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아특수강 해고노동자 이재현, 조성옥씨가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공장 내 50m 굴뚝 위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13일을 넘기고 있는 가운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풀리지 않는 등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두 노동자가 13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북 군산 기아특수강 50미터 굴뚞
이런 와중에 농성 13일째를 보내고 있는 노동자들이 작성한 '굴뚝에서 보내온 편지'가 공개돼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두 노동자는 "48m 굴뚝에서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라며 말문을 연 뒤 "군산 세찬 바닷바람에도 굴뚝은 흔들리기만 할 뿐 무너지지 않듯이 기아특수강 해고자들의 굴뚝 투쟁도 힘차게 전개되고 있다"며 의지를 밝혔다.

그들은 이어 "매일 아침 현장 안에서 출근하는 조합원들을 보는 것이 너무도 좋다"며 "지난 6일 새벽에 까마득히 높아만 보이던 굴뚝 계단을 오르면서 가졌던 그 결심을 수없이 되새기고 있다"고 말하면 복직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표현했다.

특히 편지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아빠가 복직하는 것은 내가 전교 1등 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한 말을 소개하며 "이번에 아들놈한테 아빠가 복직하는 것을 보여 주겠다고 약속한 만큼 약속을 지키는 아빠가 되기 위해 더욱 열심히 투쟁할 것"이라면서 "그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노동자, 농민들이 살기 위해 목숨을 던져야 하는 그런 사회를 물려주지 않기 위한 약속이기도 하다"고 말해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농민과 노동자들의 분신 같은 비극적인 상황에 대한 번민을 토로했다.

한편 지난 6일부터 농성을 시작한 두 노동자는 최근 잦아진 비와 기온저하로 인해 건강악화가 우려되고 있으나 기아특수강을 인수한 세아컨소시엄측은 오히려 구조조정을 통한‘인원감축설’까지 공공연히 나돌고 있어 노동계의 또 다른 반발마저 예상되고 있는 형편이다.

기아특수강 해고자 복직투쟁 굴뚝농성장에서 보내 온 편지
48미터 굴뚝에서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오늘로 굴뚝농성을 시작한지 13일째입니다.

노동탄압 분쇄와 비정규직 차별철폐 등을 위해 목숨을 던져야 했던 노동열사들의 투쟁을 안고 올라 왔는데, 어제 한진중공업 김주익, 곽재익 두 분의 동지의 장례식이 거행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끝내 세원테크 이해남 동지가 운명하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목숨을 담보로 한 희생 속에서나마, 우리 노동자들이 투쟁의 돌파구를 열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군산 세찬 바닷바람에도 굴뚝은 흔들리기만 할뿐 무너지지 않듯이, 기아특수강 해고자들의 굴뚝 투쟁도 힘차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현장 안에서 출근하는 조합원들을 보는 것이 너무도 좋습니다. 그리고 지난 6일 새벽에 까마득히 높아만 보이던 굴뚝 계단을 오르면서 가졌던 그 결심을 수없이 되새겨 봅니다.

고달펐던 10년의 해고자 생활을 끝장내는 싸움! 기아특수강 현장에서 일상화된 노동탄압의 고리를 끊어내는 싸움! 조합원의 고용보장을 쟁취하는 싸움! 우리는 해고자 생활의 마지막이 될지 모를 이 싸움에서 반드시 승리하기 위해 굴뚝에 올라와 있음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투쟁이 쉽지 않을 거라는 것도 각오하고 있습니다. 13년, 10년, 묵은 것을 해결하려면 시간도, 투쟁도 만만치 않게 들어갈 것은 이미 작정했던 일입니다.

기존 기아특수강 경영진은 세아에 책임을 떠넘기더니, 12일 점령군으로 입성한 세아 자본은 자기들 하고 무관하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아 자본은 "인원이 많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그들의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그 정도로 겁먹고 포기할 거라면 해고자 생활, 10년 이상을 버티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난 98, 99년 정리해고 투쟁 때도 모두들 이기기 어렵다는 그 투쟁에서 회사와 어용노조 집행부를 상대해서 457일 만에 승리했던 자랑찬 투쟁의 역사가 우리 핏속에 흐르고 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싸우고 있습니다. 이제 만만치 않은 투쟁의 첫발을 내 딛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게다가 너무도 많은 동지들이 함께 하기에 더욱 힘이 납니다. 저희들 보다 더 열심히 투쟁하는 현장조직 동지들과 지지와 연대 투쟁으로 함께하는 지역과 전국 동지들이 있기에 외롭지 않습니다. 반드시 승리로 동지들의 투쟁에 보답하겠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놈이 "아빠가 복직하는 것은 내가 전교 1등 하는 것 보다 어렵다"고 우스개 소리를 합니다. 저는 이번에 아들놈한테 "아빠가 복직하는 것을 보여 주겠다"고 약속하고 굴뚝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아들놈한테 한 약속을 지키는 아빠가 되기 위해 더욱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그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노동자, 농민들이 살기 위해 목숨을 던져야 하는 그런 사회를 물려주지 않기 위한 약속이기도 합니다.

자본과 권력 그리고 외세의 착취와 억압이 계속되는 한, 어느 순간도 결코 멈출 수 없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에 굴뚝에서라도 동지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그리고 승리를 안아오는 마지막까지 노동자의 자존심으로 당당하게 싸워 나가겠습니다.

굴뚝농성 13일째(2003년 11월 18일)

기아특수강 해고 노동자 이재현, 조성옥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