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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대 미술학부 문정규 교수
배재대 미술학부 문정규 교수 ⓒ 권윤영
"저는 예술이라는 원룸에 살고 있어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원룸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융통성과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어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특한 철학과 예술 세계를 갖고 자신을 예술이라는 원룸에 살고 있는 작가라고 소개하는 배재대 미술학부 문정규(48) 교수. 그는 1980년대 한국 행위예술을 정착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이기도 하다.

굳이 그의 전공을 따지자면 서양화지만 그에게 있어 장르가 깨진 지는 오래됐다. 회화·설치·행위 등 다양한 장르들을 폭넓게 작업하고 있는 문 교수는 그렇기에 행위예술가이자 설치작가이며 화가·미술이론가로도 평가받고 있다. 이것이 그를 원룸에 살고 있는 작가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태어날 때부터 세상을 보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봤죠. 그때부터 예술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언제부터 예술을 시작했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에게서 나온 재치 넘치는 대답이 조금은 당혹스럽다. 예술을 하는 사람에게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재차 묻자 초등학교 4학년 때란 답이 나왔다. 지금 기억으로는 학교 다니기 싫었다는 얘기와 함께 말이다.

"그 당시에는 만화방에 다니는 사람을 안 좋게 인식했던 시절입니다. 그런데 저는 만화방을 들락거리며 열심히 만화를 보고 집에서는 마음에 드는 그림을 베끼며 지내왔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초등학교를 2년 쉬었습니다."

지난 2001년 실시했던 퍼포먼스(Sky-Wind-Dance Performance) '숨쉬는 조각, 천국'
지난 2001년 실시했던 퍼포먼스(Sky-Wind-Dance Performance) '숨쉬는 조각, 천국' ⓒ 권윤영
만화를 탐색하던 것에 재미를 붙였던 시절, 집에서 화실을 보내주면서부터 다시 학교에 나가게 됐다. 그 때만 해도 그림을 한다고 하면 굶어죽기 십상이었던 시절이었지만 학교라도 보내려는 생각에 부모님께서 화실을 보낸 것 같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림에 대한 생각이 움틀 거리진 않았어요. 지금 돌이켜 볼 때 좋아서, 지적 호기심에, 사물에 대한 관심에, 본질적으로는 나를 표현하려는 충동에, 예술의 재미라는 영역 속에서 그림을 시작한 이유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화실을 다닌 후에는 거의 화실에서 살다시피 해왔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는 말도 있듯이 예술을 해오는 과정 속에 아무 의심 없이 '이게 내꺼야'하는 생각이 자리 잡았고 가장 천직이라 믿게 됐다. 그리고 지금껏 쉼없이 작업을 해오며 지내왔다.

다른 길로의 고민도 물론 해봤다. 그것도 딱 한번 아주 잠깐. 금전적인 부분에서 재투자로 고민하다가 그 고민이 깊어지자 돈 한번 벌어볼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을 그는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미술은 다른 분야보다 대중화가 미비합니다. 그렇기에 다른 분야보다는 쉽진 않죠. 그것은 아시아권의 모든 미술가들이 같은 상황일 겁니다. 힘들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제가 그 부분은 파괴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작업실에 마련된 작은 전시장
작업실에 마련된 작은 전시장 ⓒ 권윤영
그래서 생각해 낸 타개책이 작업실 한 편에 자그마한 전시장을 만들어 놓는 것. 작업했던 환경 그대로 작업도구들이 너저분하게 있으면 대중들이 머뭇거리거나 작품 선택을 하지 못하기에 전시장을 갖췄다.

그는 대중과의 호흡을, 일방적인 소통보다는 쌍방향 의사소통을 중요시한다. 그렇기에 대부분 작가들이 전시가 있을 때 미술관련 인사에게 안내책자를 보내는 것과 달리 그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반인들에게 보내곤 한다. 대중들이 소외되고 있는 풍토를 탈피하고 싶기 때문.

작품 평가도 보는 사람의 판단에 맡기고 관객과 대화의 시간을 가져 그들의 시각을 파악해 보려고 애쓴다. 보는 사람의 심적 상태, 분위기에 따라 작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행동이 대중들에게 아첨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예술을 학문적으로 접근하려 들면 어렵지만 예술은 지적인 측면이 아니라 교양적, 감각적인 측면이기에 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문 교수의 지론. 그는 '개똥철학'이라며 그만의 예술에 대한 생각을 소개했다.

ⓒ 권윤영
"예술에서의 예는 넓은 의미의 예(禮)라고 보고 술(酒)은 알코올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술이 들어가면 세상이 부드럽게 보이듯이, 병원에서 상처 났을 때 바르는 알코올이 병균을 침범하지 못하게 하고 살이 빨리 나을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듯이 예술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이고 즐거운 생각과 느낌을 다른 사람에게 건강하게 전염시키고 그것을 받는 사람이 삶의 활력을 찾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예술이라는 문정규 교수. 그렇기에 그의 퍼포먼스에는 관객을 의도적으로 참여시키려는 특징을 갖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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