그 모양이 됐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무분별 폭로전을 크게 쓴 보수 신문

그 다음날 조간 신문들을 보면서 나는 한번 더 놀랐다. <조선일보>는 '최도술씨가 대통령 선거후 기업들에게서 900억원을 모금했다'는 야당의원의 주장이 담긴 기사를 '한나라, 측근비리 폭로전'이라는 제목과 함께 1면 두번째 톱으로 편집했다.

최도술씨가 대통령선거 이후 S그룹으로부터 300억원, 통일교 관련 그룹에서 300억원 등 900억원을 받았다는 진술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나왔다는 제보가 있다고 이성헌 의원이 주장한 내용이다.

<동아일보>도 똑 같았다. '盧측근 비리의혹 폭로전'이라는 제목으로 역시 1면 두 번째 톱기사였다.

이 의원이 아직 최종확인이 안된 '제보 수준'의 주장을 폈다는 심증이 앞서는데도 보수 신문들이 그렇게 크게 편집함으로써 900억설은 상당히 무게를 갖게 됐다. 기사 내용에는 검찰과 기업측이 전면 부인한다는 사실을 포함하고 있는데도 900억원 수수설을 그렇게 크게 편집한 것은 무엇때문인가.

사뭇 다른 <한겨레>와 <중앙일보>

<한겨레>는 1면 기사 없이 5면에 작은 해설기사로 다루었다. 제목을 "한나라 특검압박 폭로전"으로 달아 비교적 객관성을 지켰다.

<중앙일보>의 경우 1면 기사는 없이 5면에 해설 기사만 크게 실었다. 이 신문은 한나라당 기획위원장인 홍준표 의원이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밀어붙이겠다"고 한 말을 소개했다.

홍 의원은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가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을 부각함으로써 대통령이 특검법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압박작전을 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면책특권 보장 어디까지...검찰은 '900억설' 진상 밝혀라

물론 헌법상 의원의 면책특권은 법적인 시비 대상이 안된다. 그래서 선거 때면 으레 국회를 열어놓고 여야가 면책특권을 방패막이 삼아 무차별 폭로전을 벌이기 일쑤였다. 검증할 수 없고 해명될 수도 없는 온갖 루머들이 신성한 국회 의사당에서 난무한다.

의원의 면책특권이 혼탁 선거와 이전투구를 조장하게 그냥 두어서야 안될 일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이번 기회에 인격모독,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폭언 등을 면책특권에 해당되지 않는 예외사항으로 국회법에 규정해야 한다.

이성헌 의원은 '900억설'이 상당히 근거가 있는 것이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국회에서의 혼탁한 폭로전이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 의원이 주장한 '900억설'에 대한 입장을 국민들앞에 속시원히 밝혀야 한다. 그것이 단순한 소문차원인지, 일정한 근거가 있는 것인지를 서둘러 밝혀야 언론의 소모적인 '폭로전 중계'도 잦아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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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치학과 학사 석사 박사, 하버드대 니만펠로십 수료. 동아일보 논설위원, 오마이뉴스 논설주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한국정치평론학회 회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제17대 국회의원, 방송통신위 상임위원-방송평가위원장, 서울디지털대 총장 등 역임. 현재 서울미디어대학원대 석좌교수. 저서 : '한국정당과 정치지도자론' '군부와 권력' '우리시대의 정치와 언론' 외 1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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