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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안녕하세요?
지금 부여에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유난히 잦은 비가 이제는 센티한 성격의
사람들도 지겨울 것 같습니다.

저도 님이 반갑습니다.
고향을 가슴 한 쪽에 품고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관심 가져 주시는 덕분에
제가 사는 맛을 느끼고 있습니다.

긴장이 풀려 버리기 쉬운 시골 살이에
해외에서도 보내 오는 여러분들의
관심에 저희 가족은 이제 비바람이
불어도 마음 든든할 것 같습니다.

예전의 <삼성학교>가
저희 가족의 터전입니다.
남편이 전통 장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폐교 운동장에 바탱이들을 들여놓고 장독대로
꾸며놓았지요.

고향에 방문하실 일이 있으시면
꼭 한번 들러주세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와
차 한 잔을 대접하겠습니다."


이젠 그리운 고향에도 나를 반길 사람이 생겼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지금은 고인이 된 친정어머니가 살아 온듯 하루 종일 가슴이 설렜다. 금년 8월부터 우리는 얼굴조차 모르면서도 언니와 아우로 자연스레 호칭을 부르게 되었다.

그 부여의 아우한테서 추석 무렵 예쁜 옹기에 담긴 된장이 택배로 배달됐다. 인터넷 오마이뉴스를 통해 막연히 알게 된 생면부지인 나를 믿어준 아우의 마음이 너무도 예뻐 보였다.

"난 무엇으로 답례할까? 글 중에 어린아이들이 있던데 예쁜 아이의 옷. 인형…."

한참을 생각 하다가 취향에 구애받지 않고도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비타민C를 샀다. 하지만 여기저기 모임과 행사에 뛰어 다니다보니 아직까지도 보내지 못하고 있다.

부여의 아우가 보내준 된장 맛은 고향집 어머니의 손맛만큼이나 훌륭했다. 가을 내내 그리고 요즘 같은 쌀쌀한 날씨에 우거지 듬뿍 넣고 보글보글 끓인 된장뚝배기는 금세 바닥을 드러낼 만큼 우리가족에겐 인기 메뉴다. 나는 된장을 사 먹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우리 관계를 자랑했다.

취재하면서 우연히 알게 된 한 단체에서 부여로 역사기행을 떠난다고 했다. 버스 한 대 분의 인원이 찼는데도 불구하고 나도 끼워달라고 억지 아닌 억지를 부려 보았다. 그리고는 점심은 부여에서 토속적인 된장찌개를 먹자고 우겼다.

꿈에도 잊지 못했던 내 고향 부여!

오는 19일에는 오마이뉴스 매체로 인연이 된, 마음이 아름다운 아우와 상면을 하게 될 기대에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아직까지 전달하지 못한 비타민C와 예쁜 아이의 장갑을 포장하며 내 가슴은 소풍을 앞둔 초등학생만큼이나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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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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